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도시의 내밀한 삶과 심장,
영혼을 묘사하고 싶었다”
모든 거리를 직접 걸으며 그려낸 뉴욕시의 세밀화
다양한 것들을 녹여서 진화하는 메트로폴리탄의 참모습
★★2013 미국출판인협회 우수학술도서상 사회학 및 사회복지학 부문 수상작★★
★★2015 GANYC 어워드 최우수 저술상 수상작★★
대도시란 무엇인가? 대도시는 어떤 경로를 거쳐왔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대도시는 그야말로 거대하고 복잡한 대상이어서,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난감해지기만 한다. 대도시에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수없이 모여들며, 이들이 대도시를 정의하는 동시에 대도시가 사람들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뿌리, 언어, 문화와 꿈을 가지고 서로 부딪히고 합쳐져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없는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최소한의 범주화가 가능하다고는 해도, 결국 대도시를 이루는 개인의 욕망과 꿈은 항상 개별적이며 더러는 의외의 사건이 된다. 그리고 그런 개인들의 이야기야말로 대도시의 내밀한 삶과 심장이며 영혼이다.
그러니 대도시는 구조적인 분석 틀로 일목요연하게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를 연구하려고 마음 먹은 이 책의 저자는 하나의 관점이나 포괄적인 통계에만 의존하는 대신 ‘모든 거리를 직접 걸어보기’라는 대담한 방식을 택했다. 바로 민족지학적 방법론ethnographic method이다. 대도시의 대표 격이며 수많은 민족과 인종, 종교의 용광로인 뉴욕을 연구하는 만큼, 일목요연한 담론을 제시하기보다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벌어지는 사건들에 직접 참여한 것이다. 그렇게 수행된 연구의 요체는 그간의 도시 연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구체적인 목소리와 질감, 풍경이다. 1만여 킬로미터를 걷고 수백 명과 대화하며 얻은 통찰로 가득한 이 책에서 독자는 연구실을 벗어난 연구자의 시선으로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속속들이 탐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어디서 왜 사는가?
뉴욕은 여러 개별 커뮤니티의 집합체인 동시에 통일된 전체로서 나타난다. 다섯 개의 버러borough(뉴욕을 구성하는 자치구), 그 속 수많은 네이버후드neighborhood, 커뮤니티, 거리에는 저마다의 역사와 규칙, 관습, 문화가 있다. 이들 작은 단위는 각각이 하나의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뉴욕 시민들에게는 ‘뉴요커’라는 집단적 정체성 또한 존재한다. 문화 중심지, 다양성의 총본산, 젊음과 열기의 도시라는 뉴욕의 명성을 자랑스러워하고 기꺼이 뉴욕의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는 것이다.
특정 집단이 특정 지역에 정착하는 이유로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들은 자연스레 분위기가 친절하고 따뜻한 커뮤니티로 모인다. 또한 레크리에이션 시설, 쇼핑 공간 등 편의 시설과 좋은 교통, 교육 입지에도 반응한다. 저자는 지역의 정원이나 공원 또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역사나 문화유산도 지역의 명성cachet(후광)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요인이 된다.
뉴욕에서 치안, 안전은 특히 중대한 기준이다. 오랜 시간 뉴욕은 범죄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저자는 행정부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뉴욕이 훨씬 안전해졌음을 공들여 주장한다. 통계로 봐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 점은 분명하다. 다만 아직 위험이 실재하는 지역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런 지역 주민들은 뉴욕이 안전해졌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
이민자들의 도시, 뉴욕
이민은 뉴욕을 정의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1960년대 이후 300만 명 이상이 뉴욕으로 이민해왔다. 이민자들의 에너지와 야망은 도시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도시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다양한 종교적, 민족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은 각자의 이유로 그 정체성을 유지하기도 하고 미국에 적응하기도 한다. 기존 주민과 이민자들이 서로 잘 화합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잘 섞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같은 민족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 사이에서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갈등과 분리가 생겨나곤 한다. 이 모든 이합집산, 연결과 단절, 화합과 긴장의 화학반응을 통해 뉴욕은 계속해서 풍성해지고 있다.
저마다 모여 사는 경향이 있더라도, 이민자들은 경제활동을 벌이는 낮 시간에 수많은 뉴요커와 접촉하고 교류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개인과 집단이 서로를 인식하고 관계를 쌓게 된다. 아시아계 교사가 히스패닉계 학교에서 일하기도 하고, 이슬람교를 배경으로 둔 어린아이들이 유대인 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 들어 인종 간 결혼이 전국적 트렌드로 자리 잡기까지 했다. 예를 들어, 저자가 만난 어떤 의사는 아버지가 유대인이고 어머니가 멕시코인이어서 설문조사에서 인종을 묻는 칸을 비워두곤 한다.
뉴욕 이민자를 이야기하자면 약 60만 명으로 추정되는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놀랍게도, 저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서류 미비자들을 적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서류 미비자들은 주로 기피 대상인 저소득 노동의 주 공급자이며, 사람들은 이에 대해 고마움과 부채감 등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는 듯하다.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정책을 이어나가느냐에 따라 처지는 달라지겠지만 이들이 뉴욕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도시의 과제 혹은 원동력, 젠트리피케이션
지난 25년간 젠트리파이어가 뉴욕으로 대거 이주했다. 주로 젊은 전문직 종사자인 이들은 늘어난 일자리, 편리해진 교통, 풍부한 문화적 자본과 개선된 치안 행정 등에 이끌렸다. 한 세대 전에는 이들의 부모가 뉴욕에서 뉴욕 밖으로 이주했다면, 이제 반대 방향으로의 이주가 뉴욕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들도 이민자 집단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성향에 따라 기존 주민들과 섞이거나 불화를 일으킨다. 젠트리파이어들 사이에서도 가치관에 따라 뚜렷한 차별점이 보인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 자체도 보통 불균일한 과정이며, 젠트리피케이션이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은 지역과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는 지역이 복잡하게 얽혀 혼재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입된 젠트리파이어가 기존의 빈곤층을 대체하는지 아닌지는 오랜 시간 논쟁의 대상이었다. 저자는 대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나 대체의 정도는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빈곤층의 생활을 개선시켜 이주가 일어나지 않는 지역도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분명 질이 낮은 주거지역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 각종 편의 시설과 새 주택을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새로 개업한 카페에서 케이크 한 조각 4달러나 한다는 사실에 진저리를 치는 할렘의 한 주민처럼, 유입된 이들의 취향만을 반영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기존 주민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대체로 젠트리파이어들이 기존 주민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대신 젠트리파이어는 젠트리파이어끼리 더 뭉친다. 이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선호하고, 새로 자리 잡은 지역에 능동적으로 소속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지역에 다양성을 불러일으킨다. 원래 거주하던 종교, 인종, 민족적 집단 사이에 여러 출신과 배경을 가진 새로운 이들이 끼어드는 것이다. 히스패닉계였던 지역에 백인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아일랜드계였던 지역에 흑인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 이질적인 주체들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나감으로써 정체되어 있던 지역에 활기를 불러온다.
동화同化될 것인가,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가
수많은 시민 사이 활발한 교류로 인해 다양한 인종, 민족, 종교 정체성이 곧 희석되어 하나로 뭉뚱그려질 것 같지만, 저자는 어디까지나 정체성은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분되기를 원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화同化되기를 원하는지는 저마다의 처지와 맥락에 달려 있다. 서로 다른 이들이 점점 더 동화되어가는 경향은 뉴욕이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관대한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그 수많은 사람이 정체성 불명의 뉴요커로 환원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각자의 정체성은 그저 사실의 문제로,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대도시의 다양성에 굳은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35년 동안 뉴욕에서 편견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은 뉴욕의 다양성에 있어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며, 사람들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살 수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수많은 정체성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정체성이 각자를 옥죄지 않는 방향으로 인식이 변하고 있다. 피부색, 국적, 인종, 종교, 출신지, 성적 정체성 등 개인을 규정하는 여러 성질은 그저 성질일 뿐 이제 절대적이지 않다. 뉴욕의 에너지는 여기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윌리엄 B. 헬름라이히
1945년 스위스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 자녀로 태어났으며 1946년 미국으로 이민해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에서 성장했다. 예시바대학을 졸업하고 워싱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유대인을 포함하여 다양한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주로 연구했다. 오프라 윈프리, 래리 킹과 인터뷰하는 등 미국 주요 매체에도 자주 등장했으며, 『뉴욕타임스』 『LA타임스』 『뉴스데이』 외 여러 언론 매체와 학술전문지에 칼럼을 기고했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뉴욕시립대 대학원 사회학 교수 및 시티칼리지 부학장을 지냈고, 예일대학에서도 강의했다.
총 18권의 저서를 집필했으며, 주요 저서로는 『내가 왜 그랬을까What Was I Thinking?』 『그들이 당신 뒤에서 하는 말들The Things They Say Behind Your Back』 『비행 경로Flight Path』 『모든 역경을 넘어Against All Odds』 『검은 십자군The Black Crusaders』 『아무도 모르는 브루클린The Brooklyn Nobody Knows』 『아무도 모르는 맨해튼The Manhattan Nobody Knows』 등이 있다.
옮긴이 : 딜런 유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LG종합상사에서 근무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시립대학교 MBA를 거쳐 2000년부터 미국의 금융정보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일본에 간 베이브 루스』가 있다.
목 차
들어가며
뉴욕 지도
1장 뉴욕의 내밀한 삶과 심장
2장 핫도그, 꽃, 꿈: 새로 온 이들
3장 다이너, 사랑, 엑소시즘, 양키스: 뉴욕의 커뮤니티
4장 바차타 춤, 보체 게임, 중국 학자의 정원: 도시를 즐기기
5장 타르 해변, 보도 위의 조각, 아일랜드 자유의 투사, 슈퍼맨: 빅 애플의 공간들
6장 워싱턴하이츠에서 허드슨하이츠까지, 소호에서 소하까지: 젠트리피케이션
7장 동화될 것인가, 구분될 것인가: 뉴욕의 민족-종교적 미래
8장 결론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네이버후드 용어집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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