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야기가 사라진 세상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단어와 문장의 힘, 상상력과 이야기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그림책
-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 ‘픽션 부문 우수상’ 수상, 마드리드 서점 연합 선정 ‘올해의 그림책’ 수상 작가의 새 그림책 출간!
-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이야기’와 이야기를 끝없이 이어지게 만드는 ‘상상력’의 힘에 대한 그림책
세상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시작은 작은 점이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푸른 별 지구는 행성들의 충돌로 만들어졌으며, 인류는 영장류에서 갈라져 나온 순간에서 시작되었지요. 그리고 시작된 우리의 삶 역시, 수많은 첫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난 순간, 다리에 힘을 주어 딛고 선 순간, 입안의 말을 소리로 내뱉은 순간, 감정을 배우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던 때 등 ‘처음’의 모든 순간은 아마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여기 ‘이야기’가 처음 생겨난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테두리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선과 간결한 색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표현해 온 라울 니에토 구리디 작가의 새 그림책 《이야기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생긴 일》 속 배경입니다. 작가는 이번 그림책에서 ‘세상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이야기와 상상력의 힘’을 담아냈습니다. 이야기가 등장한 뒤의 세상, 그리고 다시 그 이야기가 사라져 버린 세상을 통해 우리의 삶에 이야기와 상상력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침묵, 침묵, 그리고 다시 침묵…….
어느 날 갑자기 이야기가 멈춰 버린 마을에서 일어난 엄청난 소동
작고 평범한 마을에 ‘옛날 옛날에’ 씨가 태어났습니다. ‘옛날 옛날에’ 씨는 자라나 이야기꾼이 되었고, 흩어진 낱말을 모아 멋진 이야기로 엮은 뒤 사람들에게 들려주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옛날 옛날에’ 씨의 이야기를 통해 놀랍고도 잊지 못할 순간들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어요. ‘옛날 옛날에’ 씨가 입을 꾹 닫고 말하기를 멈춘 거예요. 온 마을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어요. 누구도 ‘옛날 옛날에’ 씨가 다시 이야기하게 만들 수 없었고, 그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야기가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옛날 옛날에’ 씨의 침묵을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답하기만 한 이 상황은 아주 뜻밖의 순간에 해결됩니다. 마을 사람들이 이야기 속 인물로 분장을 할 때도, 어떻게든 이야기를 대신해 보려고 할 때도 가만히 보고만 있던 음악가가 첼로를 연주한 순간이었지요. 음악가의 첼로 선율은 글자 그대로 ‘선’이 되어 ‘옛날 옛날에’ 씨의 귀로 흘러들어 갔고, 이내 말로 바뀌어 튀어나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짜 이야기는 단어룰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음을, 새로운 영감과 상상력으로 사이를 끊임없이 채워 넣어야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요.
상상력이 우리 안에 살아 있도록 만들어 준 과거의 구전 문학가들에게,
또한 그 이야기를 먼 훗날로 이어 갈 지금의 이야기꾼들에게
이야기꾼이 등장하기 이전의 세상, 즉 낱자와 낱말만이 존재하던 시기는 점들이 흩어진 모습과 같았습니다. 각자의 방향으로 말을 던질 수는 있어도 결코 이어지지 않는,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관계였지요. 하지만 이야기꾼이 등장하고, 점의 세상은 선으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휘감기고 꼬일지라도 끊어지지 않고 길게 다음으로 이어졌지요.
작가는 대화를 통해 맺어지는 사람 간의 관계를 ‘선’으로 표현했습니다.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이 과정을 그림책 속에서는 눈으로 볼 수 있게끔 만든 것입니다. 앞표지 속 이야기꾼의 입에서 시작된 선은 본문을 지나 쭉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야기꾼이 말을 멈추는 순간에 끊어졌다가 음악가의 선율과 함께 다시 시작되지요. 다만, 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야기꾼에게서 시작된 선이 다른 누군가에게 닿는 것으로 끝나 버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마을 사람들에게 가닿은 이야기는 저마다의 주위를 빙빙 돌다가 다른 이에게 이어집니다. 꼭 길고 오랜 시간을 거쳐 새로이 재구성되고 확장되어 전해 오는 옛이야기들처럼요. 자, 이제 우리에게 닿은 ‘옛날 옛날에’ 씨의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그리고 누구에게 전하면 좋을까요? 이 책을 읽은 모두가 이 이야기를 자신만의 것으로 바꾸어 보는 재미를 함께 느껴볼 수 있길 바랍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구리디
스페인 세비야 예술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 《두 갈래 길》로 2018년에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을, 그림을 그린 《고집불통 4번 양》으로 마드리드 서점 연합 선정 올해의 그림책, 네마리 고양이 재단상 등을 받았습니다. 그 밖에 《새가 되고 싶은 날》, 《바다로 간 페넬로페》,《물 없는 나라 빵 없는 나라》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옮긴이 : 김정하
어렸을 때부터 동화 속 인물들과 세계를 좋아했습니다. 스페인 문학을 공부한 후, 스페인어로 된 어린이 책을 읽고, 감상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틈이 나면 동네를 산책하거나 오르간 연주를 합니다. 옮긴 책으로 《도서관을 훔친 아이》, 《지구의 시》, 《바다의 음악》, 《남극의 아이 13호》, 《여자와 남자는 같아요》, 《구멍에 빠진 아이》, 《어서 와, 알마》, 《창문을 열고 빛을 비추면》 등이 있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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