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히로시마 원폭으로 희생된 한 가족의 비극
사진을 통해 다시 살아난 가족의 존재
이 가족이 살아 있었다는 사실은 결코 지울 수 없다
스즈키 가족은 모두 6명이다. 아버지 로쿠로 씨는 히로시마의 하리마야 마을에서 이발소를 운영했으며 취미는 가족사진 찍기, 엄마 후지에는 아버지의 이발소 일을 옆에서 도왔다. 차분한 성격을 지닌 장남 히데아키는 동생들과 잘 놀아주는 착한 아이였고, 그 밑의 동생 기미코는 여자아이지만 꽤 장난꾸러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전쟁 중에 동생 마모루와 아키코가 태어났다. 거기에 강아지 니이와 고양이 쿠로도 한 가족이다.
전쟁 중임에도 가족사진에는 평화롭고 단란했던 가족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 아이들이 장난치며 노는 모습, 애완동물들과의 행복한 순간, 친척과 나들이 갔던 추억. 우리를 흐뭇하게 미소 짓게 만드는 사진 속 행복한 모습이 역설적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1945년 8월 6일 아침 8시 15분, 한 발의 원자폭탄이 한 가족을 비극으로 몰아넣었다.
아버지 로쿠로 씨는 구호소에서 사망했고, 소학교에 함께 있던 히데아키와 기미코는 함께 피난을 갔지만 결국 사망했으며, 어린 두 동생 마모루와 아키코는 잿더미 속에서 하얀 뼈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우물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원자폭탄이 가족의 모든 것을 빼앗았지만 이 가족이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결코 지울 수 없다. 가족사진을 통해 사라진 가족은 70년 만에 우리 곁으로 다시 살아 돌아왔다.
아버지 로쿠로 씨가 정성 들여 정리한 사진첩 속 한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천 주머니 속에는 새우가 대여섯 마리,
즐거운 여름 아침이다.
내 어린 시절과 똑 닮았다.
내 아이들이 내 뒤를 따를 것이고,
그다음 세대 아이들도 같을 것이다.”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1945년 8월 6일, 미국에 의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상공 600미터에서 폭발하여 그 열선과 방사선이 순식간에 히로시마를 감싸 폭풍을 일으켰고, 폭심지에서 반경 약 2킬로미터 권내 건물은 대부분 쓰러지고 불에 탔다. 당시 히로시마에는 약 35만 명의 사람들이 살았고, 원폭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14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에는 조선, 대만, 중국인들과 미군 포로들도 포함되어 있다.
찌는 듯이 더운 8월이 되면 태평양전쟁의 종전과 일본 식민지로부터의 해방 등 과거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의해 야기된 역사적 사실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이 뜨겁게 일어난다. 일본에 대해서도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가해자로서의 진정한 사과도 없이 원폭으로 인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통해 정치적으로 원폭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명을 앗아갈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으며 전쟁을 통해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에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한 가족의 비극을 다룬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우리 마음속에 평화의 작은 씨앗이 자라나길 바란다.
지금으로부터 오래되지 않은 시대에 이 가족과 마찬가지로 전쟁이나 원폭으로 목숨을 잃은 많은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또,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는 일본뿐만이 아니었다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주변의 누군가와 생명과 평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사시다 가즈
사이타마에서 태어났습니다. 출판사에서 어린이 잡지, 가정 잡지 등의 편집 일을 하다 작가가 되었습니다. 생명, 평화, 자연에 관심이 많아 이와 관련된 일을 취재하며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한신 대지진에서 피해를 입고 가족을 잃은 아이들의 마음을 그린 『그날을 잊지 않으리-아득히 먼 해바라기』와 오랫동안 히로시마를 취재해서 쓴 『히로시마의 피아노』, 『히로시마 생명의 물』, 『바다를 건넌 히로시마 인형』 등이 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을 배경으로 한 『높은 곳으로 달려!』와 『코스모스 공원의 아이들』을 썼습니다.
옮긴이 : 김보나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지금은 일본 도쿄의 어린이집에서 매일 어린이들과 그림책을 읽으며 지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어른을 위한 그림책테라피를 알게 되었고, 그림책테라피를 통한 치유의 경험을 계기로 그림책테라피스트가 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어린이와 어른의 마음에 다가가는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쓰고 옮긴 책으로 스승 오카다 다쓰노부와 함께 기획·구성한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가 있고, 그림책 『내가 잘하는 건 뭘까』, 『별 별 초록별』, 『기차 와요?』, 『왜 좋은 걸까?』, 『커다랗고 커다란 물고기』, 『작은 마을』, 『미카의 왼손』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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