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믿고 귀 기울여야 들리는
내밀쳐진 아이들의 절박한 속마음
― 어른의 물리적, 심적 ‘노 키즈 존’에 마음이 닫힌 어린이를
‘예스 키즈 존’으로 초대하는 이금이표 동화 네 편
첫 출간 후 12년, 존중받지 못하는 어린이의 속마음을 상징하는 말 3종이 모인 개성 강한 제목과 이야기로 사랑받아온 이금이 창작동화집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가 개정돼 나왔다. 이 책은 수많은 레전드 스테디셀러로 세대를 넘나들며 사랑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이금이의 초등 저학년용 동화집이다. 가정과 학교, 사회 어디에서건 훈육의 대상이자 부족한 존재, 나아가 ‘노 키즈 존’에서처럼 부정당하고 틀린 존재로 간주되는 어린이의 처지를 살피고 마음의 심연까지 들여다본 이야기들이 담겼다. 난센스적 유머와 기발한 반전이 재미를 더하는 이야기들이 어린이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꿔놓을, 통통 튀면서도 따스한 감성을 선사한다.
이 책의 개정 작업은 이금이 작가에게 성찰의 기회였다. 새로워진 어린이 감성과 감각, 진화된 시대정신에 걸맞게 작품을 매만졌는데, 그러면서 작가는 자신의 마음속에도 ‘노 키즈 존’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다듬었”다는 작가는 “내 마음속 ‘노 키즈 존’을 활짝” 열며 개정판을 내놓았다. 이 책이 어린이 독자에겐 ‘예스 키즈 존’ 같은, 어른 독자에겐 물리적, 심적 ‘노 키즈 존’을 열어젖히게 할 공동의 해방구이길 기대한다.
어린이를 부족한 존재, 훈육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여기는 어른의 마음도 아이들에겐 ‘노 키즈 존’이겠지요. 부정당하고, 제외되는 구역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의 마음도 함께 닫힐 거예요. 마음이 닫힌 아이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은 결국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밖에 없겠지요.
이 책에 담은 동화들을 새롭게 손보면서 내 마음속에도 ‘노 키즈 존’이 있었음을 깨달았어요.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다듬었습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면서 스스로 깨우쳐 가는 ‘맘대로 층’ 같은 공간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_ 「작가의 말」에서
⚫ 어린이의 버릇없음은 ‘닫힌 마음’의 표현임을 역설한 표제작
표제작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는 어린이가 어른한테 대거리하는 대표적인 말 세 마디가 소재인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전반부에선 버릇없이 대거리하는 어린 ‘몽순이’가 등장해 어른의 속을 뒤집어놓는다. 하지만 몽순이를 권위로 다스리려 했던 코끼리 의사 선생님이 자신의 아들과 만난 후반부에선 몽순이가 내뱉었던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의 뉘앙스가 180도 달라진다. 어른의 억압에 대응하는 숨겨진 속마음이 되고, 급기야 독자도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저항의 언어가 된다.
작가는 말한다. ‘노 키즈 존’은 물리적 공간인 동시에, 어린이를 부족한 존재, 훈육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어른의 마음이기도 하다고. 그런 어른의 시각과 태도가 어린이의 마음을 닫게 하고,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는 닫힌 마음의 표현이라고. 어린이를 그대로 존중하고 환대하자는 이 책의 주제의식은 그들을 통제하기보다 성장의 기회를 열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야말로 어른의 진정한 역할임을 강조하는 인식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주제와 인식은 동화집을 관통하며 어린이 독자에게 자기 성장을 이루도록 하는 ‘예스 키즈 존’으로 이 책을 형상화해낸다.
⚫ 어린이를 ‘이유 있는 존재’로 그린, 공감하는 이야기들
「기절 염소」와 「열려라, 맘대로 층!」의 주인공 ‘시우’와 ‘하늘이’는 말썽꾸러기다. 가족과 한 약속은 안 지키기 일쑤고, 학습지는 풀지도 않은 채 숨겨놓으며,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층별 단추를 전부 눌러서 엘리베이터가 모든 층에 서게 한다. 분명 잔소리와 훈육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시우와 하늘이의 말썽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를 살핀다. 아이들은 마냥 놀고 싶고 맛있는 것만 먹고 싶고 장난감을 갖고 싶고 친구랑 같이 놀고 싶은데, 외로움은 견디기 어려운데, 그런 마음에서 비롯한 행동을 미숙함이 아닌 어린이다움으로 인정한다. 어린이라는 존재의 특성을 지지하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믿어주는 셈이다.
⚫ 어린이를 ‘성장하는 존재’로 그린, 기다려주는 동화집
아울러 이 동화집은 어린이다움을 인정하는 가운데 그들의 성장 과정을 아주 남다른 방식으로 그린다. 어린이다움이 오히려 어린이를 곤란에 빠뜨리는 모습을 난센스적 유머로 보여주는 것이다. 시우와 하늘이는 자기 염원이 불러일으킨 상상 속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뻔하지만 오히려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반전을 겪는다. 두 아이가 한 단계 성장할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이렇듯 이 책은 어린이를 ‘이유 있는 존재’로, 나아가 스스로 깨우쳐 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로 그려낸다. 그 기저에는 어린이의 행보에 동행하기, 기다려주기라는 태도가 있다. 이러한 태도와 주제의식은 마지막 작품 「누리는 꾸꾸 엄마」에서 통합적으로 형상화된다. 돼지 저금통을 살아 있는 돼지처럼 애지중지하는 누리의 모습을 미숙함으로 인식하던 오빠는 어느덧 누리의 세계에 스며들게 되고, 위기를 함께 겪으며 한 단계 성장하며, 이를 지켜보던 부모도 흐뭇하게 그들의 세계에 함께한다. 공감, 지지, 신뢰, 동행, 기다림이 불러온 행복이 어떤 건지 잘 보여주며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금이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1962년 충북 청원군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유년기부터 이야기꾼 할머니와 라디오 연속극, 만화책 등과 함께하며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세계 문학 전집을 읽으며 작가 되기를 꿈꿨다. “내가 어린이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린이문학이 나를 선택했다.”라고 말할 만큼 아이들의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작가는 1984년에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새벗문학상에 당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작가는 1990년대와 2000년대로 이어진 우리 어린이문학의 폭발적 성장과 청소년문학의 태동 및 확장을 이끈 작품을 펴내며 독자와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어린 독자들의 오랜 요청으로 후속작이 거듭 나온 동화 ‘밤티 마을’ 3부작, 우리 어린이문학의 문학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장편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 ‘지금 여기’의 청소년이 품은 상처와 공명한 이야기로 청소년문학의 출발점이 된 『유진과 유진』 등이 어린이, 청소년, 어른 모두의 큰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동화 『선생님은 나만 미워해』 『내 마음대로 안 돼요』 『망나니 공주처럼』 『하룻밤』, 장편동화 『차대기를 찾습니다』 『도들마루의 깨비』, 동화집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금단 현상』 『영구랑 흑구랑』, 장편 청소년소설 『거인의 땅에서, 우리』 『알로하, 나의 엄마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청소년소설집 『청춘기담』 『벼랑』, 창작방법론 『동화 창작 교실』 등이 독자 곁에 있다.
그동안 1985년 소년중앙문학상, 1987년 계몽사아동문학상, 2007년 소천아동문학상, 2012년 윤석중문학상, 2015년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2020년엔 작가의 업적 전반을 평가해 수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어린이청소년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한국 후보로 지명되었다.
그린이 : 홍선주
그림책 작가. 어린 시절 책을 펼치면 그림부터 뒤적이며 보다가 책에 그림 그리는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장편동화 『초정리 편지』 『흰산 도로랑』 『흑룡을 물리친 백두공주와 백 장수』, 동화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 고전소설 『박씨 부인전』, 그림책 『임금님의 집 창덕궁』 『소원을 그리는 아이』 등에 그림을 그렸고, 그림책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옷』 『모두 모두 안녕하세요!』 등을 쓰고 그렸다.
목 차
기절 염소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열려라, 맘대로 층!
누리는 꾸꾸 엄마
작가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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