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세월이 흘러도 <어린 왕자>를 만나면
당신은 사막의 우물처럼
깊어지고 풍부해집니다.”
● 편집자의 말 “우리들 마음이 저랬을까요?”
책을 읽다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울음을 꾹꾹 참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전철 안에서였지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 제제가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외설스런 노래를 부르다가(제제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불렀지요), 아버지에게 가죽띠로 죽도록 맞는 장면이었습니다.
<어린 왕자>를 읽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신 적이 있나요. 어린왕자가 웃고 있는 별요. 저는 원고를 살피다가 밤이 아닌 낮에, 창문을 열고 하늘을 더러 바라봤습니다. 어린 시절에 읽을 때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세파에 시달리기 전의 우리들 마음이 저랬을까요? 사막의 깊은 우물 같은 말들이 나올 때마다, 어린왕자가 작은 별에 두고 온 길들인 장미들을 떠올리며 마음 아파할 때마다, 저는 창문을 열고 하늘을 봤습니다.
어린왕자는 어느 먼 별에 마음을 준 장미를 두고 왔지만, 우리들은 지구 이 초록별 구석구석에 어떤 영롱한 마음을 흘리고 온 것 같아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 아름다운 문장들
“당신은 나를 알았다는 게 행복할 거야 .
당신은 언제나 내 친구일 거야.
당신은 나와 함께 웃고 싶어질 테지.
그러면 당신은 때때로 창문을 열고,
즐거워하며, 그처럼 웃을 테지…….”
“사람들은 더 이상 어떤 것도 알 시간이 없어.
그들은 가게에서 전부 준비된 것을 사. 그러나 어디에도
친구를 취급하는 가게는 없어. 사람들은 더 이상 친구를 가질 수 없는 거야.
만약 네가 친구를 원한다면, 나를 길들이렴!”
● “특별한 번역의 <어린 왕자>”
- ‘tu (너)’와 ‘vous (당신)’의 차이
꽃과의 갈등으로 자기 별을 떠난 어린 왕자는 우주의 여러 별을 여행하고 마침내 지구에 다다릅니다. 어린 왕자는 지구별에서 사람을 찾아 헤맨 끝에 비행기 조종사를 만납니다. 그와 친구를 맺은 뒤, 어린 왕자는 두고 온 꽃 을찾아 자기 별로 돌아간다는 게 이 작품의 줄거리입니다.
그 사이 어린 왕자는 여러 생명체를 만나는데, 그때마다 상대방에 따라 tu와 vous를 세심하게 구분해서 씁니다. 생텍쥐페리가 경우에 따라 ‘너 (낮춤말)’와 ‘당신 (높임말)’에 해당하는 말로 구분해서 썼는데, 역자는 이 부분을 아주 섬세하게 짚어냅니다. 곧, 어린 왕자는 ‘아이’니까 상대에게 존대말을 쓰고, 상대는 ‘어른’이니까 하대했을 거라는 일반적인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작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어른의 시각'입니다. 어린 왕자의 원래 어투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작품은 훨씬 품격을 더하게 됩니다. 물론 그것은 역자 임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그렇게 썼기 때문입니다.
아침의 ‘Bonjour’도 ‘안녕’, 저녁의 ‘Bonsoir’도 ‘안녕’
또한 그간 천편일률적으로 번역한 인사말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작가는 단순한 인사말 하나에도 작품의 시간 배경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지금까지의 번역은 모두 ‘안녕’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침의 ‘Bonjour’도 ‘안녕’, 저녁의 ‘Bonsoir’도 ‘안녕’, 하는 식이지요.
대표적인 예로 철로 관제사가 나오는 22장에는 ‘조명이 켜진 특급열차’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요, 기존 번역들은 인사말 ‘Bonjour’를 그냥 ‘안녕’으로 해버림으로써, 생텍쥐페리가 세심하게 드러낸 ‘이른아침’이라는 시간 정보를 누락시킵니다(읽는 이들은 모두 야간열차로 인식합니다.) 에피소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지요. 이른 아침 실내등을 켜고 달리는 특급열차를, 마치 전조등을 밝힌 밤 열차처럼 오해하여 받아들이게 됩니다.
역자는 그간의 대표적인 한국어 번역본 외에, 불어판과 <어린 왕자> 최초의 영어 판본인 미국의 캐서린 우즈 번역본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견고하고도 시적인 <어린 왕자>를 충실하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 <어린 왕자>의 마지막 문장을 비교해 보세요. 미묘하지만 중요한 뉘앙스의 차이를 느껴 보세요.
Et aucune grande personne ne comprendra jamais que ca a tellement d’importance!
• 그런데 어느 어른도 이게 그토록 중요하다는 것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리라! -기존 번역
• 그러나 어른들은 아무도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지 못할 것이다. - 기존 번역
•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어른은 결코 없을 거예요! - 새움 번역
작가 소개
지은이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1900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고자 했으나 시험에서 실패하고 미술학교 건축과에 들어갔다. 1921년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 면허를 땄고, 1926년 라테코에르에 들어가 아프리카 북서부와 남대서양 및 남아메리카를 통과하는 우편비행을 담당하게 되었다. 1930년대에는 시험비행사, 에어프랑스의 홍보담당, <파리수아르 Paris-Soir> 기자로 일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시절 모습은 『어린왕자』의 주인공과 너무나 흡사하다. 굽슬굽슬한 갈색 머리털을 가진 소년 생텍쥐페리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소한 일들을 경이와 찬탄으로 바라보았고, 유난히 법석을 떨고 잔꾀가 많은 반면, 항상 생기가 넘치고 영리했다. 감성이 풍부하고 미지에 대한 열정이 넘치던 그는 1917년 6월, 대학 입학 자격 시험에 합격한 후 파리로 가서 보쉬에 대학에 들어가 해군사관학교 입학을 준비하였으나 구술 시험에서 떨어져 파리 예술 대학에 들어가 15개월간 건축학을 공부했다. 『어린 왕자』에 생텍쥐베리가 직접 삽화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이때의 공부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 민간항공 회사에 각각 근무하다가 에르 프랑스의 전신인 라테코에르 항공사에 입사하여 『야간 비행』의 주인공인 리비에르로 알려진 디디에도라를 알게 되고 다카르-카사블랑카 사이의 우편 비행을 하면서 밤에는 『남방 우편기』를 집필하였다. 1929년 아르헨티나의 항공사에 임명되면서 조종사로 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야간 비행』를 집필했다.
1939년 육군 정찰기 조종사가 되었으며, 1940년 2차세계대전으로 프랑스가 독일에 함락되자 미국으로 탈출했다. 1943년 연합군에 합류해 북아프리카 공군에 들어간 후 1944년 7월 31일 프랑스 남부 해안을 정찰비행하다 행방불명되었다. 2000년, 한 잠수부가 프랑스 마르세유 근해에서 생텍쥐페리와 함께 실종됐던 정찰기 P38의 잔해를 발견했고 뒤이은 2004년 프랑스 수중탐사팀이 항공기 잔해를 추가 발견했다.
<남방우편 Courrier-Sud>(1929), <야간비행 Vol de nuit>(1931), <인간의 대지 Terre des hommes>(1939), <전투조종사 Pilote de Guerre>(1942), <어느 인질에게 보내는 편지 Lettre a un otage>(1943), <어린왕자 Le Petit Prince>(1943) 등을 썼다.
옮긴이 : 이정서
2014년 기본 알베르 카뮈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하는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으며 학계에 충격을 가져왔다. 작가가 쓴 그대로, 서술 구조를 지키는 번역을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의역에 익숙해 있는 기존 번역관에는 낯선 것이었다. 이후, 그는 여전히 직역을 주장하며 『어린 왕자』를 불어·영어·한국어로 비교하고 그간 통념에 사로잡혀 있던 여러 개념들, 즉 『어린 왕자』에서의 ‘시간 개념’, ‘존칭 개념’ 등을 바로잡아 제대로 된 ‘어린 왕자’를 새로 번역해냈다. 연이어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 『1984』 『동물농장』 등을 번역하며 기존 번역들의 오역과 표절을 지적해왔고, 『투명인간』에 이르러서는 오리지널 영국판과 미국판의 차이를 발견해내기도 하였다.
그밖에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카뮈로부터 온 편지』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85년 영수를 아시나요?』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와 번역 비평서 『번역의 정석』 등이 있다.
목 차
어린왕자
생텍쥐페리는 누구인가?
역자의 말
다시 찾은 '어린 왕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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