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 권의 그림책으로 읽는 ‘집’에 관한 인류 문화사
집이란 과연 무엇일까?
인류는 무리를 지어 한곳에 머무는 정착 생활을 하면서 문명을 이루었습니다. 집은 인간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으로, 그동안 인류가 이룩한 발전의 토대가 되었지요.
이 책은 동굴에서 살던 인류가 오늘날 첨단 기술과 다양한 문화를 바탕으로 거대한 문명사회를 이루며 사는 과정을 주거 문화의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집의 형태가 발전하고 그로 인해 삶의 방식이 변화를 이루게 된 주요 장면들이 친근하고 세밀한 그림으로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주거 발달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시대와 문화권에 따른 다양한 집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의 두뇌를 우리의 첫 번째 집으로, 동네나 마을, 도시와 자연환경의 요소들을 신체 기관에 비유하며 집과 거주지의 개념을 확장해 나갑니다. 끊임없이 많은 것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복잡하고 거대한 도시를, 엉망으로 보이지만 나름의 질서를 가진 ‘나의 방’에 비유하며 이해를 돕기도 하지요. 그와 함께 한 쪽 코너에 등장하는 건축가나 인류학자, 문학가들이 들려주는 집에 관한 재치 있는 코멘트는, 단지 먹고 자고 생활하는 장소를 넘어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삶의 터전으로서 집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줍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공동체의 역사, 문화적 맥락과 함께 개인의 삶에 대한 욕구가 녹아있는 공간으로서, 집이란 공간을 보다 창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동굴에서 나온 호모 사피엔스
집을 짓고 모여 살며 문명 인류가 되다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키며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 덕분입니다. 자연에는 없는 두 가지, 바로 ‘기술’과 ‘문화’이지요. 인간은 뛰어난 적응력을 바탕으로 어느 환경에서든 생존하며 오랜 세월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얻고, 위험한 지역에서도 안전하고 튼튼한 건물을 짓고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에서 거주할 수 있는 집까지 개발하고 있지요. 19세기에 엘리베이터가 발명되면서 낮은 층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높은 층을 선호하게 된 것도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재미있는 사례입니다. 날씨에 따라 집의 형태가 달라지는 사례도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 북부의 전통 가옥은 삼각형 모양의 박공지붕인가 하면, 더운 지방은 집이 완전히 땅속에 묻혀있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 책은 기술보다도 문화야말로 인류의 발전에 더 큰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먼저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집단생활을 시작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며 문화의 발생을 짚어주지요. 문화는 기술보다 더 깊숙이 자리한 정서적 요소로,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온 인간의 삶 속에 여러 가지 형태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오늘날 인류는 대개 집단 정착 생활을 하지만, 일만 년 전의 방식대로 이동 생활을 하는 유목 민족의 특수한 집들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것이 현대 기술과 만나 캐러밴과 같은 캠핑카로 탄생하기도 했지요.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집
그래도 변하지 않는 집의 조건
주거 문화사를 한 권의 그림책에 압축해 담아낸 이 책은 지역과 기후, 역사 문화적 상황에 따라 다르면서도 모든 집이 공통으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 즉 집을 정의할 때 꼭 있어야 할 요건이 무엇인지 일러줍니다. 집이 주는 가장 중요한 이점은 바로 안전입니다. 집은 외부 세계의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피난처가 되어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집이 외부 세계와 우리를 차단하는 성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합니다. 집이 지닌 안전의 가치는 자유롭고 다양한 모듬살이의 경험을 보장해주는 데 있기 때문이지요. 그 외에도 집은 편안해야 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해야 하며, 잠을 자고, 씻고, 먹고, 가족이 함께 지낼 공용 공간도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집의 특성은 누구에게나 같지만,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문화권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중세 시대 서양에서는 성곽 주위에 연못을 둘러싸서 내부를 보호했지만, 오늘날에는 CCTV를 설치합니다. 서양에서는 밝고 깨끗한 욕실을 선호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평온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는 욕실을 선호하지요. 가족의 규모에 따라 사생활의 범위가 달라지고, 가정의 형편에 따라 호화로운 고급 주택단지에 살 수도, 판자촌에 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집에 삽니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두뇌’라는 집까지 포함해서 말이지요. 다양한 지역, 다양한 문화권에서 각기 다른 집에 살고 있지만, 집의 핵심은 인류가 불을 발명했던 오랜 옛날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온 가족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음식을 먹는 곳, 그게 바로 집의 본질이지요. 독자들은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지구촌 삶의 모습을 상상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이라는 커다란 집에서 말이죠.
작가 소개
지은이 : 알바 카르바얄
난 세상이 내게 허락한 곳이면 어디서든 내 집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 사실 나의 집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몇 안 되는 친구들, 옥타비오 그리고 내 책들이 전부다. 또한 사람들로 꽉 찬 콘서트장이나 기차의 좌석, 커피 맛이 별로인 카페의 한쪽 자리 역시 나의 집이다.
내 생애 첫 집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로마 시대의 성벽이 온전히 남아있는 도시 루고Lugo에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부모님과 형제자매의 사랑이 내겐 슬픔에 맞서는 성벽이 되어 주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활기 넘치는 마드리드의 차미나데 기숙사Colegio Mayor Chaminade에서도 살았고, 늘 친구들이 들락거리던 아파트 서너 곳과 파리의 4.8평(16m2)짜리 아파트에서도 살았다. 17세기에 지어진 코르도바의 수도원을 개조한 예술가 레지던스에서 살면서는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었다.
언제나 들썩거리는 내 엉덩이는 지금 만사나레스Manzanares 강 맞은편 아파트에 잠시 머물고 있다. 여긴 오후가 되면 햇살이 낮잠 자러 들어오는 곳이다. 내가 살았던 곳, 그리고 앞으로 살게 될 모든 곳, 그 어디든 모두 나의 집이다.
그린이 : 로렌소 산지오
나의 집은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근처 작은 마을에 있다. 여전히 밀라노 시민이라고 느낄 만큼 시내에서 멀지 않고, 전원의 아름다움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적당히 떨어져 있다. 미술원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브레시아Brescia의 원룸에 살았다. 우리는 그 집을 ‘더 하우스’라고 불렀는데 그 이름은 사실 같은 반 친구 세 명이 기획한 예술 프로젝트 제목이었다. 우리는 늘 사람들에 둘러싸여 하루를 보내고, 밤이면 바닥에 옷장을 눕혀놓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깔고 잤다.
그 후에는 이탈리아 중부 도시 마체라타Macerata에 살았다. 아르스 인 파불라Ars in Fabula에서 석사과정을 밟는 동안 이 집은 내 일러스트 작업의 동반자가 되었다. 몇 년 전부터는 안개에 휩싸인 내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과 개, 고양이들, 내 책상, 들판과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 성초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페인 현대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스페인어권 어린이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시리즈』,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식물은 마법사입니다』, 『우체부 코스타스 아저씨의 이상한 편지』, 『레아의 여행』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배수아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등을 스페인어로 번역했다. 2015년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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