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화석에서 전기로 그리고 수소로,
과학과 기술이 만드는
에너지 대전환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자동차,
화려하게 돌아오다
오늘날 전기는 인간의 모든 활동과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며, 자동차는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 수단이기 때문에 친환경 전기에너지의 생산과 사용이 늘어난다면 지금의 환경 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전기에너지는 만들고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가 있다. 친환경 자동차 산업이 유망 산업으로 급격히 떠오른 이유이다.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지던 때 전기자동차가 이미 등장해 엔진자동차와 경쟁했다. 오히려 초기에는 전기자동차의 성능이 엔진자동차보다 좋았으며, 최초로 시속 100킬로미터를 달성한 자동차도 전기자동차였다. 그런데 우리는 최근에야 전기자동차를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왜 전기자동차는 엔진자동차와의 경쟁에서 밀려 사라졌을까?
1800년대 중반 프랑스의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가 세계 최초로 충전 가능한 2차전지인 납축전지를 발명한다. 이후 사람들은 전지를 동력으로 이용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1888년 독일의 발명가 안드레아스 플로켄이 직류모터와 납축전지를 이용해 최초의 전기자동차를 만들었다. 벤츠가 1885년에 최초의 엔진자동차를 발명했으니, 19세기 말부터 전기자동차와 엔진자동차가 경쟁한 셈이다. 그러나 1900년대 초반 전기로 엔진에 시동을 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포드사가 엔진자동차 대량생산에 성공하면서 가격이 낮아지자 엔진자동차가 대부분의 자동차 시장을 차지한다. 더구나 엔진자동차는 기름만 넣으면 달릴 수 있는 편리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전기자동차는 결국 비용과 편리성 면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1900년대 초반에 사라졌던 전기자동차는,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배출가스가 없는 친환경 자동차를 일정 비율 이상 생산하고 판매할 것을 강제하는 ‘무공해차 의무화 법안’이 만들어진 덕택에 다시 등장했다. 이 법안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자동차 제조기업 제너럴모터스는 전기자동차 콘셉트카인 GM 임팩트를 기반으로 EV1을 개발하여 양산한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이 무공해차 의무화 법안 소송에서 이기면서 법안이 폐기되고 만다. 수익이 나지 않는 전기자동차 생산에 부담을 느끼던 자동차 제조기업들은 법안이 폐기되자 엔진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에 주력하면서 전기자동차는 시장에서 다시 사라졌다.
2000년대 들어 각 나라의 환경 규제가 심해지자 또다시 전기자동차가 자동차 산업의 화두가 되고 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가장 큰 자동차 제조기업인 토요타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을 정도다. 엔진자동차를 고집하던 전 세계 자동차 제조기업들도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배터리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배터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리튬이온전지보다 성능이 향상된 태양전지, 전고체배터리, 연료전지 등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관련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전기자동차의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환경은 걱정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과학과 기술》 1부에서는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대해 살펴본다. 전기자동차와 엔진자동차가 개발 초기에 어떻게 경쟁했으며, 전기자동차가 다시 급부상한 이유를 다룬다. 이를 위해 우선 전기의 발명 역사를 설명하고, 배터리의 발전 과정과 기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전 세계 과학자와 기업들의 연구와 개발 사례를 살펴보면서 여러 배터리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어느 배터리가 친환경 자동차에 가장 적합한지, 산업으로서의 가치와 전망은 어떠한지 등을 알려준다.
연료전지로 달리는 수소자동차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미래
수소자동차는 전기자동차와 함께 친환경 자동차의 양대산맥이다. 수소자동차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를 적용한다. 전기자동차와 연료전지 자동차는 주행거리와 충전 시간에서 차이가 있다. 전기자동차는 리튬이온전지가 주 에너지원이므로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더 큰 리튬이온전지가 필요하나, 무게와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그 크기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충전 시간도 짧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연료전지 자동차는 주행거리를 늘리고 싶으면 수소의 저장 용량, 즉 수소탱크의 크기만 늘리면 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지금은 전기자동차가 종류와 판매량에서 앞서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특히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시장을 점유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는 무조건 친환경적일까? 전기자동차는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지만, 전기를 석탄으로 생산한다면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 석탄으로 전기를 생산할 때는 매연과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수소자동차 역시 수소를 어떻게 얻느냐에 따라 친환경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수소는 지금으로서는 저장하기 어렵고, 비싸며, 화재 사고가 일어날 경우 피해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활용해야만 한다. 재생에너지는 햇빛, 바람, 강물, 온도차, 조류, 파도, 식물 등을 이용하여 햇빛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얻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태양전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발전과 바람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풍력발전으로 얻을 수 있다. 가장 친환경적인 수소는 이렇게 재생에너지로부터 얻은, 탄소 배출 제로인 그린수소다. 더욱이 그린수소는 에너지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여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자립을 가능하게 해줄 아주 중요한 자원이다. 많은 기업과 연구소에도 이러한 점에 주목해 꾸준히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을 활성화하려면 좋은 기술을 개발하여 낮은 가격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태양전지와 풍력발전기의 효율과 수명을 높이고, 고효율 태양전지를 낮은 가격으로 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여러 태양전지가 개발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우리나라의 연구기관들이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하고 있는 기술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곳곳에 햇빛이 1년 동안 얼마나 비추는지, 바람은 어느 세기로 얼마나 부는지 등을 측정해서 만든 ‘에너지자원 지도’같이 재생에너지를 잘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개발해야 한다.
《환경은 걱정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과학과 기술》 2부에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와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수소자동차, 저자가 타고 다니는 수소자동차인 넥쏘 사용기를 실었다. 또한 친환경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산업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이를 통해 친환경 자동차와 친환경 에너지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며, 어떻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규모의 경제, 효율의 경제
이제는 자원보다 기술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기존의 산업혁명은 석탄을 사용하는 증기기관에서 출발해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 전기를 대량생산하는 산업 시스템까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규모를 크게 해야 이윤이 나고 산업이 활성화되는 구조인 것이다. 경제 규모의 팽창은 인류의 발달에 크게 기여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를 유발해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친환경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사용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환경은 걱정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과학과 기술》에서 다루는 친환경 자동차인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도 전력 저장체가 될 수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면 낮 동안 주차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에서 전력을 생산해서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다.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해서 수소자동차에 저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일들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줄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류에게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반드시 해야만 하지만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엔진자동차를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로 바꾸고, 친환경 자동차에 걸맞은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시설을 지금보다 대규모로 설치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더불어 재생에너지는 생산 비용이 화석에너지보다 높은 것도 사실이므로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제어할 정책도 필요하다.
이 모든 방법을 통해 결국은 규모의 경제에서 효율의 경제로 넘어가야 한다. 효율의 경제에서는 자원보다 기술이 중요하다. 기존 경제를 이끌던 석유의 중요성은 점점 약해지고, 태양전지와 풍력발전 기술, 전기자동차 생산기술, 배터리 기술, 수소 생산기술 등 기술이 자원을 대체할 것이다. 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친환경이라고 해서 꼭 불편하지는 않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면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편하게 살 수 있다. 기후위기라고 해서 갑자기 불편하게 사는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환경은 걱정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과학과 기술》은 우리가 만들어온 기술과 산업을 통해 친환경 자동차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실마리를 찾고, 환경을 지키면서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독자와 고민해보고자 한다.
작가 소개
한치환
2001년 고려대학교에서 리튬이온전지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리튬이온전지 산업의 발달과 성장을 지켜보며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일상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03년부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에서 근무하면서 지금은 햇빛의 세기에 따라 자동으로 창문의 색이 변하면서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조절하는 광전기변색 스마트 윈도우를 실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의 교수로 전기화학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충남대학교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더불어 지구와 인류의 공존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동안 자전거로 출퇴근하다가 최근에는 수소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환경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이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처럼 계속 발전하고 있는 친환경 과학기술을 활용하면 좋겠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수여하는 우수기술상, 우수논문상, 우수직원상, 이달의 KIER상을 받았고, 2018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개최된 테크커넥트 월드 (2018TechConnect World 2018) 행사에서 광전기변색 스마트 윈도우 기술로 이노베이션 어워드(Innovation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전화기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가 있다.
목 차
저자의 말
들어가며
친환경 에너지의 시대가 온다
1부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자동차
1 정전기를 연구한 사람들
2 배터리의 시작, 볼타전지
3 최초의 전기모터
4 최초의 발전기, 패러데이 디스크
5 전류 전송 시스템, 교류모터의 시작
6 산업화를 시작한 전력공급 시스템
7 납축전지의 발명, 전기자동차의 시작
8 고성능 배터리의 출현, 리튬이온전지
9 친환경 자동차의 시작, 전기자동차의 부활
10 활짝 열린 전기자동차의 시대
11 햇빛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전지
12 태양전지를 이용한 태양광발전
13 전기자동차에 딱 맞는 태양전지
14 전기자동차의 단점을 해결할 전고체배터리
15 꿈의 배터리, 전고체배터리
2부 연료전지로 달리는 수소자동차
1 연료전지의 시초, 기체볼타전지
2 연료전지의 실용화, 알칼리연료전지
3 다양한 연료전지의 개발
4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시작
5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미래
6 국산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넥쏘
7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다
8 저장이 어려운 재생에너지
9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
10 탄소 배출 제로, 그린수소의 경제성
11 친환경 에너지가 만드는 탄소중립의 미래
나가며
이제는 자원보다 기술이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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