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제자리를 떠나야만 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픽션 부문 수상 작가, ‘라울 구리디’의 새 그림책 출간!
한 아이가 거대한 고래를 받쳐 들고 서 있습니다. 붉은색 고래와 대비되는 푸른색의 옷을 입고 선 아이의 발치에는 아이보다도 더 자그마한 여행 가방 하나가 놓여 있고요. 책의 제목처럼 아이는 정말로 저 작은 가방에 거대한 고래를 집어넣으려는 걸까요? 아이에게 고래가 어떤 존재이기에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고래를 챙기려는 걸까요? 대체 고래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어떻게 여행 가방에 고래를 넣을까》는 이유도 모른 채 살던 곳을 떠나게 된 아이의 독백으로 시작됩니다. 《두 갈래 길》, 《어려워》 등 그간의 작품에서 인생과 각자의 위치에서 겪는 고민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 온 구리디의 새 그림책으로, 모든 것을 남겨 두고 가야만 하는 아이의 마음과 아이를 향한 응원을 담아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몰라도 괜찮아. 나의 고래와 함께라면.”
불안정한 현재 위, 흔들리는 삶을 지탱하는 추억의 힘에 관한 그림책
어느 날 갑자기, 소년은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돌아올 날을 기약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길어서 소년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고래와 함께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소년의 고래는 너무나 크고, 고래에게는 바이올린, 망원경, 코트처럼 고래를 위한 맞춤 가방도 없습니다. 소년은 작은 여행 가방에 고래를 집어넣기 위해 애를 씁니다. 하지만 떠나기 싫은 고래는 소년의 마음도 몰라주고 자꾸 도망을 다닙니다. 그렇게 여러 번의 시도와 실망이 이어지는데……. 과연 소년은 고래와 함께 떠날 수 있을까요?
누구든 지내던 곳, 익숙해진 것을 떠나는 경험을 합니다. 작게는 새 학년에 반이 바뀌거나 금방 돌아올 여행을 떠나는 것, 크게는 이사와 진학,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 같은 일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일들은 모두가 공통으로 겪는 일상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예상 가능한 변화이고 때로는 인생의 한 단계로 스스로가 계획한 변화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변화가 전혀 예상치 못한, 심지어 원하지 않은 것이라면 어떨까요? 저자는 헌사를 통해 아이가 ‘전쟁, 내전 등의 이유로 태어난 곳을 떠나 강제로 이주하게 된 세계 곳곳의 난민’을 상징함을 암시했습니다. 유엔 난민 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의 난민은 1억 명을 넘어섰어요. 이 숫자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난 것이고, 앞으로 더 증가할 예정이라고 해요. 이야기 속의 아이가 자신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어느 날 갑자기 살던 곳을 떠나게 되었고, 작은 가방을 채울 만큼의 시간만 주어졌다면 무엇을, 어떻게 챙길 건가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발상의 전환,
단순하고 절제된 그림 속에 담아낸 강렬한 상징이 돋보이는 작품
절제된 선과 색의 사용이 돋보이는 구리디만의 독창적인 화법은 이번 작품에서도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테두리 없이 굵은 붓만으로 그린 고래는 가둘 수 없는 자유를 의미하는 듯하고, 강렬한 붉은색을 써서 고래를 향한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고래가 ‘익숙한 곳을 떠날 때 느끼는 감정, 즉 기억과 추억 등 떠나온 곳에 남겨 두고 와야만 하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만큼, 그 무게감과 중요성이 깊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백미인 것은 책 속의 그림이 분리되어 별개의 페이지가 되는 연출입니다. 추억을 상징하는 무형의 고래가 마침내 형체를 갖게 되는 이 장면은 아이가 원하던 것을 온전히 소유하게 되었음을 알리는 듯합니다. 아이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함께 응원했던 이들에게도 안도와 기쁨이 되는 장면이지요. 여기에 더해진 울림 가득한 문장들을 함께 읽으면,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모두가 자신만의 답을 고민하게 될 거예요. ‘나는 나의 고래를 어떻게 가방에 넣어야 할까’라고요.
작가 소개
지은이 : 구리디
스페인 세비야 예술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 《두 갈래 길》로 2018년에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을, 그림을 그린 《고집불통 4번 양》으로 마드리드 서점 연합 선정 올해의 그림책, 네마리 고양이 재단상 등을 받았습니다. 그 밖에 《새가 되고 싶은 날》, 《바다로 간 페넬로페》,《물 없는 나라 빵 없는 나라》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옮긴이 : 김정하
어렸을 때부터 동화 속 인물들과 세계를 좋아했습니다. 스페인 문학을 공부한 후, 스페인어로 된 어린이 책을 읽고, 감상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틈이 나면 동네를 산책하거나 오르간 연주를 합니다. 옮긴 책으로 《도서관을 훔친 아이》, 《지구의 시》, 《바다의 음악》, 《남극의 아이 13호》, 《여자와 남자는 같아요》, 《구멍에 빠진 아이》, 《어서 와, 알마》, 《창문을 열고 빛을 비추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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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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