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사티와 흰 돌을 명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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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오소후
출판사항청어, 발행일:2022/07/20
형태사항p.128 A5판:21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855054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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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시인의 말


책머리에 붙여


음악을 듣는다. 흰 돌을 바라본다. 요즘 말로 돌멍을 한다. ‘난 그대를 원해(Je te veux)’는 에릭 사티(Erik Satie)의 곡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냥 하고 싶은 행위를 하면 된다. 사티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 라투르의 시 「오래된 것들」에서 영감을 얻은 ‘세 개의 짐노페디’로 바뀐다. 어디 먼 데서 오는 찬양의 소리, 빛의 흔들림 그렇게 느꼈다. ‘벡사시옹’ 곡은 840번을 반복해서 연주하라고, 어떤 곡은 마딧줄이 없다. 단순함을 갈망했다면 그가 추구한 영지(靈知; gnosis)란 무엇이었을까.


저 변할 줄 모르는 흰 돌 한 개는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또한 더 이상 단순할 수가 없다. 겨우 840번의 밀려오는 파도 치기를 받아냈겠는가? ‘멀리서부터 자신의 내면에게 집요하게 질문하며 통찰력으로 무장하여’ 이런 곡 앞의 지시어는 초발심자경문을 읽는듯하다.


도입부도 종결부도 없이 침묵의 언어가 담긴 음악은 시간을 초월한다. 프네우마(Divine Spirit)를 아는 것은 동서양을 관통한다. ‘느리게(Lent)’ 그러나 ‘놀라움을 가지고’, ‘절제해서’, ‘확신과 절대적 슬픔을 가지고’ 이렇게 지시어는 더욱 특이해진다. ‘매우 기름지게 혀끝으로’ ‘구멍을 파듯이’ ‘치통을 앓는 나이팅게일처럼’ ‘너무 많이 먹지 말 것’ ‘난 담배가 없네, 다행히 담배를 피우지 않는군’ ‘뻔뻔함’ ‘유쾌한 절망’ ‘바싹 마른 태아’ ‘개를 위한 엉성한 전주곡’ 등.


작곡가 다리우스 미요, 시인 콕도, 화가 피카소, 사진작가 만레이는 ‘예술의 일상성’을 취했다. 사티도 추구했다. 그가 작곡한 ‘절대적 슬픔’은 먼 곳을 응시하는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한다. 이제 나도 들어도 좋고 안 들어도 좋은 사티의 은자의 음악을 듣는다. 안 듣는다. 일어나서 커피 물을 끓이거나 샤워실로 가거나 먼지를 닦기도 한다. 27년을 방문자 없이 혼자 지낸 사티. 나와 관류하는 ‘지긋지긋한 고상한 왈츠’ 같은 패턴이다. 나는 22년째 혼자 지낸다.


꽃과 구름을 버리지는 못했지만, 저 하찮은 돌 그리고 63년째 가지고 있는 옥돌 원숭이 비례물청(非禮勿廳)의 조형물이다. 불과 약지 두 마디 크기이다. 초등학생 때 소풍 가서 지금 해남 대흥사 입구 가게였다. 용돈으로 먹을 것을 사지 않고 이 완구라기엔 너무 생뚱한 물건을 왜 샀을까? 그리고 수없이 이사를 했어도 언제나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나의 시에 이런 제멋대로 또는 극피주의자 같은 명상 등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음이 든다. 에릭 사티 덕분이다. 그노시엔느를 들으면서 아니 듣는 둥 마는 둥 도다리쑥국을 끓인다. ‘쥬 뜨 브(Je Te Veux; 그대를 원해)’를 들으며 사티의 단 한 번의 연애가 얼마나 스윗 했을까 아니었을까 나도 좀 이상한 제목을 붙이고 특이한 부제를 달고 나만의 사유를 펼쳐보고 싶다.


임인년 4월,

지훤당에서

오소후 쓰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오소후

본명: 오영순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태생.

전남여자고등학교 졸업. 전남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경상대학원 EDPS 연구 과정 수료. 호남대학교 대학원 국문학석사.

무등일보 신춘문예(2001) 「문득 도리포에 이르러」 당선. 시집 『좀꽃마리』 『스미다』 『한 점 블루』 『나의 슈바빙, 나와 걷기』(제10회 국제펜광주문학상 수상, 2013). 동인지 《기픈시》(1~23권), 《전남여고문학》(1~8호) 출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광주문인협회 회원.

광주시인협회 초대 부회장 역임.

전남과학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목 차

책머리에 붙여


1. 호머 비아트로


봄·밤·봄비

산수동

시라의 품바타령

카발라(Cabbala)

수달래꽃으로

책이 된 여자

말은 고산식물이 아니다

금강계(錦江稽)

봄비 그리고 에세닌

선흘곶자왈 동백나무숲길에서 멀꼬깍습지까지

기어이


2. 세 개의 짐노페디


은화과(隱花果)

초여름 연가

계뇨등을 보며

우묵개해안

거기, 가란도 향기로워라

가시에 대하여

의문

소댕이나루

긴몰개를 보고 싶다

기쁜 우리 젊은 날, 날

수성리

밤바다로 간다

쓸쓸한 변주곡


3. 아포리아, 막다른 골목


흰 돌을 명상하다

굴포항, 졸복탕

가파도, 가파도

4.9㎞

55일

가정역(柯亭驛)으로 가리

숟가락과 숟가락 사이

배재에서 산음까지

얼하이 연가

소금창고


4. 애양단, 파리로 가다


그리운 아버지께

해인초(海人草)

정기록(正氣錄)을 읽으며

요새 풍류

작은 응원 한다

운업(芸業)

아버지의 집

물보라길을 간다

눈바다, 죽해

가수리 동구

그 계곡, 으흐랄라

풋늙은 호박 한 덩이


5. 아가니페, 정신 뻥나게


석등(石燈)

나의 향두가(香頭歌)

아고산대(亞高山帶)

배우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회유해면(廻遊海面)

소쇄원, 환상의 헤테로토피아

오, 그건 안 돼

워터월드


6. 아타락시아


우금암도(禹金巖圖)

어떤 여행자

율동

산자고 곁에서 약수를 마시다

생이돌에 앉으면

아직도 캄캄한 그 자리, 본래면목

너와 함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홍어연가

설원리 모과

절정체험보류기


『에릭 사티와 흰 돌을 명상하다』를 읽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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