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다정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비로소 보이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어린이 나라
달콤한 사탕처럼 돌아올 다정한 마음
강정규 시인은 4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수의 동시, 동화, 청소년소설을 발표하고 계간 『시와 동화』를 발행하며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에 큰 족적을 남겨 왔다. 신작 동시집 『돌아온 사탕』은 그간 쌓아 올린 노련함과 성숙함이 유감없이 담긴 가운데 순수하면서도 날카로운 원로 시인의 시심(詩心)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번 동시집에서 재차 드러난 강정규의 동시 세계는 담백한 첫맛 뒤에 달큼한 맛이 따라오는 누룽지 사탕과 꼭 닮았다. 시인에게 사탕이란 어린아이의 손가락 한 마디만큼 크기가 작으면서도, 타인에게 다정함을 전하는 데는 모자람 없이 충분하고 단단한 마음을 상징한다.
전철을 탔는데 마른기침 / 참으려 해도 자꾸 나왔다 / 앞에 앉은 할머니가 사탕 하나 주신다 // 언젠가 전철에서 / 우는 아기한테 / 사탕 하나 준 게 생각났다 ― 「돌아온 사탕」 전문
표제작 「돌아온 사탕」에서 우는 아기에게 소중한 사탕 하나를 건네는 어린이의 모습은 다른 존재를 향한 친절과 환대가 반드시 ‘나’에게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독자에게 약속한다. 새끼를 낳자마자 떠나보내야 하는 어미 고양이의 슬픔에 공감하고(「좀 그랬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멀리서 달려오는 누군가를 외면하지 않고 기다려 주며(「함께 가요」), 다람쥐의 먹이가 부족할까 걱정스러워 가족이 주워 온 밤을 나무 밑에 다시 가져다 두는(「다람쥐 밥」) 어린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배려를 표현하지만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하나씩 내어 준다는 점은 같다. 차곡차곡 쌓은 이타심은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가난한 환자들의 고통에 마음 아파하며 치료비를 받지 않는 할아버지 의사는 “내가 여기서 이리하면/거기서도 누군가 그리하”리라는 믿음으로 살아간다(「장기려 박사」). 이처럼 강정규의 동시들은 사탕은 ‘나’ 혼자 먹을 때보다 ‘우리’가 같이 나누어 먹을 때 더 달콤하다는 사실, ‘내’가 무심히 건네는 사랑은 언젠가 분명 다시 마주하리라는 귀한 메시지를 뭉근하게 전한다.
느리지만 꾸준히, 올바르고 정직하게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어린이에게 전하는 삶의 미덕
『돌아온 사탕』에는 소나무처럼 심지가 바르고 우직한 존재들이 자주 등장한다. 도로에 차가 오지 않아도 “저만치 내려가”서 꼭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는 사람(「삼식이」), 가진 것이 없어도 “언제나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못난 소나무」)은 남들과 경쟁하기 바빠 정신없이 달려가는 세상 사람들과 달리 “단단하고 뭉뚝한 속도로” “맨 나중을 보고 오는 사람”(김성민, 발문 「이상한 나라의 제한 속도 30킬로미터」)으로, 조금 느릴지언정 정직하고 꾸밈없는 마음의 가치를 안다. 시인은 이처럼 자기만의 속도로 천천히, 그러나 성실하고 묵묵하게 삶을 꾸리는 존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다. ‘내 것’ ‘네 것’이 분명히 나뉘는 세상에서 자신이 살지 않을지도 모르는 집을 오랫동안 정성스레 짓는 제비(「제비집」), “양지바른 곳에 집터를 닦고/나무를 깎아 기둥”을 세우며 몇 대에 걸쳐 살아갈 집을 손수 짓는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이 그렇다(「이상한 나라」). 시인에게 이들은 쓸모없는 일에 노력을 쏟는 어리석은 존재가 아니라 쓸모의 기준으로만 대상을 바라보는 삭막한 세상을 아름답게 밝히는 ‘진정한 기적’과 다름없다.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치며 달려가는 지금 이곳의 사람들에게 시인은 “뛰지 마라”고, 곧 “다음 차”가 도착하니 무리하게 애쓸 것 없다며 가만한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할머니 말씀」).
그리운 마음 가득 담아 부르는 노래
이번 동시집에서는 그리움과 애도의 정서를 정갈하고 담담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특히 시인이 세월호 참사 8주기에 부쳐 쓴 ‘환청’ 연작 동시 두 편과 「4.16」은 가슴 아픈 참사로 더는 만나지 못하게 된 언니를 그리워하는 어린이가 화자로, 가슴 아픈 날들을 되새기게 하며 읽을수록 여운이 짙다. 2007년 작고한 고(故) 권정생 선생을 추모하는 ‘권정생’ 연작 동시 세 편도 실었다. 탁월한 서사 구성이 돋보이는 「권정생 3」은 빌뱅이 언덕 위 작은 오두막에서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자연과 더불어 산 권정생 선생의 생전 모습을 아득히 떠올리게 한다.
10여 년 전 /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 / 어쩌다, 사는 게 심란해진 아빠는 / 문득, 선생님을 뵈러 왔다고 했다 / 쪽방 문 앞 토방에 / 폐타이어 깔고 앉아 / 간밤 모기에 물린 마른 정강이 긁으며 / 개밥 사료 몇 알 / 씹고 계시더라, 했다 / (…) / 안동시 일직면 조탑마을 오두막 뒤란 / 무덤 없이 흩뿌려진 뼛조각들 / 무심한 새들 쪼아 대는 빌뱅이 언덕엔 / 올봄도 민들레 몇 송이 샛노랗게 / 웃고 있었다 ― 「권정생 3―해마다 민들레가」 부분
강정규의 동시가 꾸준히 호응을 얻는 까닭은 어린이에게 훈계하거나 조언하는 대신 그들이 감응할 만한 유머와 더불어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혜안을 끊임없이 벼려 온 시인의 열의 덕분이다. 이러한 시적 성취의 바탕에는 무엇보다 어린이를 향한 사랑이 가득 자리하고 있어 더욱 미덥다. 시인이 4년 만에 펴낸 세 번째 동시집 『돌아온 사탕』이 어린 독자들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 시인’의 다정한 편지로 오래도록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강정규
1941년 북만주에서 태어나 1945년 8·15 해방 뒤에 충청도로 이사해 성장한다.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오뚜기 야학’을 10년 이상 지속했다.
1973년에는 ‘크리스천 신문사’에 취직해 이후 기자와 교수 생활을 이어 오며 1997년 아동문학 계간지인 ≪시와 동화≫를 창간해 발행하는 등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역 작가다. 그는 동화작가로서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1969년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 <방화> 가 당선되었으며, 1973년 첫 창작집인 ≪아가의 꿈≫을 출간했고, 1974년 ≪소년≫에 이원수의 추천으로 소년소설 <돌>을 발표했으며, 1975년 ≪현대문학≫ 4월, 12월호에 각각 <선>과 <운암도>가 안수길에 의해 추천되면서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한 이력이 그것을 말해 준다. 즉 그는 논픽션과 창작집을 통해 이미 자신의 글쓰기 역량을 축적하고 있었으며, 이후 소설 창작과 동화 창작을 병행하다가 아동문학 작가로서의 일가를 이루게 된다.
아동문학 작가로서 그의 창작집을 일별해 보면 ≪짱구네 집≫(1977), ≪왕눈이와 달랭이≫(1979), 장편동화 ≪별이 따라다니는 아이≫(1981), ≪병아리의 꿈≫(1982), ≪만두집 아들≫(1984), ≪짱구의 일기≫(1985), ≪꾸러기의 달≫(1989), ≪돌이 아버지≫(1990), ≪별이 된 다람쥐≫(1992), ≪이야기가 된 꽃씨≫(1993), 장편동화집 ≪큰 소나무 1·2≫(1994), 소년소설 ≪작은 학교 큰 선생님≫(1997), ≪청거북 두 마리≫(1998), 소년소설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2001), ≪작은 도둑≫(2003), ≪못난 바가지들의 하늘≫(2004), ≪이제 조금씩 보여요≫(2004), ≪토끼의 눈≫(2004), ≪제망매가≫(2006), ≪새가 날아든다≫(2008) ≪돌아온 다람쥐≫(2012) 등 동화와 소년소설 창작에 매진해 온 작가임을 확인할 수 있다. 1983년에는 동화 <민들레>(≪병아리의 꿈≫ 수록)로 제9회 한국아동문학상, 1988년 소설 <운암도>로 기독교문학상, 1991년 ≪돌이 아버지≫로 제13회 대한민국문학상, 1996년 <촛불>로 박홍근문학상, 1997년 ≪작은 학교 큰 선생님≫으로 제8회 방정환문학상, 1998년 ≪청거북 두 마리≫로 제20회 한국어린이도서상 저작부문상, 1999년 출판문화대상, 2004년 <흰 무리>(≪토끼의 눈≫ 수록)로 세종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린이 : 윤정미
대학에서 의상 디자인을 공부한 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책 『어느 멋진 날』 『소나기가 내렸어』를 냈고, 『할머니와 걷는 길』 『시화호의 기적』 『이사 가는 고양이』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제1부 보리방귀 한 방
언니 1 | 언니 2 | 돌아온 사탕 | 스컹크 | 방귀 | 말할까 말까 | 좀 그랬어요 | 함께 가요 | 청개구리 | 손가락 | 삼식이 | 어쩌나 1 | 어쩌나 2
제2부 젖은 흙 마른 다음
권정생 1 | 권정생 2 | 권정생 3 | 제비집 | 못난 소나무 | 갈비탕을 먹으며 | 광고 시대 1 | 광고 시대 2 | 이상한 나라 | 장기려 박사 | 삼대 | 베고니아 | 손톱
제3부 아무 일도 없는 날
의문 | 알았어요 | 위안 | 고물 | 연필을 깎으며 | 우리 선생님 | 한글날 | 나무 | 다람쥐 밥 | 깊은 샘 | 사과 | 형이나 누나나
제4부 콩나물은 콩나물로 자란다
조화 | 풍경 | 보석 | 더도 덜도 말고 | 모과 1 | 모과 2 | 모기 | 어려운 말 | 야, 가을이다 | 콩나물 | 말하지 말걸 | 아빠 일기장에서 | 눈썰매
제5부 뛰지 마라 다음 차 온다
코로나 1 | 코로나 2 | 할머니 말씀 | 때 | 구덩이 | 환청 1 | 환청 2 | 4.16 | 봄비 1 | 봄비 2 | 봄비 3 | 알 수 없어요
발문|이상한 나라의 제한 속도 30킬로미터_김성민
시인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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