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의 이야기는 관객의 삶 속에서 끝난다.”
분투하는 시네아스트, 거장 이창동 감독이 길어 올린 인간 삶
보고, 느끼고, 이해하고, 마침내 더 살아내기 위한 영화의 질문들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
이창동 감독의 25년... 전작 작품론과 작가론, 특별 인터뷰 수록
《영화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는 지난 25년간 이창동 감독이 추구해온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하고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책으로, 국내외 영화평론가 9명의 개성 있는 작품론과 작가론, 이창동 감독과의 최신 인터뷰가 담겨 있다. 아울러 이 책은 2022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마련한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섹션과 관련해 특별 기획되었으며, 이창동과 그의 영화를 주제로 한 책 중 감독 자신이 직접 참여한 첫 번째 책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가 있다.
1997년 연출 데뷔작 〈초록물고기〉부터 2018년 〈버닝〉에 이르기까지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예외 없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영화들은 ‘아름답다’, ‘문학적이다’, 더 나아가 ‘걸작이다’라는 상찬으로 쉽게 포장하거나 설명될 수 없는 어떤 지점에 도달했고, 세상의 아이러니와 부조리 속에서 전력으로 고군분투하는 영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 스스로 세상과 인간 삶의 의미를 곱씹어보도록 이끌었다.
분투하는 시네아스트에 의해서만
포착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것’
이창동 감독이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로 이어지는 초기작 세 편을 통해서 ‘리얼리즘의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때, 그 리얼리즘이란 정밀하게 가공되어 카메라 프레임 속에 담긴 현실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시공간 속에서 예측 불가하게 터져 나온 진실을 예술가의 눈으로 예리하게 포착한 결과물로서의 리얼리티였고, 이는 그 후 〈밀양〉, 〈시〉, 〈버닝〉에서 점점 더 강렬하게 드러났다.
세상과 인간 삶 속에서 예측 불가하게 터져 나오는 무언가를 포착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보는 사람이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가와 관련이 있다. 이창동 감독은 쉽게 해결되거나 답해질 수 없는 질문의 조각들을 영화 속에 담아냈고, 이는 곧 관객들 각자의 몫이 되었다. 그의 영화가 극장 상영 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까닭이다.
“이창동의 영화는 인생을 단정하는 듯이 보이는 영화들의 틈새에서 비슷한 외관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도 실은 진위를 정할 수 없는 질문의 조각 하나하나를 제시한다. 삶의 선택의 기로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인간들의 딜레마를 묘사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가운데, 그의 영화는 애매함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관객인 우리를 초월적인 차원에서 내재적인 차원으로 이끌려 한다.” (김영진, ‘이창동 영화에 드러난 현대 영화의 테제’)
“이창동 영화가 암시하는 보이지 않는 세상은 단순히 위안을 찾고자 하는 개인들을 위한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코 이르지 못할 가상의 세계를 제시하는데, 그 보이지 않는 세상은 오직 예외적으로 첨예한 현실 인식을 얻기 위해 끈질기게 분투하는 시네아스트(cineaste)들에 의해서만 포착될 수 있는 것이다.” (장 프랑수아 로제,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관객과 영화가 연결될 수만 있다면...
길이 끝나도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초록물고기〉에서 막동의 집 앞 버드나무 뒤로 멀리 일산 신도시가 보일 때, 〈박하사탕〉에서 철교 아래 누운 20년 전의 영호가 눈물을 흘릴 때, 〈오아시스〉에서 공주가 종두의 가족들 사이에서 밥을 먹으려 안간힘을 쓸 때, 〈밀양〉의 마지막 장면에서 녹슨 수도관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뒹구는 마당 한구석을 비출 때, 〈시〉에서 미자가 죽은 여학생의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돌아설 때, 〈버닝〉에서 종수가 마침내 자신의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관객은 허구와 환상의 이야기 속에 편안히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로 계속해서 끌어내려진다.
책 속 인터뷰에서 이창동 감독은 〈박하사탕〉에 관해 언급하던 중 이렇게 말한다. “영화 속에서는 시간이 과거로 가서 어느 순간에 끝이 나지만, 관객과 영화가 연결될 수만 있다면 영화가 끝난 후 영화는 관객의 시간으로 연장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어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과거에 머무는 영화의 결말 때문에 관객이 답답하고 안타깝다면 그것을 동력으로 극장 문을 나선 관객이 자기만의 시간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길은 끝나지만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죠.” (이창동, 인터뷰 ‘비밀의 빛을 찾아서’)
이 책은 ‘분투하는 시네아스트’ 이창동 감독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어떻게 관객과 ‘연결’되고자 했는지, 어떤 질문들을 통해서 인간 삶의 ‘진실’을 길어 올리려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한 예술가의 여정이 계속 이어져 나가기를 희망하게 한다.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나의 목표가 아니라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흔적을 남기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이야기 자체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의 끝이 관객에게 가 있고 관객의 삶 속에서 끝나는 영화를 하려는 거죠.” (이창동, 인터뷰 ‘비밀의 빛을 찾아서’)
+ 이 책에 참여한 저자 (글 수록 순)
장 프랑수아 로제(Jean-Francois Rauger): 파리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수석 프로그램 디렉터. 《르몽드》, 《카이에 뒤 시네마》 등에 영화 평론을 기고하고 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 명지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씨네21》 기자, 《필름2.0》 편집위원,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박인호: 영화평론가. 부산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부산독립영화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FILO》, 《크리틱b》, 《인디크리틱》, 한국영상자료원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장병원: 영화평론가. 명지대학교 영화뮤지컬학부 영화학과 객원교수. 《필름2.0》 편집장을 지냈고,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리처드 페냐(Richard Pena): 영화평론가. 링컨센터 영화협회 프로그램 디렉터, 뉴욕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컬럼비아 대학교 예술 대학원에서 영화 역사, 이론, 비평을 가르치고 있다.
퀸틴(Quintin): 아르헨티나의 영화평론가. 본명은 에두아르도 안틴(Eduardo Antin). 부에노스아이레스 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엘 아만테》의 공동 편집자이다.
정지혜: 영화평론가. 서울독립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단편경쟁 예심을 진행했다.
조너선 롬니(Jonathan Romney):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사이트&사운드》,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여러 매체에 영화 평론을 기고하고 있다.
김혜리: 영화평론가. 《씨네21》 편집위원.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림과 그림자》 등이 있다.
작가 소개
전주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 · 실험 영화의 최전선에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2000년에 출범했다.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를 통한 제작 지원, 지역영화 지원사업 등을 통해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재능 있는 영화인을 발굴하고, 전 세계 영화작가들이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영화는 무엇이 될 것인가》(2021), 《발리우드 너머의 영화들》(2013), 《한국단편영화의 쟁점들》(2007) 등 발간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목 차
머리말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_장 프랑수아 로제
작가론
이창동 영화에 드러난 현대 영화의 테제 _김영진
작품론
[초록물고기] 두 세계 사이의 아이러니 _박인호
[박하사탕] 시간의 역설을 추적한 현대 한국 영화의 랜드마크 _장병원
[오아시스] 모두가 해결해야 할 너무나도 많은 모순 _리처드 페냐
[밀양] 비밀스런 빛 속에서 벌이는 숨바꼭질 _퀸틴
[시] 그러니, 보라 한다 _정지혜
[버닝] 교차하고 틈입하는 환상과 실재의 서사 _조너선 롬니
인터뷰
비밀의 빛을 찾아서 _김혜리, 이창동
이창동 필모그래피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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