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사계절 풍경 속에 숨어 있는 말소리
와글와글 웅성웅성 떠들썩한 봄이 찾아왔다. 바람에 실려 온 반가운 소리가 소곤거린다. “우리 같이 걸을까?” 하하 호호 담벼락에 매달린 노란 웃음소리와 아이들마다 품고 있는 첫 시작에 대한 기대가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윙윙 꿀을 따느라 바쁜 꿀벌들의 부지런함이 세상을 달콤하게 한다. 덕분에 꽃들도 힘을 내 꽃을 피운다. 쏴아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로 세상이 가득 찬다. 빈틈없는 빗소리가 귓가에 커튼을 치고, 저마다의 이유를 따라 비를 피해 분주히 걸음을 옮긴다. 비가 그치고 하나둘 모여든 곤충들이 떨어지는 물방울로 목을 축이고 싱그러운 나뭇잎으로 배를 채운다. 팔랑팔랑 날아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쑥쑥 자라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 있다. 때로는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리저리 나풀거리는 것도 괜찮다. 물방울처럼 신나게 튀어 올라 보는 건 어떨까? 이제 한여름이 지나고 나면 다음 계절은 또 어떤 말을 해 줄까?
언젠가는 날아오를 거야, 모두 애썼어
“이제 가을이네. 하늘 좀 봐.” “오늘은 겨울 냄새가 물씬 나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날씨가 달라질 때마다 종종 하게 되는 말들이다. 이런 변화를 느끼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계절을 보냈다면, 안타깝지만 마음이 매우 바쁘거나 괴로운 상태에 놓여 있던 것일 수도 있다. 시선을 돌려 자연을 보자. 부지런히 여름 햇살을 옮겨 가을 열매를 빛나게 하는 개미들이 보인다. 일에 열중인 개미들 눈앞에는 산처럼 거대한 일거리가 놓여 있다. 묵묵히 일하지만 언제까지 해야 할지, 잘되어 가고 있는 건지 개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보면 무르익어 가는 빨간 사과가 개미의 코앞이다. 그저 애쓰는 모습에 마음이 쓰여 개미들을 더욱 응원하고 싶어진다. 사계절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너그러운 자연이 작은 일 하나에도 이리저리 나부끼는 우리에게 건네는 응원의 말을 담아낸 그림책이다. “이제 곧 가을이란다. 잠깐 고개 좀 들어 보렴. 거의 다 왔단다.” “오늘부터 겨울이야. 심호흡 한번 해 봐. 어제랑은 다르지?” 우리가 스스로 느낀 것 같지만 사실은 계절이 보낸 신호를 받은 것이다. 이 계절을 오롯이 느끼며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시간을 가져 보자.
아름다운 그림과 글자가 들려주는 사계절의 응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세상에서는 글자가 모여 그림을 이루기도 하고, 그림이 모여 글자를 이루기도 한다. 곳곳에 숨어 있는 글자를 찾는 재미가 가득해 자꾸자꾸 들여다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개미는 저마다 뽈 뽈, 꿀벌은 윙윙, 애벌레는 꿈틀꿈틀이다. 수박씨는 말 그대로 씨이다. 잘 익은 벼에는 쌀 그 자체가 열려 있다. 아이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며 이색적이고도 감각적인 미술 경험과 동시에 한글의 유연성과 기능성을 느낄 수 있다. 편한 마음으로 책을 감상해도 좋고, 좀 더 적극적으로 독서 활동에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그림에 담기지 않은 여백의 더 넓은 세상을 상상하고 스스로 꾸며 보는 것도 좋다. 나에게 들리는 자연의 말소리 또는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담아 새로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작가는 각 장면마다 다음 장면과 이어지는 요소를 숨겨 놓았다. 시간은 단절되어 있지 않다. 색색의 선과 색을 따라 다음 계절로 건너가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다채롭게 해 주는 멋진 그림책 『봄 여름 가을 겨울』과 함께 각자의 시간을 아름답게 엮어 보자.
작가 소개
꼼은영
육지에서 태어나 시각디자인을 공부했어요. 지금은 제주도 작은 마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어요. 계절은 매일 우리 곁에 머물러요. 일상을 가만히 마주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정하게 말을 걸어올 거예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쓰고 그린 첫 번째 책입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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