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기자가 쓴 《김정은과 김여정》한국판이 출간됐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1990년대 이후 북한의 현대사’라고 할 수 있겠다.
2020년 여름 무렵 언론이 북한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가졌던 주제는, 김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책은 이 문제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한다.
‘김여정은 누구인가?’는 북한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김여정 당 부부장이 김정은 통치 이후 어떻게 북한 권력을 이끌게 되었는지와 그녀의 정치 스타일 등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등 건강 상태가 불안한 김정은에게 있어 여동생 김여정은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지근거리에서 늘 보좌하며, 북한 통치의 방향과 계획 수립 등 중요한 결정에 관여하고, 붉은 귀족(3층 서기실, 당 조직지도부)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 외교와 국제정세 관련 문제도 주도적으로 관장하고 있으며, 다수의 대남·대미 비난 발언을 이끄는 북한의 실질적 2인자 김여정의 여러 모습을 소개한다.
‘권력투쟁의 내막’은 북한의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발생한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김정남 암살을 주도한 북한군 정찰총국 19과 요원들의 활동과 2001년 5월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몰래 입국하려던 김정남이 체포된 내막 등을 소개한다. 또한 장성택과 군·국가안전보위부·당 조직지도부와의 암투와 숙청 작업, 박근혜 정부의 ‘김정은 암살 작전’ 결정과 추진, 한국·미국 등 주요국 정보기관의 김정남 접촉과 관리 그리고 망명정부 수립 등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은 정치의 실태’는 북한 사회의 다양한 실태를 분석함으로써 김정은 정치의 실체적 본질을 파악한다. 즉 김정은 체제는 대외적으로 ‘애민정치’를 주장하지만, 실은 인민 억압적 체제에 불과하다는 본질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김여정이 기획한 애민정치의 실상과 서방 지도자 흉내내기의 여러 모습을 소개한다. 또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와 삼지연지구의 개발·평양종합병원 건설의 실패 양상과 이런 국책사업 개발 예산 집행과정에서 최고지도자와 ‘붉은 귀족’의 노골적인 이권 챙기기의 사례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뇌물 할당량 챙기기에 지쳐 자살한 김일성고급당학교 교수의 사례를 추적하며, 버스·전기·수도·학교비품·공장·군대빼기 등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뇌물 거래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독재체제의 정체’는 조선노동당 중앙당사 3층 서기실의 엘리트들과 김정은의 공생 관계, 미·북 정상회담 당시 실무협상을 주도했던 최선희의 이상한 행적과 그 막후에서 이뤄진 비화 등을 소개한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실패로 이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이 대미협상 일선에서 물러났는데, 당시 실무협상 책임자였던 최선희는 경질되지 않았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또한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가 북한 교화소 강제 구금 당시 겪었던 인권 유린 현황과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의 방북 이후 석방된 일화, 북한의 인질 외교의 본질,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현실 속에 북한 당국의 사상통제와 감시·강압을 통한 통치 방식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의 행방’은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역사와 현황을 서술하고,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게 된 계기와 즉흥적으로 결정된 비화를 소개한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포괄적인 빅딜 방안, 스몰딜 방안, 노딜 방안 등을 검토했는데, 김정은이 영변 핵시설의 포기에만 매달리자 정상회담은 결렬 상황에 이르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미 하원 임시위원회에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증언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이 증언을 중단할 정도의 강력한 뉴스를 발신하고 싶다는 속셈에 북한과의 스몰딜에 미련이 있었다. 이것을 막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적극적인 행동도 소개된다. 이외에도 클린턴, 부시, 오바마, 트럼프 정부에 이르는 미·북 협상의 내용 및 결과를 종합하고, 일본과 북한의 수교 및 납치자 문제를 둘러싼 대화와 협상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다.
마키노 요시히로 기자의 신작은 우리에게 매우 유익한 논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광범위한 취재에 힘입어 오늘의 북한 이야기가 대단히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게다가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밀한 이야기도 제법 담고 있어서 독자에게 시종 흥미를 잃지 않고 읽게 한다.
출판사 서평
김여정을 깊이 있게 다룬 책이 최초로 출간됐다.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기자가 쓴 《김정은과 김여정》한국판이 그것이다.
마키노 기자는 2007년 아사히신문 한국 특파원 근무를 시작으로 북한 문제를 다뤄왔다. 마키노 기자는 현장 취재를 중시하는 신문 기자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이 기자 개인(마키노 요시히로)의 이름을 거명하며 공격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 때에는 '청와대 무기한 출입 금지 처분'도 받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 신랄한 비판 기사를 쓴 것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화답이었다.
이 책에는 그의 광범위한 취재에 힘입어 오늘의 북한 이야기가 대단히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김여정이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 김정남 암살의 내막, 김정남과 고용희의 권력투쟁, 장성택과 고용희 세력 간의 암투, 외무성 최선희라는 인물과 3층 서기실의 관계, 국가정보원과 김정남의 접촉, 박근혜 정부의 ‘김정은 암살 작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 내막 등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밀한 이야기도 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 책은 김정은의 통치 이후 권력의 전면에 나선 김여정 당 부부장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2008년 8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사정을 알았던 사람은 김정일의 주치의 등 의료진 외에는 내연녀였던 김옥, 장성택과 김경희 부부, 김정은과 김여정 삼남매 등 육친에 한정돼 있었다. 당시 김정일은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아 살아 있는 동안에 권력 승계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김정은으로의 승계 작업을 추진했다. 그때 김여정은 “자신도 정치의 세계에 몸담고 싶다.”라고 아버지 김정일에게 호소했다고 한다. 김정일이 사망할 때까지 공개적인 활동에 나서지 않던 김여정은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자 북한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여 북한 내부 권력과 대외적 활동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백두혈통 김여정은 독특한 존재이다. 당대회에서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발표하는가 하면, 김여정이 연단에서 김정은의 지도력과 고생담이 담긴 애민정치 사례를 말하자 조선중앙TV는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로열패밀리 김여정에게 카리스마를 부여하는 연출을 한 것이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북한에서 김여정의 존재를 부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여정의 권위를 키우는 것은 김정은의 건강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북한 권력의 핵심부에 있는 인물 중 김정은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것은 백두혈통 김여정뿐이다.
북한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는 여러 방면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황장엽, 태영호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심 권력의 은밀한 정보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나마 북한 정보를 상대적으로 많이 파악하고 있는 대북 정보기관들의 경우, 상세한 정보는 정보원 노출의 위험 때문에 쉽게 공개할 수 없고, 제한된 첩보는 정책에 참고가 될 정보 수준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북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책을 구하려면 북한 체제에 대한 이론적 기초가 잘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그다음에는 반드시 사실관계와 현장 확인이 중요하다. 특히 북한을 구(舊)공산권 전체주의 수령독재의 ‘원형 화석’(原型 化石)에 비유할 수 있으므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맥락과 ‘현재의 김정은’에 대한 연구와 정보 분석이 비할 데 없이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북한의 내부 상황 및 김정은·김여정에 대한 사실관계와 현장 정보를 충실히 담고 있는 이 책은 매우 흥미롭다.
특별기고
∙손광주
현재 (사)한반도선진화연대 이사장이다. 통일부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이념연구센터장,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황장엽 선생 연구비서(11년 6개월), 데일리NK 창간 편집인, 동아일보 기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김정일 리포트》 등이 있다.
∙이지수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자 부설 국제한국학연구소 소장이다.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공부하고, 아직 소련이 사라지기 전,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모스크바의 (전)소련공산당, 연방 외무성 등지의 고문서실들에서 자료조사를 하고, ‘소련의 북한 정책(1945 ~1948)’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방어했다(2000년). 소련과 북한의 관계사와 북한정치사를 주로 공부하고 있다. (공)저서로는 《푸틴의 야망과 좌절》 등이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마키노 요시히로
현재 아사히신문 기자이며, 히로시마대학 객원 교수를 겸하고 있다. 1965년 아이치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법학부 졸업 후 오사카 상선 미쓰이 선박(現 상선 미쓰이)에 입사했다. 1991년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하여 세토통신국, 정치부, 판매국, 기동특파원 겸 국제보도부 차장, 전미민주주의기금(NED) 객원연구원, 서울지국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북한비록 군·경제·세습권력의 내막》, 《르포 절망의 한국》, 《한국을 지배하는 ‘공기’의 연구》, 《전쟁 전야 미·북 협상에서 보인 일본유사》, 《김정은의 핵이 북한을 멸망시키는 날》, 《르포 단절의 한·일》,《북핵 위기! 전(全)내막》, 《르포 김정은과 트럼프》 등이 있다.
옮긴이 : 한기홍
1961년에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났다. 1981년에 연세대 심리학과에 입학하여 1996년에 졸업했다. 2012년에서 2015년까지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에서 안보정책학 석사를 마쳤다. 학생운동 과정에서 시위를 주동해 6개월을 복역했다. 석방 후에는 용접공, 인쇄공과 철도 기능직 노동자로 있으면서 ‘서울노동운동연합’, ‘서울지역인쇄노조’, ‘전태일기념사업회’ 등에서 14년간 노동운동을 했다. 1990년대 후반 사회운동 방향을 전환해 청년단체 ‘푸른사람들’ 회장, 격월간 《시대정신》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았다. 이후 ‘The Daily NK’ 초대 발행인과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로 일했다. 2018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년간 일본 「오사카 YWCA 일본어 전문학교」에서 일본어를 공부했다. 저서로는 《진보의 그늘-남한의 지하혁명조직과 북한》이 있다.
목 차
머 리 말 | 한국의 독자들에게
프롤로그 | 파멸의 길을 걷는 김씨 왕조, 요동치는 세계
정신없이 식사에 몰두하는 사람들
‘고난의 행군’을 꿋꿋이 버텨낸 북한
절대복종에서 면종복배로
교착상태에 빠진 국제사회의 대북 외교
1장 김여정은 누구인가?
숙녀인가 악녀인가
스포트라이트 받기를 갈망
남존여비(男尊女卑)에 대한 저항
서양에 대한 동경
허울뿐인 ‘애민정치’
‘붉은 귀족’의 퇴폐
엉터리로 지은 유령 시설
김정은 형제의 고려호텔 출입
세계 지도자 흉내내기 연출
오빠의 귀가 되고 간병인이 되는 여동생
둘도 없는 말(駒)
상인의 대부분은 여성
여성은 남성의 부속물
2장 권력투쟁의 내막 - 김정남은 왜 암살당했는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의 참극
독극물 암살부대 · 정찰총국 19과
구걸 편지도 헛수고로
김정남과 김정은 삼남매와의 권력투쟁
김정남과 아카사카 클럽
싸움은 끝났다
나리타공항 사건은 고용희의 누설
어머니의 정체를 밝힐 수 없는 김정은
김정남을 도운 장성택 부부
장성택이 Mr. X 살해 주도
김정남을 자주 만났던 서방 정보기관
일본 정부도 김정남과 정기적으로 접촉
3장 김정은 정치의 실태
행사에 지친 북한 주민
근로자의 식량을 주민에게 제공
수용소로 변한 대규모 공사 현장
이권과 보신에 둘러싸인 벌거벗은 임금
뇌물 때문에 몸을 던진 당 간부
지옥의 평판도 돈에 좌우된다
아이의 손에 메모하는 교사
뇌물이 없으면 충성도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폭로한 허술한 의료체제
서양 취미를 숨길 수 없는 최고지도자
건강 불안이 가시지 않는 김정은
김여정은 Top 스페어
독재의 동요(動搖)를 증명한 제8차 당대회
남은 수단은 통제와 단결뿐
왜 서둘러 당대회를 열었던 것일까
한 달 만에 목표를 수정한 이유
4장 독재체제의 정체
숙청되지 않은 ‘마담 최’
3층 서기실의 엘리트들
공생하는 3층 서기실과 김정은
80일 전투의 의미
할당량 달성의 수단에서 사상통제의 도구로
735일간 억류된 미국인의 고백
인질 외교에 맛들인 북한
파리를 죽이듯이 할 수 있다
외국인 전용 교화소
중국 프로그램 방영 금지
기자회견 전에는 삭발
미국 국가정보국장의 방북
북한 스마트폰 ‘아리랑’
스포츠 영상으로 주민의 불만을 억제
앱 ‘명의원’
평양 부유층의 결혼식
싹트는 개인주의
교육용 태블릿PC 입수
아이를 고발자로 키우는 교육
블라디보스토크의 외화벌이 근로자
부지런한 근로자가 있어도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5장 핵과 미사일의 행방
일본에 핵 위협이 쏟아진다
평양을 향해 떠드는 사람
기만당한 클린턴 정부
미·중 갈등과 김정일의 급환으로 기회를 놓친 부시 정부
북한의 내정에 휘둘린 오바마 정부
무지와 공명심으로 실패한 트럼프 정부
‘붉은 귀족’만 기뻐했던 미·북 정상회담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험난한 핵 폐기의 길
적화통일전략을 버리지 않는 북한
김일성의 신뢰를 얻은 ‘가네마루 신’
아베가 주도한 일·북 교섭의 공과
일·북 정상회담은 성사될까
에필로그 | 김여정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특별기고 |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 팩트와 휴민트 중시할 때
특별기고 | 김정은과 김여정 수수께끼 풀기
옮긴이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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