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간직하고 싶은 도쿄의 한 페이지를 만나다
“나에게 서점 Title은 누군가의 마음을 반드시 밝게 비춰주는 곳이다.”
―임진아(작가) 추천!
도쿄가 사랑하는 서점 Title을 만든 쓰지야마 요시오의 책과 삶 이야기
긴 시간 대형 서점에서 일하다 동네 책방을 열게 된 서점인 쓰지야마 요시오가 생각한 좋은 일, 좋은 삶에 대한 단상을 담은 에세이 『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 도쿄 독립 서점 Title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자기만의 철학, 자기만의 속도로 삶과 서점을 일구어가는 저자가 전하는 “작은 목소리”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서점 주인으로서 책을 진열하는 자신만의 관점, 서점의 철학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일의 중요성, 출판사나 서점 직원이 아닌, 책을 나르는 운송 노동자들에 대한 조명 등 책과 출판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부터, 북 페어를 위해 센다이에 방문했던 일, 팬데믹 시대에 동네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 등 현재 일본 서점인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한국에 『목소리 순례』 『서로 다른 기념일』라는 책으로 소개되기도 한 청각장애인 사진작가 사이토 하루미치의 사진은 Title이 자리한 도쿄 골목의 공기를 전하며 이 책을 펼치는 또 하나의 기쁨을 선사한다.
멀리서 보면 별다를 것 없이 비슷해 보이는 일상일지라도 평범한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며 주어진 일을 소중히 이어가는 쓰지야마 요시오의 모습은 꼭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울림을 남긴다. 작고 느린 것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의 태도에 스며들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천천히 음미하며 마음속에 모서리를 접어두고 싶은 에세이.
한 사람의 세계를 넓히는 미지의 책 한 권을 건네다
누군가를 흉내 내지 않고 그 사람답게 쓰였다면, 사람은 자연히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저 서점 책장은 빛나네―”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그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통한다. 한 권 한 권 손길이 닿은 서가에는 빛이 머문다. (239~240면)
『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은 도쿄 서쪽 외곽에 위치한 오기쿠보에서 서점 Title을 꾸려가는 쓰지야마 요시오의 에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점 리브로에서 20년 가까이 일해온 베테랑이었던 그는 2016년 1월 독립해 자신만의 공간 Title을 연다. 서점 Title의 책들은 그의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큐레이션된다. 그러나 쓰지야마 요시오는 자기만의 관점을 잃지 않되, 큰 목소리로 강요하기보다는 작은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이제까지 몰랐던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책을 건넨다. 효율성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현대 사회에서 모르는 책을 읽는 데 쏟는 시간의 가치를 조용히 옹호한다.
책을 통해 몰랐던 감정과 지식을 흡수하는 경험을 거치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해상도가 높아져 내면의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가 있다. 서점은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거리의 대피소”라는(116면) 말 역시 공감을 자아낸다.
읽다, 잇다, 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잇는 도쿄의 작은 서점
저자 쓰지야마 요시오가 Title에서 주고받는 것은 비단 책만이 아니다. 그는 책을 매개로 작가, 출판인, 운송 노동자, 그리고 누구보다 독자와의 소통을 소중히 여긴다. 세상을 떠난 남편을 이어 서점을 꾸준히 찾는 노년 여성의 일화나, 지금의 아내와 처음 함께 간 장소가 Title이었다는 어느 손님의 에피소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공간의 힘을 느끼게 한다.
Title이 처음 문을 열던 날, 첫 손님이 들어왔기에 비로소 서점이 시작되었다는 그의 회고는, 구마모토 지진으로 공간을 옮겨야 했지만 손님들이 변함없이 찾아와주었기에 여전히 같은 서점이라 믿는다는 다이다이서점 점주 다지리 히사코의 말과도 통한다.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북 페어 ‘북쿠오카’를 창설한 북스큐브릭의 점주 오오이 미노루와의 만남에서는 멀리서 찾아오는 독자뿐 아니라 독립 서점과 동네 이웃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책과 서점이 지닌 가능성을 누구도 생각해보지 않은 방식으로”(25면) 키워가는 일본 서점인들의 모습에서 책을 사랑하는 한국의 서점, 출판인들 또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시대와 호흡하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서점
서점은 거리에 열린 공간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으며, 돈을 내지 않더라도 마음 내킬 때까지 머물 수 있다. 요즘 시대에는 보기 드물게 너그러운 장소다. (52면)
이 책에는 독자, 동료 서점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일과 삶에 대해 깨달은 사적인 일화뿐 아니라, 서점이 한 사회에서 맡을 수 있는 공적인 역할에 대한 성찰도 담겨 있다. 쓰지야마 요시오는 그를 서점인의 길로 이끈 “서점은 그 시대를 자유롭게 편집하고 제안할 수 있다.”라는 말에 따라, 서점이 단지 책을 판매하고, 서비스와 편의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에 담긴 메시지를 지지하고 전파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오랫동안 근무한 대형 서점을 떠나며 조직의 방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소신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그렇기에 더욱 막중한 책임감으로 고민한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센다이에서 지역 북 페어를 열기 위해 현지 출판사 담당자와 만난 일을 쓴 「유리아게의 밤」에서 그는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공감할 것인지에 대해 진솔하고도 사려 깊은 생각을 털어놓는다. 팬데믹 상황에서 소상공인으로서 겪고 느낀 소회가 담긴 글들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 역시 한국어판 서문에서 일본뿐 아니라 바다 건너 한국에도 독립 서점들이 있다는 사실에 든든한 힘을 느낀다며 ‘BUY BOOK BUY LOCAL’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각별한 유대감과 연대 의식을 표하기도 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쓰지야마 요시오
도쿄 오기쿠보 서점 ‘Title’ 책방지기. 1972년 고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대형 서점 리브로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다 독립하여 2016년 1월 오기쿠보에 작은 서점 Title을 열었다. Title의 책을 손수 큐레이션하고, 서평을 쓴다. 『서점, 시작했습니다』 등의 책을 냈다.
옮긴이 : 정수윤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번역 시집으로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 미즈노 루리코의 《헨젤과 그레텔의 섬》, 이바라기 노리코의 《처음 가는 마을》, 사이하테 타히의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고전 시 와카를 엮고 옮긴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과 장편 동화 《모기소녀》가 있다.
목 차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1부 책에 대한 것, 서점에 대한 것
서점은 ‘동적 평형’
행복의 신
깃발을 꽂다
북스큐브릭
뒤따라오는 이들의 시선을 느끼며
작은 자유
O 씨의 야구 모자
“여기 있는 책은 잘 모르겠어.”
엎질러진 물이다
쭉, 서점에 있다
부드러운 손길
책을 운반하는 노동자들
방관자는 되고 싶지 않다
‘빈곤’에 대하여
쉼보르스카와 양심, 소상공인
아무것도 몰랐다
‘아저씨’의 등
목소리를 듣다
책이라는 공통어
구멍 난 매대
2부 스쳐 지나간 것들
우연을 잇는 마을
두 사람의 장인
지금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게 아니다
유리아게의 밤
어머니의 ‘노동’
농부의 손
거리의 대피소
추억의 상점, 머나먼 거리
다카다노바바의 커피숍
작은 시스템
오버 더 레인보우
아침의 굴착기
아버지와 『소년 점프』
밝아오는 하루
저한테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갈 곳 없는 어른
급수 탱크의 오후
어느 꿈에 얽힌 이야기
H의 미소
3부 팬데믹 시대의 서점
2020년 3월
몸에 스미는 온기
그 또한 하루
서점을 계속하는 힘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
다시 문을 여는 날
걸으며 생각하다
미처 못다 한 말
도라에몽 사전
어쩌다 우연히
남겨진 ‘몸’
다음 날도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거센 파도를 가르는 배
그 사람 안에 사는 소년
편 가르는 말, 위로하는 말
나에게 맞는 옷
기린 소나무
나는 이제 되돌아갈 수 없다
작은 목소리, 빛나는 선반―후기를 대신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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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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