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는 동갑입니다
동갑. 아이와 개는 동갑이다. 같은 해에 태어나 세상을 향해 말간 눈을 뜬 순간부터 둘은 똑같이 한 살이 되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며 계절을 지나고 타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동무가 된 둘은 같이 놀고, 같이 잠들고, 아플 때는 곁을 지키며 자라난다.
아홉 살, 열 살, 열한 살… 이제 아이는 핸드폰을 보거나 거울 앞에 서 있거나 책상 앞에서 숙제와 공부로 한숨 쉬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개에게 아이는 여전히 동갑내기 친구다. 같이 눈밭을 뛰놀고 장난 치던 아이가 왜 찢어진 노트를 들고 화를 내는지, 왜 같이 가지고 놀던 인형에는 통 관심이 없는지 알 수 없지만, 개의 시간은 한결같이 아이를 향해 있다.
열 셋, 열 넷, 열 다섯 살…. 해를 더해가며 나이가 들어도 아이와 개는 언제까지나 함께일 수 있을까? 『동갑』은 ‘한 살’ ‘두 살’이라는 상징적인 글만으로 그 시간의 의미를 호출해 내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 가족의 의미라는 거대한 담론에 이르는 길을 열어젖힌다. 김지은 평론가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말을 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탄탄한 서사에 있다.”고 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시간의 속도를 뛰어넘는 영원한 기억의 세계
시간이 더해갈수록 아이에게는 점점 중요한 일들이 많아진다. 친구들과의 관계, 학교생활, 어느 덧 찾아온 사춘기로 인한 방황의 시간들이 아이를 관통해 가고, 개는 아이 곁에서 몇 배 더 빠른 속도로 그 시간을 살아간다. 둘은 동갑이지만, 이들을 지나는 시간의 속도까지 같지 않다는 건 우리가 늘 잊고 지내는 함정 같은 현실일 테다.
『동갑』은 이제 어른이 된 아이의 삶 곳곳에 묻어 있는, 열다섯 살 개를 향한 기억의 잔상들을 소환하며,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함께할 수 없어도 둘의 우정이 영원히 이어질 것임을 뭉클하게 전한다. 그야말로 이들은 ‘영원한 동갑.’이다.
제5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작
『동갑』은 “동갑이어도 삶의 속도는 다른 두 생명체가 교감을 나누는 모습이 이 그림책의 매력 포인트이다. 시간대 별로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한 컷 한 컷 배치하여 긴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고, 비록 지금은 곁에 없지만 항상 든든한 가족으로서 ‘너’를 영원히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결말이 뭉클한 그림책이다.”는 평을 받으며 제5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평범함 일상에서 세밀한 시선으로 재치 있게 글감을 건져 올리며 소설과 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길상효 작가는 나이를 나타내는 말만으로 아이와 개의 관계와 둘을 아우르는 시간을 폭넓게 담아 내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순수 회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은정 작가는 실제 아이의 성장 과정에 관련된 자료와 조사를 토대로 손가락 모양 하나, 얼굴 표정, 주름 선 하나까지 포착하고, 이를 다양한 기법으로 여러 차례 다시 그리는 고된 작업의 시간을 거쳐, ‘영원한 동갑’의 감성을 풍부하게 표현해 냈다. 특히 시선을 마주한 아이와 개의 눈동자 속에서, 서로의 모습이 영롱하게 비쳐 보이는 듯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장면은 ‘영원한 동갑’을 지칭하는 『동갑』의 결말이자, 모든 서사의 가지들을 한데 모아 증폭시키는 힘이 있다. 『동갑』의 세월을 따라가며 잠시 저편에 밀어 놓았던 인연의 파편들을 소환해 보는 건 어떨까?
작가 소개
지은이 : 길상효
그림책과 동화, 소설을 쓰고 번역합니다.
대상 독자층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쓰며 방황하는 일이 때로는 힘과 안식을 주는 것에 놀라곤 합니다. 「소년 시절」로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을, 『깊은 밤 필통 안에서』로 제10회 비룡소문학상을, 『동갑』으로 제5회 웅진주니어그림책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린이 : 조은정
회화를 전공하고 그림을 그리며 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는 기쁨을 알게 되는 요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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