책 소개
“너는 서리처럼 작고 눈처럼 부드러워.
겨울이 추워질수록 얼음처럼 단단해질 거야.
햇빛이 너를 비추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겠지.”
고양이와 그림책이 외로운 아이들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의 선물!
작은 월셋집으로 이사 오면서 아연이는 많은 것을 잃었다. 아빠는 집을 나가 어딘가를 떠돌고, 엄마는 물류 센터 야간 근무로 늘 피로에 찌들어 있고, 좋아하는 그림책은 집에 둘 자리가 없어 버리고 왔다. 마음 둘 곳 없던 아연이는 어느 날 그림책이 빼곡 꽂힌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 발을 들이면서 비로소 안식처를 찾는다. ‘내 방’처럼 몰래 드나들던 작은 도서관에서 어느 추운 밤 눈부시게 하얀 고양이를 만나는데……. 따스한 글과 그림으로 외로운 아이의 마음을 가만가만 도닥여 주는 아름다운 그림책!
외로운 아이가 남몰래 숨어드는 따스한 위로의 공간, 작은 도서관
어디에도 기댈 곳 없이 외롭게 떠돌던 아이가 어느 날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 들어선다. 아이는 늦은 밤에도 몰래 도서관에 들어가 그림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랜다. 그러던 어느 한겨울 밤, 어김없이 숨어든 도서관 구석에서 새하얀 고양이를 만나고, 아이는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 ‘밤의 별’과 ‘새벽의 달’을 돌보며 하얀 밤을 보낸다.
그림책은 외로운 아연이에게 세상 모든 시름을 잊게 하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달과 산, 푸른 바다와 모래사장이 나오는 그림책이 아연이는 그저 좋았고,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는 작가가 되겠다며 꿈도 꾸었다. 좁은 집으로 이사 오면서 소중한 그림책을 몽땅 버려야만 했던 아연이는 내내 그림책에 목이 말랐다. 그러던 중에 만난 아파트 작은 도서관은 아연이에게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 책장을 넘기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연이가 처음으로 빙그레 웃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이때 아연이 손에 들려 있는 그림책은 윌리엄 스타이그의 《용감한 아이린》이다. 눈밭에 내동댕이쳐져서도 굴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바람을 이기며 나아가는 아이린의 씩씩함은 아마도 아연이에게 그대로 전염될 것이다.
아슬아슬 위태로워 보이지만 자신을 놓지 않는 굳센 아이
주인공 아연이는 언뜻 보면 금세라도 무너져 버릴 듯 약해 보인다. 편의점에서 만난 아저씨들의 무심한 대화를 자신을 향한 화살로 느끼고, 월셋집 아이라고, 아빠 없는 아이라고 따돌림당할까 봐 지레 겁먹으며 학교에서도 겉돌기만 한다. 담임선생님의 친절한 눈빛마저 무섭게 여기며 움츠러드는 아이다.
하지만 다시 주의 깊게 아연이의 행동을 살피면 무언가를 향한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고단한 삶에 찌들어 제대로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엄마에게도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제 할 일을 착착 해낸다. 열망해 마지않던 그림책을 마침내 실컷 볼 수 있게 되자, 캄캄한 밤에도 두려움 없이 차분하게 필요한 물건을 챙겨 도서관으로 향한다. 긴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학교에 가는 아연이의 모습에도 힘든 삶에 떠밀려 자기 자신을 놓아 버리지 않으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그런 아연이의 모습은 우리가 여러 그림책에서 만난 주인공들과 결을 같이한다. 아연이 곁에 놓여 있는 그림책 《엄마, 왜 안 와》(고정순)나 《달 밝은 밤》(전미화)의 주인공들은 아마도 아연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해 주고 다독여 주는 친구들이었을 것이다. 어떤 고난에도 무너지지 않고 홀로 굳세게 자신을 지킬 줄 아는, 단단한 내면의 힘을 지닌 동료들 말이다.
담담하고 절제된 묘사에 깃든 깊은 슬픔과 성장의 서사
《하얀 밤의 고양이》는 단편 동화를 오래 눈길이 머무는 그림과 함께 감상하는 조금 다른 형태의 그림책이다. 한달음에 읽어 내려갈 수도 있는 짧은 이야기지만 긴 여운을 주는 이 작품이 독자들의 손길에 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그림책의 형식미를 시도해 본 것이다. 줄곧 아연이의 내면을 따라가는 3인칭 시점으로도 감정을 과하게 묘사하지 않고 시종 담담하게, 절제된 표현으로 몰입을 유도한다. 현실 세계의 한 모퉁이에서 만난 환상 세계인지, 아니면 환각 상태에서의 백일몽인지 알 수 없는 고양이와의 만남과 대화는 시처럼, 그림책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김유진 작가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완성한 서른다섯 장면의 정성스러운 그림은 한껏 억눌려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서 비로소 날개를 펴는 아연이의 심정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행간을 메꾼다. 새하얀 고양이의 털 한 올 한 올과 새파란 눈이 마치 살아서 독자들에게 시선을 던지는 듯 아찔한 느낌을 준다.
주애령 작가는 읽을거리가 많지 않던 어린 시절에 자신이 마음을 기댔던 북유럽 동화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다고 이야기한다. 멀게는 〈성냥팔이 소녀〉나 〈인어 공주〉 같은 안데르센 동화, 좀 더 가깝게는 《미오, 나의 미오》나 《사자왕 형제의 모험》 같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들. 동화의 거장이 쓴 이 뛰어난 작품에는 두루 쓸쓸함과 애잔함이 어려 있지만, 거친 현실을 이겨내려는 주인공들의 강인한 의지가 담겨 있기에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진정한 위로를 준다. 환상 속 모험을 통해 행복을 꿈꾸며 고단한 현실을 이겨내는 이야기의 힘이 《하얀 밤의 고양이》를 통해서도 외로운 누군가의 마음을 가만가만 다독여 주길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주애령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며 열다섯 살 난 샴고양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장편동화 《승리의 비밀》과 고전 아동문학 교양서 《동화, 영혼의 성장》이 있습니다.
그린이 : 김유진
홍익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그림을 그린 책으로 그린 책으로 《오늘 상회》, 《바람숲 도서관》, 《고양이네 박물관》가 있으며, 《비단 공장의 비밀》, 《소방관 고양이 초이》를 직접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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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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