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탄광사 광부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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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정연수
출판사항북코리아, 발행일:2022/12/05
형태사항p.317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324978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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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광부의 절규에 귀 기울이는 세상을 위해

얼마 전 봉화군 아연광산에서 2명의 광부가 매몰되었을 때, 온 국민이 마음 졸이며 무사를 빌었다. 그중 한 명은 사북탄광에서 일하던 광부였기에 정선지역 진폐 단체의 옛 동료들이 생환을 기원하며 가족을 찾아 위문하기도 했다. 광부들은 저마다 막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하는데, 한 해 평균 200명은 목숨까지 내놓았다. 탄광에서 무사히 퇴직하더라도 광부 직업병인 진폐증으로 해마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다. 왜 광부가 되었던 걸까?

2022년 9월에는 경기도 선감학원의 아동과 청소년 유해 150여 구의 집단 암매장지가 발견되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집 없는 아동의 삶을 유린한 선감학원은 1982년까지 운영된 곳이다. 일제강점기, 선감학원을 통해 14~17세 소년 66명이 삼척탄광 광부가 되었다. 이런 방식은 해방 후에도 이어지는데, 정부와 서울시청 주도로 전쟁 재해자, 이재민, 극빈자, 탈북자 등 생활이 어려운 계층만 골라서 탄광으로 대규모 이주시켰다. 광부들 개인은 경제적 궁핍 때문에 탄광으로 들어섰다고 여겼겠지만, 실상은 국가가 산업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광부들을 적극적으로 유인한 측면이 더 컸다.

강원도 최초의 공업학교가 삼척에 들어선 것도 남한 최대 규모의 삼척탄광으로 광부들을 유인하기 위한 교육정책이었다. 태백·삼척·정선·영월 탄광촌마다 공업고등학교를 세워 광부를 양성했다. 그 아이들 전부가 탄광촌 주민의 아들이고, 광부의 아들이었다.

그래도 광부가 부족했던지 1980년에는 탄광업자들이 돈을 모아 제천에 한국광산공고까지 개교했다. 태백중학교 학생 상당수 역시 나중에는 광부가 되었는데, 그 운명을 부모가 미리 알았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태백중학교 설립 인가를 얻은 것이 6월 25일인데, 그로부터 정확히 2년 후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태백중학교 어린 학생 127명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신념 하나로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그 전쟁에서 전사한 18명은 애국의 꽃으로 피었다. 태백중학교를 설립해준 아버지 광부들이 막장에서 애국의 꽃으로 묻혀갔듯.

죽을 각오를 지니고 전쟁터로 나간 학도병처럼 광부들 역시 국가산업의 초석이 되겠다며 죽을 각오를 지니고 탄광 막장으로 들어갔다. 한국 정부가 산업전사라는 명칭을 일제강점기의 조선총독부로부터 계승하여 광부에게 주입한 것인데, 선량한 광부들은 산업전사를 자랑스럽게 내면화했다. 그런 사명감이 있었기에 기계도 없이 맨손으로 굴을 뚫는 대부리 굴진 작업에 나섰고, 낮은 포복으로 동발을 짊어지며 노보리(승갱도)를 올랐으며, 심지어는 수직으로 천장을 뚫는 다대꾸 동발까지 세우면서 막장을 견뎠다. 케이빙 치다가 붕락되고, 물통이 터지고, 가스가 폭발하는 등 전쟁터보다 더 지독한 막장을 겪으면서도 묵묵하게 산업전사의 숙명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숭고한 막장을 ‘드라마의 막장’이라는 해괴한 용어로 사용하는 몰지각한 사회 현상 속에서 산업전사의 막장까지 주저앉는 중이다. 석탄합리화로 탄광이 문을 닫아도 막장에 종사하던 광부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제대로 예우받지 못한 순직 광부와 유가족, 진폐재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광부의 아들이 대를 이어 광부가 되고, 남편을 막장에 묻은 아내가 한을 풀기도 전에 선탄부 광부가 되는 현실을 개인의 비극으로 돌려선 안 된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석탄산업을 확대하고, 오지 탄광촌으로 경제적 소외계층을 몰아넣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폐가 검게 굳은 진폐재해자의 잦은 기침 소리를 들어보았는가? 지금까지는 국가를 위한 헌신으로 견뎠지만, 이에 대한 방치가 길어질수록 원망과 분노의 기침으로 피를 쏟을 것이다.

국가의 산업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증산보국이나 산업전사의 신념으로 목숨을 바친 광부, 캄캄한 막장에서 탄가루와 지열 때문에 숨 쉬기도 힘든 노동을 견딘 광부, 실직 후에도 진폐증으로 신음하는 광부들을 이제는 국가가 위로할 때다. 광부가 있어서 오늘의 산업발전을 이룩한 한국산업사가 감당해야 하는 빚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석탄산업전사 예우 특별법 제정을 위한 보고서로, 황상덕 위원장이 주관한 석탄산업전사 예우 특별법 제정을 위한 두 번의 포럼 발제와 『강원도 석탄산업유산 현황과 세계유산화 방안』에서 다룬 내용을 재구성하여 광부의 절규를 세상에 전하고자 했다. 산업전사의 영웅적인 막장 정신의 계승은 산업전사 위령탑과 진폐재해자 위령각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석탄산업유산의 유네스코 등재 같은 사업으로 확장하여 산업전사의 숭고한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길 기대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연수

1991년 탄전문화연구소를 설립하여 탄광이 빚은 삶들을 문화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시집으로 『한국탄광시전집』, 『여기가 막장이다』, 산문집으로 『탄광촌 풍속 이야기』, 『탄광촌의 삶』, 『탄광촌 도계의 산업문화사』, 『강원도 석탄산업유산 현황과 세계유산화 방안』, 논문집으로 『노보리와 동발: 탄광민속문화 보고서』, 공저로 『(삼척시 도계읍) 탄광촌 사람들의 삶과 문화』, 『강원의 민속 문화』, 『정선 탄광촌 주민들의 삶을 담은 문화』 등이 있다.

탄광촌 관련 논문으로는 「삼척기차놀이 노래 고찰」, 「탄광촌의 민요에 나타난 탄광촌 정체성 연구」, 「탄광촌의 축제 현장」, 「탄광촌 금기어·금기행위 연구」, 「탄광촌 유행어 고찰」, 「태백시의 단오 세시풍속 연구」, 「탄광노동자의 작업장비 및 개인용품의 변천 과정 고찰」, 「10·10 도계 살리기 생존권 투쟁의 성과와 계승 과제」, 「유두절 계승을 중심으로 한 태백시 물축제의 발전 가능성 모색 연구」, 「탄광시의 현실인식과 미학적 특성 연구」, 「북한 탄광시의 주제적 특성 고찰」, 「중국조선족의 탄광시세계 연구」, 「탄광촌의 정체성과 태백지역문학의 과제」, 「시로 살핀 탄광촌의 전형적 장소 ‘사북’ 고찰」, 「사북에서 바라보는 문학의 오늘」, 「시에 나타난 정동진의 장소성 고찰」, 「모빌리티와 트랜스로컬리티로 살핀 강원영동문학의 공간 재해석」 등이 있다.

목 차

발간사

축사

서문: 광부의 절규에 귀 기울이는 세상을 위해


1부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 광부와 탄광노동 현실

1. 막장 인생: 석탄생산 활동과 탄광노동 현실

2. 진폐증: 불치의 광부 직업병을 앓는 진폐재해자

3. 경제적 난민: 광부 2대를 양성하는 탄광촌의 현실

4. 문화 불모지: 국가의 방치 속에서 빈곤의 볼모가 된 탄광촌

5. 폐광정책: 광부도 탄광촌도 모르게 시행한 석탄산업합리화

6. 구국의 석탄: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석탄산업


2부 강요된 산업전사와 광부의 희생

1. 식민지 공간의 기억유산: 강원도 탄광촌

2. 일본 제국주의가 기획한 식민지의 산업전사와 증산보국

3. 국가가 기획한 석탄산업과 국가권력이 형상화한 ‘산업전사’

4. 석탄산업전사의 현실: 진폐재해자의 사례


3부 석탄산업전사 예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

1. 죽어서야 나가는 막장, 죽어서도 떠도는 영혼

2. 순직 광부 추모제와 산업전사 위령탑

3. 석탄산업전사 예우를 위한 특별법 제정 활동

4. 광부의 날 제정

5. 광부를 영구히 기억하기 위한 석탄산업유산의 가치 계승

1) 탄광 디아스포라

2) 광부들의 삶 복원하기: 산업전사 영웅전 제작

3) 탄광민속 복원하기: 광공제와 동발 조립 경연대회

4) 석탄산업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5) 대한석탄공사를 ‘탄광문화유산공사’로 전환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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