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자

★ 철호의 마음 의자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요?

철호의 마음속에는 마음 의자가 있습니다. 마음 의자는 누가 앉느냐에 따라 마음이 바뀌는 마법의 의자이지요.

어느 순간 철호가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다 보니 마음 의자도 마침 텅 비어버렸어요. 이때를 노려 저마다 다른 이름과 특징을 가진 마음 친구들은 빈 의자를 차지하려 다툽니다.

맨 먼저 마음 의자를 노린 건 ‘공부벌레’입니다. 공부벌레가 마음 의자에 앉으려 하자, 철호는 학원 숙제를 안 해놓은 걸 떠올려요. 그때 ‘놀자놀자 삼총사’가 나타나 공부벌레를 쫓아냅니다. “네가 거기 앉으면 철호는 행복할 수 없어!” 놀자놀자 삼총사의 등장에 철호가 숙제를 덮고 놀려고 하자 ‘막먹는 하마’가 나타나요. 문득 배가 고파진 철호는 먹을 것을 찾으러 갑니다. 그런데 냉장고 앞에서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네요. 이때 건드리면 머리에서 불이 나는 불고릴라가 나타납니다. “누가 날 건드렸어!” 힘없는 공부벌레, 왁자지껄 놀자놀자 삼총사, 배고픈 막먹는 하마, 머리에서 불이 나는 불고릴라가 서로서로 마음 의자를 빼앗으려 아수라장이 되었어요.

“으아악, 몰라. 몰라. 다 싫어!” 이쯤 되자 철호는 발끈 짜증을 터뜨리며 ‘에잇, 모르겠다.’라는 심정이 되고 맙니다.

이렇게 어수선해진 가운데, 철호의 마음 의자를 차지하는 건 누가 될까요? 누가 마음 의자에 앉아야 철호가 행복해질까요?

★ 시시각각 주인이 바뀌는 마음 의자는 내 마음속에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바뀝니다. 기분이라는 건 상황에 따라 마음에 생겨나는 유쾌함이나 불쾌함 같은 감정을 말하지요. 마음은 내게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같은 일을 대하는 내 생각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철호의 마음 의자를 차지하려고 여러 이름의 마음 친구들이 실력을 겨루듯이, 우리 안에서도 여러 색깔을 가진 감정들이 자리다툼을 합니다.

철호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 마음을 방문하려는 여러 감정들에 이름을 붙여보는 연습을 해봅시다.

별것 아닌 일로 발끈, 화가 날 땐 내 마음 의자에 앉으려는 ‘짜증’이란 이름의 마음 친구에게 말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가 아파하는 걸 보고 같이 울고 싶어지면 내 마음 의자에 앉은 ‘슬픔’이란 마음 친구를 가만히 안아줘 보세요. 친구들과 놀 때 ‘즐거움’이란 마음 친구가 의자에 앉으려 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의자를 독차지할 수 있도록 다른 마음 친구들은 잠시 멀리 떨어져 있게 하면 좋겠지요.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 아빠 때문에 마음 의자에 ‘억울함’이나 ‘분노’ 같은 마음 친구들이 앉으려 하면 “나는 지금 억울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도 해 봅시다.

이렇게 내 마음 의자에 앉으려는 여러 친구들과 두루 친해지는 법을 배워나가다 보면, 어떤 일이 생기든 나를 편안하게 해 줄 마음 친구를 내 마음대로 앉힐 수도 있을 거예요.

허아성

이야기가 좋아 매일 쓰고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꿈의 자동차》, 《날아갈 것 같아요》, 《끼리끼리 코끼리》, 《사자도 가끔은…》, 《뻥! 나도 축구왕》, 《꿈의 집》이 있으며, 글을 쓴 책으로 《내가 더더더 사랑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