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3년의 사랑 그리고 4년의 이별,
우리가 결국 내가 되기까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별, 나는 언제나 너무 더디다”
한순간 사랑에 빠지고, 작은 스마트폰에 의지해 나라를 넘나드는 관계를 이어가고, 결국 4년에 걸쳐 헤어지는 이야기. 누군가에겐 흔하디흔한 사랑 이야기, 하지만 누군가에겐 삶을 뒤바꾼 이야기.
『너의 이야기를 쓰려던 건 아니었는데』는 헤어진 뒤 우리에서 내가 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실연투쟁기다. 사랑이 끝난 후 열정이 불안으로 불안이 현실로 나타나는 과정을 목도하고,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실연이라는 구태의연한 시기를 견뎌내면서, 남겨진 사람의 하루하루가 어떤 식으로 변해가는지 응시한다. 또한 실연이라는 작은 비극 속에서도 여전한 일상의 반짝임에 주목하고, 외로움을 통과하며 회복해가는 헤어짐의 지난한 과정이 담겨 있다.
“다시 만나고 싶어.”
네가 내 손에 더운 손가락을 올렸다. 체온이 조심스럽게 스쳐 지나갔고 0.1밀리미터의 벽이, 스친 부분을 중심으로 허물어지듯 벗겨졌다. 흔적도 없이 미끄러진 벽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맘껏 솔직해지고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 상처 받을 것을 알아도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었다.
스며들고 싶었다.
사랑의 시작이었다.
_24~25쪽에서
두꺼운 벽을 밀고 들어와 “애초에 선 하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시작된 연애는 서로 머무는 나라가 다른 것도 문제되지 않았다. 속수무책으로 “온 힘을 다해 녹아내리는 것밖엔 할 수 없”어 상대가 영원히 알지 못할 야심을 품은 채 사랑을 이어나가기로 한 두 사람. “픽셀이 깨진 직사각형 프레임”에 의존해 서로에게 인사하고 애가 닳으면서도 그리워하는 일쯤이야 쉽게 느껴질 정도로 애쓰며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나 그 빛나던 사랑도 결국 시간 앞에, 거리 앞에 굴복하고 만다.
“응. 얘기 잘하고, 내일 만나.”
만나긴 무슨. 하지만 중의적 표현이라 할지라도 너와 나는 내일도 화면 속에서 만날 것이다.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만나는 것처럼 사랑할 것이다.
_81쪽에서
그와 연락이 끊어지고 생활은 완전히 엉망이 됐다.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굴었다. 특히 그와 통화하던 자정 무렵만 되면 거울 한 번 들여다보고 전화나 문자를 기다렸다. 다른 일을 해보려 애쓰긴 했다. 늘 실패했지만.
_93쪽에서
헤어지고도 여전히 연락하며 지내던 두 사람, 작가는 “이별의 인사 치고는 긴 연락을 지속”하며 이 시간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애걸한다. 그러나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가고 그사이 다른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던 작가는 결국 인정한다. “그와의 이별은 아주 느린 사랑을 복습하는 과정”이었음을. 이별하고도 매해 그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는 말을 듣기도 하며 이별을 향한 발걸음을 치열하게 이어간다.
앞의 숫자는 달라져도 날짜도 시간도 돌아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의 생일이 눈앞이었다.
그가 내 곁에 없다는 것을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3년을 만났고 그보다 오래 헤어졌다. 더는 자학하듯 그의 행복이나 불행을 빌지 않는다. 무엇이 그를 특별하게 했을까. 어떤 이유로 그 사람은 지워지지 않을까. 묻고 또 묻던 날들도 버려졌다. 하지만 짝사랑은 가실 줄을 모른다.
_227쪽에서
“언젠가 들어본 노래처럼 진부한 사량 이야기라 할지라도 어딘가의 당신이 나도 그렇다고 위안받는다면 이 글의 쓰임은 충분할 것 같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헤어지고 4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한 사람이 아픔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상실로 인해 성장해가는 삶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그때의 내 사랑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지금의 사랑을 굳건히 지키겠다 다짐하고, 누군가는 다가올 사랑을 준비할 테다. 복잡한 현실의 상황 따윈 접고 이 책을 펼쳤을 때만큼은 사랑 하나만 떠올릴 수 있기를. “네가 너라서, 너를 사랑하는 내가 나라서 위안이 되었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작가 소개
지은이 : 윤설야 尹雪夜
라디오 작가, 가끔은 노랫말을 쓴다.
태어난 우도에선 문방구집 손녀로, 자라난 제주에선 빵집 딸로 불렸다. 유년 시절 한때는 돼지와 우물이 있는 집에서 살며 바다와 놀았고, 어른이 되어서는 홍대클럽에서 음악을 틀기도 했다. 20대 초반, 몇 년간 토이 홈페이지에 노래 추천글을 올리다 〈유희열의 ALL THAT MUSIC〉 음악작가로 발탁되어 〈유희열의 라디오천국〉까지 함께하는 성덕이 된다. 이후 구성작가로 〈푸른밤, 정엽입니다〉 〈창민의 가요광장〉 〈밤의 창가에서, 이지형입니다〉 〈이상호의 드림팝〉 등의 프로를 거쳐, 현재 〈영화& 박선영입니다〉에서 글을 쓰고 있다. 샘 김의 〈노 눈치〉 〈YOUR SONG〉, 슬로우 쥰의 〈4월 이야기〉 등의 노래를 공동 작사했고 때로는 콘서트 무대 위 뮤지션을 위한 말을 적는다. 학자였던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본명 ‘雪夜’의 이름값을 하며 사는 것이 커다란 꿈 중 하나다.
첫 책으로 무엇을 꺼내놓아야 할지 오랜 시간 고민하다 모서리 접어놓은 글의 대부분이 한 사람에게로 흐르는 연서임을 깨닫고 용기를 냈다. 언젠가 들어본 노래처럼 진부한 사랑 이야기라 할지라도 어딘가의 당신이 나도 그렇다고 위안받는다면 이 글의 쓰임은 충분할 것 같다.
목 차
서문
1년. 영원히 알지 못할 욕심이 고였지
괜찮은 하루
벽이 녹아내릴 때
내 안의 둥지 본능
밤수영
너는 나를
영원히 너는 알지 못할 내 야심이 고였지
결혼식과 모래사막
아직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카레 의식
내일 또 만나요
투명한 콘크리트
2년. 모든 사랑은 짝사랑이 된다
공백과 밀도
라면 한 그릇과 타이레놀 한 박스 1
라면 한 그릇과 타이레놀 한 박스 2
속아도 꿈결
의미 수집가
이 세계의 포옹
다가오는 그의 생일은 1
한숨
3년. 우리는 다시 내가 되어
산책
이 밤 아래 우리들은 모두 같아
경계 위의 작은 집
나의 산토리니
푸른 눈동자의 미래
로맨스는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1
로맨스는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2
다가오는 그의 생일은 2
오늘도 마음껏 안녕히
4년. 외로운 당신에게 외로운 내가
안부
하루 지난 생크림케이크
나만의 귤 까는 방법
꿈에서 본 너는
둘이 아닌 내가 되었다
언제든 올 수 있는 미래를 향해
다가오는 그의 생일은 3
어떤 모임
휘청거려도 똑바로 섰다
외로운 당신에게 외로운 내가 여기 있다고
마지막 인사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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