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5천년 문화 민족의 자긍심, 그 뿌리에 차가 있었다!
상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차야말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음료다.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 차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리 차와 차 문화의 장구한 역사는 곧 빛나는 정신문명의 역사 그 자체이기도 했다. 철학과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던 수많은 시인묵객과 철인들이 차를 벗하며 사상을 논하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음악을 즐겼다. 다산의 사상과 추사의 글씨, 매월당의 시와 소치의 그림이 모두 한 잔의 차에서 비롯되고 한 잔의 차로 수렴되었다. 차는 또한 승려들을 비롯한 종교적 수행자들에게 필수적인 구도의 방편이기도 했다. 신선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고운 최치원 이후 사명당 유정과 나옹 혜근, 그리고 우리 차의 성인으로 추앙되는 초의 의순의 곁에는 언제나 한 잔의 차가 있었다. 그런 사상과 문학, 예술과 선(禪)의 적층 과정이 곧 우리의 정신문화사요 우리 역사의 가장 중요한 고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차의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우리 민족의 사상사를 이해하는 일에 다름 아니며, 특히 상류층 고급문화와 정신사를 이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우리 민족이 지난 5천 년 동안 갈고 닦아온 찬란한 역사와 문화와 문명의 뿌리에 우리만의 독특한 정신세계가 있었고, 그런 정신세계의 많은 부분은 바로 한 잔의 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차문화사』는 이처럼 우리만의 독특한 문명과 문화와 역사의 창조에 차가 어떻게 기여하고 이바지했는가를 실증 사료와 다양한 분석 방법으로 보여준 최초의 책이다.
마침내 완성된 우리의 차 문화 통사
우리 차와 차 문화의 역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초의 스님이 『동다송』을 통해 우리만의 차와 차 문화가 존재하고, 또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가를 일깨운 것이 지금으로부터 고작 150여 년 전(1837년)의 일이고, 일제 시대에 일본인들이 『조선의 차와 선(모로오카, 이에이리 공저)』을 통해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 차의 역사와 전통을 정리한 것이 우리 차 문화 역사에 대한 연구의 시발이었다. 그 뒤로 일제 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우리 차와 차 문화는 황폐화의 극에 이르렀고, 우리 차 문화사에 대한 연구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응송 스님이나 효당 스님, 금당 최규용 등 선구적 차인들의 노력으로 그 맥을 유지하던 우리의 차 문화는 1970년대 이후에 들어와서야 다시 중흥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이 시기부터 우리 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학술적 연구 역시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 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의 역사는 고작 40년 내외를 헤아릴 뿐이다. 게다가 일제를 거치면서 극도로 황폐화되고 그 명맥마저 위협받게 된 우리의 차와 차 문화는 뒷 세대의 연구를 위한 충분한 자료와 토대 역시 남기지 못하였고, 최근의 학자들은 단편적인 자료와 거듭된 추측을 통해서만 우리 차 문화의 역사를 더듬어올 수밖에 없었다.
『한국차문화사』는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태어난, 우리 차 문화의 역사를 온전하게 그려낸 최초의 한국 차 문화 통사라 할 수 있다. 우리 차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저작들이 이미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 민족의 역사 전체를 대상으로 차와 관련된 모든 문화적 요소들을 빠짐없이 다룬 학술서는 이제까지 없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차문화사』는 이렇게 이제까지 단편적으로만 논의되던 우리 차와 차 문화의 역사를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파악한 최초의 책이자, 고증과 객관적 서술이라는 잣대를 통해 서술한 최초의 책이다.
편견과 독단을 넘어서는 실증적 차 문화사의 정립
앞에서 약술한 대로 우리에게는 우리의 차 문화사를 정립하는 데 필요한 자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자료와 논증에 의한 주장보다는 다분히 편협할 수도 있는 민족주의적 주장이 때로는 우세하고, 잘못된 이론과 학설들이 주창자 본인의 권위에 의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던 것이 또한 우리 차 문화계와 학계의 현실이었다. 대표적인 오류 가운데 하나로 조선시대에 이르러 숭유억불 정책의 탓으로 사원의 차 문화가 쇠퇴하면서 우리 차 문화의 맥이 단절되다시피 했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차와 선(禪)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일본인들에게서 처음 비롯된 주장이었지만 우리 차계는 이제까지 이를 비판적으로 넘어설 새로운 대안을 찾는 대신, 이를 엄연한 역사적 사실로 공인하고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조선시대의 차가 어떻게 황폐화되었는지를 찾는 일에만 매달려온 감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차문화사』를 통해 드러나는 조선시대의 차와 차 문화는 결코 황폐화된 것이 아니었으며, 우리의 차 문화는 그 맥이 끊어진 적도 없었다. 최소한 일제 시대까지는 말이다.
『한국차문화사』는 이처럼 5천 년 우리 역사에서 이제까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차인들과 유적들, 차 문화의 흔적들을 꼼꼼히 정리하고 새로이 빛을 보게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결락되고 누락된 부분들을 완벽하게 보완한 책이다.
방대함과 치밀함으로 빚어낸 우리 차의 참모습
총 1,000페이지에 달하는 『한국차문화사』는 우리 차의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이면서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우리 차 문화사 최초의 교과서이자 사전이다. 우리 차와 차 문화의 역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상과 저술과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으며, 이제까지 알려진 모든 제도와 문물과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방대한 작업을 위해 저자는 지난 수 년 동안 우리 차 문화사의 연표(年表)를 만드는 일에 진력해왔다. 신문(《현대불교신문》)을 통해 발표되던 연표 자체만으로도 차 학계와 문화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차문화사』는 이처럼 전례없이 소상하게 작성된 연표를 바탕으로 저술된 것이다. 연표는 신문에 발표되었던 것을 보다 소상하게 보완하여 책의 부록으로 수록하였다.
작가 소개
류건집
자(字)는 중용(仲用)이고 호는 서산(曙山)으로 일제 말엽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부조로부터 한학을 수학했다. 안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후,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후진 양성에 몰두했다. 1980년대 초부터 차(茶)에 매료되어 많은 다서(茶書)를 독학으로 섭렵하고, 역사 속 차인들의 차 정신을 탐구했다. 1990년대 말부터 다학을 전공하는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고전 다서’와 ‘차 문화사’를 강의하고 있다. 현재 원광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심수연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 「한중시문학의 비교론」(1964), 「박지원의 한문소설에 나타난 실학정신」(1967), 「한국여류문학에 표출된 한(恨)의 정신」(1971), 『세심여담(洗心餘談)』(2000), 「다부에 나타난 한재 이목의 차정신」(2002), 「시문을 통해 본 선인들의 차정신」(2003~2006), 『한국차문화사』(2004), 「새로 쓰는 우리 다사」(2006), 『한국차문화사 상·하』(2007), 『다부 주해』(2009), 『동다송 주해』(2009)를 비롯하여 기타 10여 권의 고전 다서 강의록과 수년간 쓴 차 관련 칼럼 등이 있다.
한학을 바탕으로 한 유교사상에 선(禪)에 경도된 시(詩) 정신으로 차를 연구하고, 망중한에는 그림과 운동을 즐긴다. 선인들의 올바른 차 정신을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하며 후배들을 일깨우고 있다. 차가 생활 속에 정착되어 차의 정신적인 면이 보편화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도덕성을 지니게 되고 많은 부조리도 없어질 것이라 믿는 그는, 차인들이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차에 대한 바르고 깊이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다져야 하고, 차를 현실적인 이득과 결부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차 고전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목 차
제1부 한국 차 문화사 개론
1장 차 나무와 차의 개념
2장 차의 원산지와 분포
제2부 차의 기원과 전래
1장 차의 기원
1. 중국
2. 한국 - 자생설 | 전래설 | 결어
2장 차의 전래에 관하여
1. 해로전래설 - 허 왕후의 도래 | 여타의 해로유입설
2. 육로전래설
제3부 사국시대의 차 문화
1장 개관
2장 고구려의 차 문화
3장 백제의 차 문화
4장 신라의 차 문화 - 화랑들의 차 문화 | 원효의 차 생활
5장 가야의 차 문화
제4부 남북국시대의 차 문화
1장 개관
2장 통일신라의 차 문화
대렴의 차 전래에 관하여 | 임해전지 출토품 | 설총의 <계왕서> | 보천 효명의 불전헌다 | 무상 스님
지장 스님 | 월명사의 다습 | 충담의 다통 | 사선의 유적과 묘련사 석지조 | 다연원 | 진감국사의 비문 | 최치원의 차 | 그 이외의 자료들
3장 발해의 차 문화
제5부 고려의 차 문화
1장 개관
2장 고려의 차 종류
용봉차 | 뇌원차 | 대차 | 유차 | 작설차 | 자순차 | 백산차
3장 궁중의 차 문화
1. 다방제도 - 설치 | 소임 | 관원 | 기타
2. 왕실의 생활 차
3. 궁중의 의식다례
4장 사원의 차 문화
1. 개관
2. 다촌
3. 선가의 차인들 - 대각의천 | 진각혜심 | 진정천책 | 원감충지 | 백운경한 | 태고보우 | 나옹혜근
5장 관료와 문인들의 차 문화
1. 개관
2. 다시
3. 유가의 차인들 - 이자현 | 정지상 | 임춘 | 김극기 | 곽여 | 홍간 | 최자 | 김지대 | 이연종 | 이인로 | 이규보 | 이제현 | 민사평 | 이곡 | 유숙 | 이색 | 이종학 | 정몽주 | 김구용 | 성석린 | 이숭인 | 한수 | 안축 | 길재 | 이원
6장 기타의 다사
1. 다원
2. 다소와 공다
3. 다석과 다점
4. 투다와 서민의 차 생활
5. 다구 - 가루 내는 다구들 | 끓이는 다구들 | 마시는 다구들
제6부 조선 전기의 차 문화
1장 개관
2장 궁중의 차 문화
1. 개관
2. 다방과 사존원 - 설치 | 소임 | 관원
3. 의식다례
3장 사원의 차 문화
1. 개관
2. 선가의 차인들 - 함허기화 | 벽송지엄 | 허응보우 | 청허휴정 | 정관일선 | 운곡충휘 | 부휴선수 | 사명유정
4장 관료와 문인들의 차 문화
1. 개관
2. 다시
3. 유가의 차인들 - 원천석 | 권근 | 이행 | 변계량 | 하연 | 유방선 | 정극인 | 김수온 | 서거정 | 이승소 | 김시습 | 김종직 | 유호인 | 남효온 | 조위 | 정희량 | 이목 | 홍귀달 | 성현 | 이식 | 홍언필과 섬 | 김안국과 정국 | 이행 | 소세양 | 서경덕 | 정사룡 | 주세붕 | 박상과 임억령 | 이황 | 최연 | 정유길 | 황준량 | 권벽과 필 | 권호문 | 고경명 | 이이 | 이산해 | 김성일 | 유성룡 | 최립 | 이정암 | 양대박 | 임제 | 이호민 | 차천로 | 심희수 | 이항복 | 허균 일가 | 유몽인 | 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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