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열 가지 이야기 속으로 철학 산책을 떠납시다!
첫 번째 이야기는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 나오는 ‘동굴 신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이 책에서 실재 세계의 진실보다 자신이 믿는 동굴 속 환영을 더 좋아하는 인간의 성향에 대해 질문하고 있습니다. 환영에 사로잡혀 사는 인간의 모습은 워쇼스키 감독의 영화 '매트릭스' 속에서도 확인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에 얽힌 동일성(정체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테네 사람들은 수백년 동안 테세우스의 배를 보수 유지하면서 변화와 무관한 동일성을 추구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테세우스의 배는 변화와 동일성이라는 철학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서 사물의 영속성 아래 감춰져 있는 변화와 불안정성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마주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자연과 세계 변화의 원인을 사랑과 증오로 바라보았던 엠페도클레스는 자연학자였습니다. 그는 에트나 화산의 분화구 속으로 뛰어들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일화로 유명한데, 이 사건의 해석을 둘러싼 철학자들의 다양한 추론이 끊임없는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네 번째는 철학자 탈레스가 ’길을 가다 우물에 빠진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현실 세계와 담을 쌓고 세상일에는 관심 없이 기하학과 만물의 근본 원리를 탐색하는 자연 철학에만 관심을 가졌던 서양철학의 시조 탈레스를 풍자한 것입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배 서리’에 대한 것입니다. 중세 교부철학을 완성시킨 성자 아우구스티누스가 젊은 시절 배를 훔친 이 일화는 “우리는 악을 바라는가?” “의지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는가, 또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자유의지에 관한 성찰의 출발점이 됩니다.
여섯 번째는 ‘파스칼의 삶과 그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파스칼이 살았던 17세기는 전쟁과 질병으로 얼룩진 혼란의 시대였지만, 위대한 과학 발전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인식 능력과 사유의 영역을 확장시켰고, 데카르트, 칸트, 헤겔로 이어지는 근대 철학의 형성과 발전의 토양이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지병으로 고통 속에서 살았던 천재 과학자 파스칼은 자신이 살았던 모순의 시대상으로부터 인간의 연약함과 위대함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을 자연 앞에서 가장 연약한 갈대, 하지만 생각하는 갈대”라고 말합니다.
일곱 번째는 니체의 저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외줄 타기 곡예사’ 이야기입니다. 니체는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사회의 의무와 규범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인간상으로 초인을 탄생시킵니다. 외줄 타기 곡예사는 도덕과 관습에 젖어 생각 없이 사는 수동적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 할 위험과 고독을 상징합니다.
여덟 번째는 앙드레 지드의 소설 『교황청의 지하실』에 나오는 주인공 라프카디오의 무상행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라프카디오는 기차에서 만난 승객을 아무런 이유도, 동기도 없이 기차 밖으로 밀어뜨려 죽입니다. 동기 없는 행동이 가능할까요? 이 이야기는 모든 행위에는 인간이 알아차릴 수 없는 미묘한 동기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개인은 결정론의 거미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아홉 번째 이야기는 ‘사르트르의 웨이터’입니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미리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만들어 가기 위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다고 말합니다. 손님을 대하는 카페 웨이터의 지나치게 신속하고 민첩한 기계적인 행동을 보면서, 사르트르는 자아의식이 마비된 채 역할극에만 빠져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자아를 만들라고 이야기합니다.
열 번째 이야기는 ‘들뢰즈의 진드기’입니다. 동물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깊어질수록 철학은 동물종의 수만큼, 그 개체들의 수만큼 다양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진드기를 포함한 동물들이 비록 빈약하고 제한적이지만 확실한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데 비해, 자기 세계가 없는 인간이 많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라고 들뢰즈는 말합니다.
지금까지 철학을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 왔던 독자들은 이 만화책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다채로운 그림들을 보면서, 추상적인 철학 개념들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에티엔 가르셍
파리 4대학교(소르본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메스의 조르주-드-라-투르고등학교의 그랑제콜 준비반에서 가르치고 있다. 19세기 문학, 특히 낭만주의 철학 전문가인 저자는 연구와 교육에서 문학과 철학의 장벽을 깨뜨리는 새로운 교육적 접근을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그랑제콜에서 가르친 오랜 경험을 토대로 독자들에게 복잡한 철학 체계를 쉽게 알려 주기 위해 만화를 활용하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린이 : A. 단
1970년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야생 상태의 사슴, 양, 노루 등에 대한 연구활동을 했지만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림에 대한 열망을 잊지 못하고 동물, 나무, 풍경을 그렸다. 그후 어린 시절 꿈이던 만화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말과 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들과 첫 작업에 착수했다. 작가인 로랑 갈랑동Laurent Galandon과 함께 알제리 전쟁을 주제로 한 2부작 『알제리 만세』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얼굴에 부상을 입은 군인에 대한 이야기인 『작은 행복을 위하여』를 출간했다. 막시밀리앙 르 루아와의 만남은 알제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이루어졌고, 이후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호숫가의 고요한 혁명가』가 탄생했다.
옮긴이 : 이성엽
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불번역과를 졸업하고, 파리 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그림책, 해석의 공간』, 『세계 그림책의 역사』(공저)가 있다. 우리나라 그림책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 『숲으로 간 코끼리』, 『나의 아틀리에』, 『나야 나!』, 『위대한 뭉치』 등을 프랑스어로, 프랑스 그림책 『할아버지와 빨간 모자』, 『생일 도둑』, 『살금살금 까치발…』, 『나일악어 크로커다일과 미시시피악어 앨리게이터』, 『쿼크, 별 그리고 아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감수 : 허경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미셸 푸코의 윤리의 계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 철학과 필립 라쿠라바르트 아래에서 「미셸 푸코와 현대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응용문화연구소 및 철학연구소 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대안연구공동체 ‘철학학교 혜윰’의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길밖의길), 『미셸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 읽기』,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 읽기』(이상 세창미디어), 옮긴 책으로 미셸 푸코의 『상당한 위험: 글쓰기에 관하여』(그린비) 및 『담론의 질서』(세창출판사), 질 들뢰즈의 『푸코』(그린비) 등 다수가 있다.
목 차
1. 플라톤의 동굴: 재현된 세상에 대한 갈증 · 9
2. 테세우스의 배: 끝없이 위협당하는 동일한 정체성 · 21
3. 엠페도클레스의 신발: 행복한 죽음의 가능성 · 37
4. 탈레스의 우물: 사회참여를 하지 않는 철학자 · 49
5. 아우구스티누스의 배 서리: 악의 의지 · 63
6. 파스칼의 갈대: 양심의 힘 · 77
7. 니체의 외줄 타기 곡예사: 어떻게 자신의 삶을 만드는가 · 93
8. 라프카디오의 행동: 불가능한 자유로운 행동 · 109
9. 사르트르의 웨이터: 자신 만들어내기 · 125
10. 들뢰즈의 진드기: 다수의 세계 · 137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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