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짐승이 되는 꿈은
해일을 일으킨다. 악몽은 당신을 가파른 협곡으로 몰아붙인다.
당신의 발에 두 손을 얹을게. 새벽 욕조의 푸른색으로.
온수입니다. 물속에서 빛나는 우리 발목을 봐. 어떤 어류가 우리를 간질인다.
피울 때마다 안개가 드리웠지요. 입맞추기 전에 기도를 가볍게 올렸어요.
우리는 인어의 방식으로 익사하지 않는다.
(…)
별들은 오리온자리 배열로 빛나는데, 그래, 내가 잘게 흩어졌어.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지평선이 불탄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우리 반지의 테두리가 빛난다고 말했다.
당신은 내가 외면한 슬픔의 총체인 걸까.
우리는 아름다운 종류의 괴물을 천사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는데.
우리가 영원히 깨어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해줘.
이곳에서 기절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좋은 부부가 될 거야.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거야.
알 수 없는 구름 속으로 나룻배가 산산조각나고 있어. 내가 절반 이상 죽은 줄 알았어.
그리고 가느다란 월식. 그리고
누군가가 우리의 문을
노크할 때.
창문에서 새벽빛이 쏟아진다. 블루.
_「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부분
한편, 발문을 쓴 시인 윤의섭은 양안다의 시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장면과 장면이 이접되면서 몽타주 기법으로 전개”됨으로써 논리적인 서사로 읽히기보다는 여백의 의미를 상상하게 하는 그런 영화 말이다. 이러한 특징은 양안다 시 특유의 독특한 발화 방식에서 연원한 것이다.
“서늘한 곳에서 기다려요.
우리 육체가 펄럭이는 깃발로 변할 때까지요.” 맞아요. 육체란
영혼이 굳는 과정이야. 깨진 유리잔은 없고 오직 금간 물이 담겨 있어요.
슬픔의 낮은 슬픔의 밤과 같지 않습니다.
……네 차례야.
네가 고안한 밤을 들려줘.
한낮에 질주하던 야생마도
한밤에는 걷는 것이 조화롭습니다.
(…)
내가 천치와 같던 어느 나날,
나는 내 주변 모든 사람을 천치로 보기 시작했다.
“한 손에 사과, 다른 손에 칼을 쥐면
우리는 껍질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 아이는 나의 왕관을 쓴 채 날 묶습니다.
_「꿈의 체스」 부분
「꿈의 체스」에서 ‘나’의 발화는 “했다”라는 어미로 끝나지만 ‘그 아이’에 대한 묘사는 “습니다”로 끝난다. ‘나’의 발화는 독백으로 들리지만 ‘그 아이’를 묘사하는 대목은 마치 독자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이처럼 양안다는 “일관된 주체를 통해 일관된 방향으로 발화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포함한 다양한 청자를 설정하고 그들 각자를 향해 서로 다른 형식으로 발화하는 시쓰기 방식을 보여”준다. 윤의섭은 이를 “다성성의 오케스트라”라고 명명하며 “양안다 고유의 문체(스타일)”라고 짚어낸다. 양안다의 시는 “파도가 일렁이듯 다채로운 결들로 펼쳐졌다 끊어졌다 하며 우리의 감각을 건드리는” 연주와 같다는 것이다.
아이는 발목에 닿는 물기를 느낀다. 문득 해변의 모양을 바라본다. 바닷물이 아이의 발목을 적신다.
“이걸 뭐라고 부르지?”
아이는 물의 춤을 바라본다. 해변을 사랑할 의지가 없다.
_「첫 안경을 쓰는 아이들을 위해」 부분
신이라고 여겨지는
아이는 인간의 그림자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요.
이것은 걸음마의 형식. 세상 모든 아이들은 앉은 채로 떠나고 싶다. 지평선 너머로 아이가 사라질 때. 그의 아버지가 문득 발에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할 때.
_「가장 선호하는 관심사」 부분
내가 원하는 것은 꿈이자 영혼이자 피크닉.
스텝에 밟힌 잔디가 다시 일어난다. 광장 바닥으로부터.
느린 속도로. 나는 잔디와 같은 마음이 없어서
무기력하게 쓰러지고 춤도 아닌 몸부림을 사랑했다.
철창 속 기린은 무슨 기분일까.
(…)
지난 휴가에서 개에게 물려 죽은 아이가 나였다니 그걸 늦게 알아버려서.
_「잔디와 청보리의 세계」 부분
양안다의 시에는 ‘연인’이 되기 이전의 존재라 할 수 있는 ‘아이’ 또한 자주 등장한다. 아이란 자아가 완결되지 않은 미완의 주체이자 미래의 가능성을 품은 사람이다. 아이는 엄격한 어른, 금지와 규율의 세계를 상징하는 “교육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저 친구들과 즐겁게 춤을 출 뿐이다.
불을 지폈고 나체로 춤을 추었고
절정이었을까?
아름다워. 숲속의 호수가
달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물결을 풀었다가
당겼다가…… 뛰어들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익사하지 않아요.
네 꼴을 좀 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지.
너는 조금 춤을 춘다.
나는 조금 불을 지켜보고 있는데.
_「Queen of Cups」 부분
시집 곳곳에 등장하는 이 아이들의 춤은 잘하려 할수록 “망가지는 춤”(「가장 선호하는 관심사」)에 가깝다. 아이들은 “매 순간 춤을 추며” 사랑을 발견하고, 연인이 되고, 아름답게 “패배”(「여름이 오면 우리는 나아지겠지 그런 믿음」)해나간다. 양안다의 시는 이러한 사랑의 가능성을 품은 아이들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아이 시절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실패를 웃어넘길 수 있게 되고, “꿈속에서 나는 사랑을 만드는 사람”(「여름 개들의 끝 절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양안다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작가님, 새해가 되고 새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소회가 어떠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운명보다 우연을 믿는 사람이고, 항상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시집을 내기까지 크고 작은 우연 속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감정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해서 종종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포장하곤 합니다. 이번 시집을 무사히 출간하게 되어서 무척 기쁘지만, 그걸 드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제가 덜 우스꽝스러워지도록 모두 기도 한 번만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Q2. “너는 천사가 나오는 시를 싫어했지”라고 이야기하는 ‘시인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너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썼다”는 말에는 슬픈 결기가 느껴지기도 했고, 그만큼 울림이 컸어요. 그러고 보면 이 시집 전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 같기도 하더라고요. 이 시들을 쓸 때 어떤 마음이셨나요?
‘시인의 말’에 적었듯이 저는 천사가 나오는 시를 싫어하던 옛 친구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 건강히 살고 있을까요? 그 친구는 이 시집을 읽고 마음에 들어할까요? 저는 친구가 마음에 들어할 거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를 썼습니다. 저는 시를 쓸 때면 항상 즐겁고 저의 모든 시간이 즐거운 순간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됩니다.
Q3. ‘연인’에 더해 ‘아이’ 또한 시 속에 자주 등장하고 있어요. “신이라고 여겨지는/아이는 인간의 그림자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가장 선호하는 관심사」)라는 시구를 보면 ‘아이’는 일면 ‘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이미지가 이른바 순수성과 악마성뿐만 아니라 시작과 끝, 늙음과 죽음, 사랑과 이별, 꿈과 현실 등 어디에도 물처럼 흘러들 수 있는 유연한 존재 같기도 했어요. 가장 전지전능하고, 동시에 가장 여린 존재랄까. 작가님께 ‘아이’는 어떤 이미지인가요?
‘아이’ 하면 ‘다음 세대’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전(前) 세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분명 저는 ‘다음 세대’이지만, 다른 누군가가 보았을 때 저는 다음 세대가 아닌 전 세대로 여겨질 것입니다. 그런데 저라는 사람은 애 같은 면이 있고, 조금 우습고, 제가 바라는 ‘어른’의 모습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누군가의 다음 세대이지만, 동시에 다른 이가 저의 다음 세대라는 것이 문득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바보 같은 어른들을 많이 보았고, 훌륭한 어른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누구도 바보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Q4. 데뷔한 지 구 년, 책으로는 다섯번째 시집을 펴내셨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여전히 ‘젊은’ 시인처럼 느껴집니다. 양안다 하면 떠오르는 감성과 스타일 덕분일 거예요. 특유의 감성,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인물들의 대화, 돌출적인 기울임체 등등. 작가님은 시를 쓸 때 가장 중시하는 게 무엇인가요? 처음 시를 쓰던 때와 지금 시를 쓰면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예전에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시를 여러 편 썼었습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이에 대해 물었을 때, 저는 ‘화자의 입으로는 부족하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많은 목소리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시가 다각적으로 다가가길 바랐습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쓰는 편이 저는 재미있습니다. 제가 오직 재미 때문에 시를 쓰는 건 아니지만, 시를 쓰는 이유 중 재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실입니다. 처음 시를 쓸 때도, 지금 시를 쓸 때도 저는 즐겁게 쓰고 있습니다. 달라진 점을 하나 뽑자면, 예전에는 ‘좋은 시’를 쓰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좋은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좋은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좋은 시집’을 만들고 싶습니다. 당연히 ‘좋은 시집’이 무엇인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모르기 때문에 이 일이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Q5. 작가님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분들, 처음 만나게 될 독자분들께 인사를 부탁드려요.
실생활에서 저는 사람과 만나는 걸 즐기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길 두려워하며, 에너지가 상당히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시에서는 정반대의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영화 〈메모리아〉를 보고 돌아와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메모리아〉의 주인공인 제시카는 자신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영화가 끝나자 저는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모두 몸 건강 마음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에게 미리 감사드립니다.
작가 소개
양안다
양안다. 201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숲의 소실점을 향해』,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가 있다. 창작 동인 ‘뿔’로 활동중이다.
목 차
- 1부 우리는 눈사람, 녹는 가면을 쓰고
저글링/ 여름 개들의 끝 절망/ 꿈속 얼굴을/ 첫 안경을 쓰는 아이들을 위해/ 천사 잠/ 재정렬/ 개와 개/ 소학교 일년생/ 퇴원/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캐치볼/ 다른 페이지의 낙원/ 검은 장벽/ 매그놀리아 멜랑콜리아/ 겨울은 계속 나쁜 짓을/ 잔디와 청보리의 세계/ Queen of Cups/ 가장 선호하는 관심사/ 림보/ 망상 한계/ 미래 의자
2부 이 구부러진 손가락에 작은 불씨를 주십시오
둘 천사/ 그러나 고요하고 거룩한/ 무지개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소년 소녀들/ 꿈의 체스/ 백일몽/ 나쁜 피/ 쇼파르/ 호랑이 굴/ 탄포포/ 오뉴월/ me/ 여름이 오면 우리는 나아지겠지 그런 믿음/ 방아쇠와 이어달리기/ 재활/ 해마의 방/ 도킹/ 도핑/ pleasedontleavemealone/ 연대기/ 몇 개의 작은 상처들/ 캠프/ 절벽까지 여섯 발자국/ 트램펄린
발문 | 완전한 불완전
윤의섭(시인)
역자 소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