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미국 대외정책 비판자’와
‘언론이 감춘 빛나는 세계를 발굴하는 사람’의 만남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신뢰감을 주는 시대의 양심,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가 새로운 대담집을 내놓았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 시기 유명한 연설문이자 에세이 <지식인의 양심>을 발표한 이래 그는 60여 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수많은 글, 강연, 대담을 통해 “완고한 장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꾸준하게 세계와 권력, 진실과 정의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단단한 바위 같은 그의 행보는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대외정책 비판자”(뉴욕타임스북리뷰)로 그를 대중 속에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95세의 촘스키 교수는 여전히 현장의 전선에 있다. 이번에는 1990년대 초 처음으로 그를 찾아와 자문을 구하며 인연을 맺은 후 30년간 전 세계를 무대로 비판적 저널리즘을 구현하며 자연스레 그의 ‘제자’이자 ‘동료’가 된 인도 출신의 저널리스트 비자이 프라샤드와 함께했다. 비판지성 촘스키의 출발점인 베트남과 라오스에서의 미국의 전쟁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하여,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에서의 미국의 21세기 20년 전쟁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현실로 펼쳐진 미국발 ‘신냉전’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세계의 미래를 전망했다. 지금 시기 우리에게 너무나 절박한 세계패권과 국제질서 문제에 대한 진실과 통찰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미국의 전쟁을 ‘불량국가의 테러리즘’이라는 방향에서 자신의 실천 행동까지 가미해 풀어내고 완결성 있게 정리해낼 지구인은, 단언컨대 노엄 촘스키 단 한 명뿐이다. 라틴아메리카의 거장 이야기꾼 에두아르노 갈레아노로부터 “언론과 공식 역사가 감춘 빛나는 세계를 발굴하는 사람”이라는 극찬을 받은 저널리스트답게, 비자이 프라샤드는 때로는 존경심을 담아 촘스키의 비판지성사를 복기하고, 때로는 촘스키의 숨겨졌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며, 때로는 자신의 날카로운 견해를 밝히면서 대담을 풍성하게 만든다(프라샤드가 촘스키에게 헌정한 ‘나가며’는 가슴 뭉클하기까지 하다).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들이 미국을 싫어하는 건, 미국이 그들에게 한 일 때문이다.”
- 21세기 미국의 침략 전쟁 실패사失敗史
“파란 눈과 금발”을 가지지 않은 “갈색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 명이 기아와 빈곤에 노출된 결과로 귀결된 21세기 미국의 20년 전쟁은 여전히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나라와 지역들에서 그러하다. 이 책에서는 결국 친미 정부 수립에조차 실패한 아프가니스탄(2장), 이라크(3장), 리비아(4장) 전쟁의 핵심을 비판적으로 복기한다. 정치적 목표가 결국은 달성되지 못했고, 도덕적으로 추악하며, 군사적으로 실패했고, 경제적으로도 명확한 결과를 말할 수 없는 총체적으로 실패한 전쟁이며, “그들이 미국을 싫어하는 건”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불법적인 침략과 끔찍한 잔학 행위는 9-11 테러를 ‘핑계’로 시작됐다. 사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의 좌파 개혁 정권과 러시아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자헤딘 세력을 지원해 ‘수렁’을 만들었던 것도 미국이었다. 9-11의 진상 규명, 테러리스트의 실질적인 검거보다도 미국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패권을 위한 전쟁 기획이었다. 9-11과 별다른 관계가 없었던 탈레반 정권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참화에 빠졌다. (특히 1980년대에 이루어진) 일체의 개혁과 진보는 사라졌고, 군벌과 봉건 세력이 ‘친미’의 이름으로 권좌를 차지했다. “전략적 이해관계조차 확실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벌인 행동은 마피아적 세계 질서 유지를 위한 “힘의 과시”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부패”와 “탐욕의 전시실”이 아프간 친미 정부를 통해 펼쳐졌고, 군대는 붕괴했다. 아프간 국민들은 ‘개혁 정권 시절에는 여성이 취직을 하고 아이들이 거리에서 뛰어 놀았’으며 ‘심지어 탈레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미국과 친미 세력에 대한 환멸과 분노를 이야기했다. 결국 마지막에는 제대로 된 싸움 한 번 없이 카불을 탈레반이 점령하고 미군은 철수하게 되었다.
이라크 전쟁에는 미국의 네오콘이 앞장섰다. 그들은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건설할 열망으로 “좋은 구실을 찾아 신속하게 휩쓸어 버릴 표적”이 필요했고, 그 대상으로 지목된 것이 한때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가능성을 이유로 미국의 대량살상무기가 이라크에 투입됐고, 그것이 거짓 정보임이 드러나자 “자유”를 진척시키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이어졌다. 수많은 서방 지식인들이 ‘보호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전쟁 논리에 호응했다. 전쟁과 ‘분할 지배’로 인해 시아-순니 종파 갈등이 사실상 처음으로 폭력적인 형태로 비화됐다. 미국의 입장에서 일극패권 확립, 석유 지배, 이스라엘 보호 및 이란 견제 등의 “전략적” 이유가 명확했던 이라크 전쟁은, 하지만 세계인의 보편적 시각에서 보면 교과서적 침략 전쟁 범죄의 명확한 사례일 뿐이다. 침략을 정당화할 믿을 만한 근거도, 유엔 안보리의 최소한의 승인도 없었고, 전 세계 인구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했다. 그럼에도 진행된 침략 전쟁에 대해서는,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으로 귀결된 나치의 침략 전쟁과 똑같은 범죄”라고 평가해야 한다. 이라크 국민들은 미국에 대한 반감이 크다. 경제 제재와 전쟁으로 커다란 충격을 준 실체가 미국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처럼 폭발적으로 반미 투쟁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전쟁 이후 성립한 이라크 정부와 국회도 계속해서 미군의 주둔을 거부해왔고 그 흐름이 계속 강화되었으며, 미국 역시 전술에 일부 수정을 가하면서 2011년부터 철군을 시작해 결국 2021년에 병참 본부를 완전히 쿠웨이트로 이전하게 된다.
리비아 전쟁에의 중심에는 나토가 있었다. 이라크 전쟁이 거의 미국 단독으로 진행된 것이었다면, 리비아 전쟁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도 적극 나섰다. 리비아 카다피 정권에 반기를 든 ‘벵가지’ 세력은 서방과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나토과 ‘벵가지’ 세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가봉 등 아프리카연합의 휴전안, 중재안을 모두 거부했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도 사실상 위반하며 폭격 대공세를 취했고, 결국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기에 이른다. 그 결과 리비아는 대립하는 민병대 집단들이 통제하는 영역들로 나라가 산산조각이 나고, 계속되는 내전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 현재 두 개의 정부가 존재하지만, 사실상의 재난지대다. 문제는 나토가 리비아를 파괴해서 혼란을 일으키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리비아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강요하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석유 수급의 불안정을 야기 시켜 자신들에게도 해가 되었음에도, 미국과 나토는 “세계를 통제하는” 패권적인 목표에만 집중했을 뿐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만큼 추악했던 미국의 전쟁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에서의 전쟁에는 여섯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엄청난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학살이 있었다. 둘째, 미국이 지원한 건 ‘민주’ 세력이 아닌 ‘부패한 부자들’이었다. 셋째, 이런저런 불의를 바로잡겠다며 가장 큰 불의인 침략을 정당화했다. 넷째, 민중의 삶은 침략 이전보다 모든 측면에서 퇴보했다. 다섯째, 유엔헌장은 무시당했다. 여섯째, 결국 미군은 철수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결과, 아프간 국민의 66%는 정신건강에 문제를 겪고 있고, 97%가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문맹률은 60%에 달한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이 벌인 학살과 고문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아무도 모를” 수준으로 이뤄졌다. 미군 해병대의 팔루자 대규모 학살 첫날, 미군은 종합병원을 접수하면서 “군인들이 환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의사를 자빠뜨리고 한데 묶었다”. 언론은 승전보에 한껏 취해 “복잡한 미로 속에 쥐새끼처럼 뒤엉켜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운운했다. 리비아 전쟁에 폭격과 무기 지원으로 개입한 미국과 나토의 행보는 대중의 평화적 시위를 왜곡해 내전으로 바꾸고, 급기야는 제국주의적 전쟁으로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온갖 종류의 테러 집단이 생겨났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난민이 되어 이주민 행렬을 이뤘다가 (서방이 지원하는)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 촘스키 교수는 이 모든 것들이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와 비견할 만한 엄청난 범죄 행위라고 명확하게 지적한다. 그리고 ‘우리가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다면 똑같은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는 논리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말한다.
“히틀러는 지역에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기 위해 행동에 나섰고, 나치가 문명의 이점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내세운 구실도 그만큼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전쟁을 획책한 사람들을 뉘른베르크 원칙에 따라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합니다.”(노엄 촘스키)
다극세계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위험한 확전
- 미국과 글로벌 나토의 하이브리드 ‘신냉전’
하지만 미국은 역사에서 배우지 않았다. 20년의 추악한 전쟁과 그 실패는 미국의 일극패권을 약화시켰다. 세계적 범위에서 미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리더십에 대한 의심이 쏟아진다. 미국은 여전히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대폭 위상이 낮아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미국이 일극패권에서 다극세계로 점차 나아가는 국제질서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 나서면서 위험한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국과 ‘글로벌 나토’의 하이브리드 ‘신냉전’이다.
“미국의 힘이 점차 취약해지는 동시에 중국이 자신감을 갖고 등장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강제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은 서구 기업들이 특히 첨단기술 부문에서 중국 기업들의 역동적 성장에 대항할 수 없다는 전반적인 좌절감의 표현입니다. 나토는 ‘글로벌 나토’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표명하고 자신의 주적이 중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건 존재 자체를 건 충돌이기 때문에 철수가 불가능한 물러날 수 없는 싸움입니다. 나토는 한창 러시아와 위험한 대결을 벌이고 있고, 중국을 상대로 심각한 대결을 고조시키는 중입니다.”(비자이 프라샤드)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사실상의 ‘미-러 전쟁’은 일극패권의 유지와 다극세계의 출현이라는 세계질서의 변동 속에서 볼 때 그 성격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촘스키와 프라샤드는 이 전쟁에서 명백히 드러난 것은, 유럽(그리고 한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군사 동맹)의 대미 종속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유럽의 경우, 미국과 대결하지 않으면 유럽인들의 경제적 피해가 증대된다는 내적 모순이 존재하며, 이 모순이 폭발할 경우 “세계 질서는 급진적인 방향 전환”을 할 수도 있다)과 중국, 러시아 및 남반구 전반의 다극화와 비동맹을 향한 지향 역시 새로운 단계로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및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권에 대한 무기 지원에 대한 지지, 동참 양상을 보면 대략 25 대 75의 양상인 미국-친미 국가들 대 중립-비미국-반미제국주의 성향 글로벌 사우스의 현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미국은 자신이 비교우위를 누린다고 판단한 무력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동부 연안을 중국을 겨냥한 주한미군, 주일미군 기지 등으로 둘러싸고 핵 위협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오히려 중국은 일대일로, 상하이협력기구 등의 강화를 통해 발전-투자 체제로 유라시아 및 세계를 연결하려고 한다). 이는 ‘대부’식 질서를 폭력으로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점점 약해지는 ‘깡패’가 더 큰 무기를 들고 와 더 큰 위협을 가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를 절멸로 이끌 핵전쟁과 세계대전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그 무엇보다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경쟁하는 두 개의 세계 체제 구상
- ‘대부The Godfather’식 규칙 기반 질서 VS. 유엔헌장 기반 다자주의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촘스키와 프라샤드는 한계가 있을지언정 세계 193개국이 서명한 ‘유엔헌장’에 기초를 두고 주권 평등과 다자주의의 원칙으로 세계질서를 바로 세우자고 말한다. 이는 그 누구보다도 ‘미국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헌장을 제대로 따른 적이 전혀 없다시피 한 유일한 강대국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예외주의’다. 미국은 1946년에 자기만큼은 “유엔헌장이나 미주기구헌장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법제화했다. 촘스키는 논리적으로 볼 때 이는 미국은 제노사이드를 저질러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즉, “미국은 제노사이드를 실행할 자격이 법률적으로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며, 사실상 미국을 국제법 위의 예외적 존재로 인정하는 철저한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유엔헌장의 정신에서 완전히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의 세계질서는 무엇이었나? 촘스키와 프라샤드는 이를 설명하고자 ‘마피아 대부’와 ‘깡패’, ‘미치광이’라는 표현을 쓴다. ‘대부’가 정한 ‘규칙’에 기반한 질서, 이것이 미국이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하는 국제질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저 미국이 결정하고 규정하는 대로 따르는 것, 결정과 해석 권한이 미국 지배계급에게 주어진 것일 뿐이다.’ 촘스키는 “지금 세계 질서 구상 두 개가 의제에 올라 경쟁”한다는 점을 유념하자고 이야기한다. “미국의 말을 따르는 게 규칙을 따르는 것”이라고 세계 체제를 정의할 것인지, 유엔헌장에 바탕을 두고 각 국가의 주권이 평등하다는 점을 인정한 토대 위에서 다자주의를 통해 세계 체제를 정의할 것인지(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다수 나라가 인정하고 지지한다), 우리가 선택하고 실제로 행동할 시기라는 것이다.
“촘스키는 여전히 최고 수준의 현역 파이터다.”
‘한미동맹’에 의거한 한국의 외교 정책은 지난 20년 전쟁 기간, 철저히 미국에 편향됐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는 군대가 파병되었고, 미국식 “개입”은 “자유”의 이름으로 긍정되었다. 그리고 ‘신냉전’이 도래한 현 시기, 한국의 동맹 중심 외교는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대전략을 적극 긍정하며 글로벌 나토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른바 ‘한미일 군사 동맹’의 완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 결과 최대 교역국 중국과의 불화는 매우 잦아졌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 러시아에는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핵무장 국가’이자 통일 협상의 상대인 북한과는 ‘실전을 우려해야 할 정도’의 군사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신냉전적 디커플링 및 공급난 양상 속 무역 수지 문제와 에너지난, 고물가와 고금리는 서민의 가계를 직격하고 있고, IRA를 비롯한 동맹조차 배제하는 미국의 정책에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차원이 다른 거대한 실체의 접근을 대중들은 직감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현대사 최고의 위기이자 우리의 존재 자체를 뒤흔들 거대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한동안 잊혀졌던 세계질서와 국제 정치 지형의 ‘변동’에 능동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우리는 무엇이 물러나고 무엇이 들어서도록 해야 하는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모든 사회적·정치적 가치들을 뿌리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미국’ 그리고 ‘미국식 가치관’이라는 실체가 놓여 있다. 노엄 촘스키는 지난 60년 동안 그래왔듯, 이 책을 통해 “인기 없는 사실을 고수”하고 “불의에 반대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입장을 통해 “미국 정부가 늘어놓는 거짓말과 전 세계 보통 사람들의 희망을” 예리한 펜으로 서술하였다. 많은 지식인들이 이런저런 소재들로 옮겨 다니며 지적 유희로서의 비판을 ‘상품화’할 때, 우직하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인 미국의 지배계급에 맞서고 그들의 폭력을 근본적으로 경멸하는 태도를 견지하며 투쟁했다. 90대 중반의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지적으로 왕성하고 의지로 충만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녹록하지 않은 절박한 현실 속에서 “여전히 예리하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는 최고의 복서” 노엄 촘스키의 분석과 혜안은 너무나 소중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놈 촘스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 2세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진학한 뒤 언어학자 젤리그 해리스를 만나면서 언어학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의 특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펜
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1958년(30세) 부교수, 1961년(33세) 종신교수, 1966년(38세) 석좌교수, 1976년(48세) ‘인스티튜트 프로페서Institute Professor(독립적인 학문기관으로 대우하는 교수)’가 된 그는 지금까지 논문 1,000여 편과 저서 100여 권을 발표했다.
노엄 촘스키는 언어학자이자 인지과학 혁명의 주역으로서 명성을 누리는 데 머물지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1967년 〈지식인의 책무〉를 발표하면서 세계 지식인들의 양심에 경종을 울린 그는, 여든 살을 넘긴 오늘날까지도 시대의 양심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또한 세계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와 미국의 제국주의, 자본의 언론 장악과 프로파간다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주요 저서로는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외에도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비밀, 거짓말 그리고 민주주의》, 《공공선을 위하여》, 《촘스키, 知의 향연》, 《촘스키, 사상의 향연》, 《촘스키, 고뇌의 땅 레바논에 서다》,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숙명의 트라이앵글》, 《지식인의 책무》, 《여론조작》, 《통사 구조》, 《언어 이론의 논리적 구조》 등이 있다.
지은이 : 비자이 프라샤드
인도 출신 역사학자, 언론인, 마르크스주의자이다. 미국 트리니티대학교 남아시아 역사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인도 레프트워드북스에서 편집장 및 트라이컨티넨탈: 사회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갈색의 세계사》, 《제3세계의 붉은 별》, 《워싱턴 불렛》을 포함한 여러 책을 쓰고 편집했다.
옮긴이 :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위어드』 『에도로 가는 길』 『타인의 해석』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불평등의 이유』 등 인문사회부터 정치까지 폭넓은 분야의 책을 번역한다. 『미국의 반지성주의』 번역으로 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으며, 그 밖의 옮긴 책으로는 『AK47』 『신체 설계자』 『빛의 만리장성』 『도덕의 기원』 『신이 된 시장』 『자기 땅의 이방인들』 『E. H. 카 러시아 혁명』 등이 있다.
목 차
추천사
서문(앤절라 데이비스)
들어가며 - 추악한 전쟁이 남긴 유산
베트남과 라오스
9-11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취약한 미국 패권
나가며 - 노엄 촘스키와 함께 글쓰고 대화한 30년(비자이 프라샤드)
미주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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