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비극에 대한 대응에 관하여,
상황에 압도당하지 않을 방법을 말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를 비롯해 비참한 대규모 사건과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제대로 규명되고 처리되지 못한 참사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무엇보다 코로나19와 최근의 인재들로 인해 안전에 관한 사회의 관심이 매우 커진 지금이다. 우리나라에서 허리케인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러나 몇 번의 참사는 있었다. 참사와 재난은 뜻밖에 일어나며 비참하고 끔찍하다는 점에서 같다. 이 책 ≪유류품 이야기≫는 아픔을 덮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한 후의 시간들은 어떻게 흘러갈까? 불가항력의 대규모 사건에 맞서 한없이 약하고 작은 개인은 어떻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야 할까?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GQ가 세계 최악의 근무 환경으로 꼽은 기업의 대표이자 전 세계 수많은 재난 현장을 수습했던 로버트 젠슨이 답한다. 그가 목격한 처참한 현장과 삶을 위해 죽음을 수습하는 이야기는 최근까지도 마음 시린 뉴스에 상실을 겪어야만 했던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이 책은 끔찍한 비극에 대한 대응을 책임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퍼블리셔스위클리
모두가 목격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던
재난 이후, 회복의 과정
저자 로버트 젠슨은 세계적인 재난 수습 회사의 대표로, 대규모 재난 현장에서 죽음을 처리하는 일을 해왔다. 미국 9‧11 테러,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오클라호마 폭파 사건,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까지, 과거 우리를 충격에 빠트린 사고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오클라호마 폭탄테러 사건 당시, 유리 파편과 건물의 금속 뼈대가 쌓인 1.5미터 높이의 지면에 서서 275명의 유해를 찾았다고 기술했다. 아래에서 작업하는 사람을 덮치지 않도록 조심히 길도 내야 했던, 위험하고 느리고 고된 작업이었음을 책에다 털어놓았다.
이렇게 ≪유류품 이야기≫는 대형 사고와 재난의 이면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와 동시에 삶과 죽음의 의미,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담백하게 이야기하며 목숨을 걸면서까지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저자의 분투가 담겨 있다.
매일 시신을 수습하며
매일 삶을 돌보는 법을 배우다
저자가 희생자와 그의 마지막 소지품 찾기에 사력을 다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유해를 찾아 돌려보내는 일이 유가족들을 위한 최선의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저자의 표현을 빌려 말해, “이름을 찾아주는 것을 빼면, 존엄성이야말로 우리가 죽은 자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에 관하여 저자의 믿음은 그가 죽은 자를 대할 때도 드러난다. 200명의 나치 전쟁범죄자를 교수형시켰던 영국의 마지막 집행인 앨버트 피어포인트는, 죽은 자는 죽음으로써 죗값을 치뤘다며 시신을 극진히 다루었다고 한다. 로버트 젠슨 또한 죽은 자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전통과 문화에 따라 취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양에 수장했을 때(미국 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의 무덤이 광신도와 급진주의자의 성지가 될까 두려워 했다.), 이슬람 의식에 따라 매장했으면 좋았겠다고 고백한다.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으로 매일 죽음을 수습하며 로버트 젠슨이 깨달은 것은, 그것이 남은 우리의 삶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사실이다. 죽음은 자기만의 시계를 갖는다는 사실, 생존자는 단지 운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스스로 행운을 만들었다는 사실, 유족은 상실이 아니라 상실에 대응하는 방식에 화가 난다는 사실, 끔찍한 일은 하루 빨리 털어버리는 일이 능사가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교훈을 얻을 기회를 준다는 사실들을 말이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충격적인 몇 사건들은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일 리도 만무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재난의 극복은 사실과 진실의 구분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이 책은 최악의 참사가 또 다른 참사로 잊히지 않도록 우리의 기억을 회복시켜줄 책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로버트 젠슨
세계 최고의 재난수습기업 케니언 인터내셔널Kenyon International의 회장이자 공동 소유주. 미 육군에서 장교로 근무하다 전역한 후 1998년 지금 회사에 입사했다.
9‧11테러부터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등을 비롯한 숱한 현장에서 유해를 수습하고 시신과 유품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해왔다. 이 책은 그의 첫 출판물이다.
그의 특별한 일과 삶에 대한 열정은 그를 전 세계로 데려갔다. 베를린 장벽이 무녀졌을 때 독일에 있었고 베이루트에서 다마스쿠스로, 이라크의 오래된 실크로드에도 있었다. 모험적인 삶에서 그가 얻은 경험과 교훈은 우리와 공유할 가치가 충분하다.
옮긴이 : 김성훈
치과 의사의 길을 걷다가 번역의 길로 방향을 튼 엉뚱한 번역가. 중학생 시절부터 과학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적어온 과학 노트가 지금까지도 보물 1호이며, 번역으로 과학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를 꿈꾼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단위, 세상을 보는 13가지 방법》,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세상을 움직이는 수학개념 100》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늙어감의 기술》로 제36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수상하였다.
목 차
프롤로그
1장 존엄한 몸
2장 행운이 필요한 순간
3장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4장 불평등한 죽음
5장 이름 속에 담긴 것
6장 마지막 소지품
7장 오래된 정상에서 새로운 정상으로
8장 가라앉은 보물
9장 쉬운 해답은 없다
10장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법
11장 재해의 첫 번째 피해자
12장 죽음을 찾는 연습
13장 분쟁의 갈림길
14장 오직 신만이 아는 이름
15장 DNA의 진실
16장 고통의 세계
17장 거대한 파도의 기억
18장 평범한 지옥
19장 재난의 정치적 폭풍
20장 상실과의 타협
21장 나의 기록
에필로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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