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국문학자로서, 굴곡진 현대사를 건너오면서도 주변의 사물과 자연에서 삶의 진리를 찾고 서정의 미학을 펼쳐낸 오세영 시인의 삶이 신작 산문집 『곡선은 직선보다 아름답다』에 응축되어 있다. 그가 수십 년 학자이자 시인으로서 학술서 이십여 권, 시집 삼십여 권 남짓을 펴내면서 그동안 다하지 못했던 말들과 지난날들에 대한 회고를 솔직하게 술회하고 있다. 평생 학문과 문학에 정진한 저자의 일상에서 얻어진 자기 성찰의 기록이자 인생의 관록이 담긴 이 산문집은 독자들에게 인문학적 사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세영 시인은 가볍게 지나치기 쉬운 일상적인 것들에서도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발견하는 데, 특히 자연 속에서 느끼는 인간 삶의 참다운 진리가 그것이다. 섬진강변을 따라가다 우연히 마주친 수양벚꽃이 선사하는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광경, 그리고 이듬해 다시 찾은 그곳에서 만개한 벚꽃 무리를 보는 것에도 무수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산사에서의 적막한 하루를 보내던 필자가 세간에 불길한 징조로 여기는 새인 까마귀가 겨울을 나는 모습을 보면서, 선입견으로 가득 찬 인간 세계가 지향해야 할 지점을 발견한다.
바퀴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고 좌석이 혼잡한 열차 안일지라도 굽이굽이 산기슭을 돌고 윤슬이 보이는 강변을 지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여행을 떠나는 설렘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목적지에 조금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 강에는 다리를 세우고 산을 깎아 허물고 터널을 만들어 직선으로 득달같이 달려가는 오늘날, 물질과 자본에 종속되어버린 시대에 인간성이 무너지고 인정이 사라진 우리의 삶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 소개
오세영
1942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장성, 광주, 전북 전주 등지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박목월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저서로는 학술서 『한국 낭만주의 시 연구』 『20세기 한국 시 연구』 『한국 현대시 분석적 읽기』 『문학이란 무엇인가』 등 23권, 시집 『무명연시』 『밤하늘의 바둑판』 『북양항로』 등 27권, 기타 산문집들이 있다.
목 차
▪작가의 말 : 수필에 대하여
제1부 내 시의 현주소
내 어찌 한시라도 잊을 수 있으랴 / 댓돌 위의 하이얀 고무신 / 서하초등학교의 벚꽃 / 들꽃 / 자작나무 / 앞산의 눈 / 차고 하얀 겨울 산에서의 명상 / 새봄을 기다리는 마음 / 동화(童話) / 새해 아침에 / 엄지손가락의 그 피 한 방울 / 한강, 서울의 젖줄 / 집이 우는 소리 / 내 가난한 작은 항구 / 매년 피는 꽃은 다르다 / 아아, 북한강(北漢江)
제2부 떠날 때는 스스로
나의 기원 / 내 테이블 위의 초콜릿 한 상자 / 이름에 관하여 / 내 이름 오세영 (1) / 내 이름 오세영 (2) / 없는 듯이 뒷줄에 / 휴대전화 메시지 / 봉변 / 나도 나를 모르는 / 전원일기 / 낯선 것들을 대하는 즐거움 / 칠산 앞바다가 보이는 언덕길 / 내빈 소개 / 전단지 / 시의 언어 / 잃어버린 그 무엇이 있을 것 같은 / 아이오와대학 캠퍼스의 오리 떼들 / 이름도 모르는 그 칠레의 청년 /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 여행 중에 겪은 일들
제3부 단상
정치와 명예 / 진실에 이르는 길 / 바스티유 오페라좌 / 부끄러워하자 / 이 몸이 죽고 죽어 / 국민 2.6명당 자동차 한 대 / 고속열차 유감 / 곡선은 직선보다 아름답다 / 거짓의 진실과 사실의 진실 / 아는 것이 힘이다? / 인문학은 인문학이다 / 식생활과 민족의 정체성 / 이름의 순서 / 현실과 이념 / 광장을 만들자 / 사고 다발 지역 / 아아, 동십자각 / 부화뇌동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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