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는 지난밤 네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
금기와 상상으로부터 시작된
오싹오싹 짜릿짜릿 밤의 악몽!
거부할 수 없는 새빨간 유혹
금기를 어긴 밤, 무시무시한 네가 나타났다
‘아, 밤은 깊었는데 잠이 안 와. 그나저나 엄마는 왜 맛있는 콜라를 마시지 못 하게 하는 걸까? 알 수 없는 밤처럼 새카맣고 밤하늘에 별처럼 톡 쏘는데 꿈처럼 달기까지! 밤과 콜라야말로 정말이지 최고의 짝꿍인데 말이야. 아, 도저히 못 참겠다. 이 목마름은 그냥 목마름이 아니야. 오직 콜라만이 이 갈증을 채울 수 있지! 새빨간 모습으로 나를 유혹하는 콜라를 향한 이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 엄마 몰래 슬금슬금 후루룩 챱챱 비워내고 입만 쓱 닦아내면 아무도 모를걸! ···캬! 바로 이거지! 아, 이제야 살 것 같다. 그럼 이제 갈증도 해결됐으니 잠이나 자 볼까? 쿨쿨··· 어? 그런데··· 저게 뭐지?’
한밤중 금기를 깨고 콜라를 마신 아이는, 잠시 잠에 들었다 깨어난 순간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두 눈을 발견합니다. 어둠 속의 낯선 두 눈동자라니, 등골이 오싹해지고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는 일이지요. 게다가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수록 그 눈동자가 박힌 얼굴은 아주 거대하게 보이고, 금방이라도 코앞에 다가올듯 무시무시합니다. 꼼짝없이 이불 속에 숨어 그 눈동자를 응시하던 아이는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을 펼쳐내기 시작합니다. 저 거대얼굴은 대체 정체가 뭐지? 무찌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저렇게 주먹을 날리고, 발차기를 날리고··· 그러다 정말로 멋지게 저 녀석을 혼쭐내 버리면··· 그땐 나도 거대한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켜 낸 영웅이 되는 거야! 처음엔 두려움으로부터 시작된 상상의 나래가, 어느새 즐겁고 짜릿한 상상으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빨간 선을 넘나드는 마음,
까만 밤을 물들이는 상상
금기와 금기를 어기는 것에 대한 신화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주제 중에 하나였습니다. 게다가 그 금기가 부모가 자식에게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선언한 것이라면? 작가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 주제를 ‘두려움’이라는 정서와 엮어 한 편의 깜찍한 심리 스릴러로 발전시켰습니다. 금기를 어긴 아이가 밤사이 마주하게 되는 공포와 상상, 그리고 다시 날이 밝았을 때 마주하게 되는 두려움의 실체에 대한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 봤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게 합니다. 그 밤 속에는 미지의 어둠을 헤쳐 나가며 온갖 다채로운 공포를 창조해내던 놀라운 상상력이 있고, 다시 밝아 온 낮 속에는 금기를 어긴 짜릿함은 찰나로 지나가고 밤보다 더 커다란 검은 안개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복잡한 감정들이 있습니다. 더불어 해결하기 어려운 콤플렉스 앞에서, 금기를 어긴 것에 대한 대가 앞에서, 부모님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던 가엾은 마음들이 있지요. 그렇게 우리들의 밤과 낮 속에는, 우리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 앞에서 벌렁대던 심장박동이 있었습니다.
밤의 얼굴보다 더 무서운
낮의 얼굴을 만났을 때
그런데 두근두근 심장박동 속에 밤을 새카맣게 채워 가던 상상은 금세 잠으로 이어지고, 저도 모르게 잠든 아이는 그만··· 이부자리에 실수를 해 버리고 맙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떴을 땐, 간밤의 거대얼굴은 그저 의자에 걸린 아빠 바지였을 뿐이라는 걸 깨닫죠. 하지만 망상 속의 공포는 이어 현실 속의 공포가 됩니다.
‘엄마에게 자다가 쉬한 걸 들키면··· 정말 큰일 나!’
그렇게 책의 중간 지점에서, 아이의 ‘밤의 공포’와 ‘낮의 공포’가 교차하는 지점이 찾아옵니다. 이부자리에 지도를 그린 걸 감추기 위해 엄마 몰래 빨래를 하던 아이가 그 현장을 엄마에게 들키게 되는 순간, 아이는 밤사이 자신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거대얼굴’보다 ‘엄마 얼굴’에 더 크게 놀랍니다. 어쩌면 아이가 가지고 있는 공포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순간입니다. 금기를 어겼다는 두려움, 게다가 그 결과로 아이의 콤플렉스였던 밤 실수가 이어졌다는 두려움, 무엇보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어 보는 ‘눈’인 부모님의 불호령에 대한 두려움이지요.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우리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어떤 것인지, 또 그 두려움의 근원은 어떤 것인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실 안에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됩니다.
내가 본 것,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상상한 것들은 모두 ‘진짜’일까?
하지만 『거대얼굴』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거대얼굴이 사실은 아빠 바지였다는 것에 안도한 채 책의 마지막 장을 펼치면, 사실 간밤의 상상이 망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단서가 등장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거든요.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로 하여금 공포의 희번덕한 두 눈동자를 마주하게 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데 있습니다. 바로, 만약 이 이야기 전체가 두려움의 실체에 대한 하나의 문장이라면 그 문장의 끝맺음을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로 남겨두었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에게는 공상 속 미지의 피조물들이 허구의 존재였을 뿐이었다는 결말의 ‘온점’보다, 상상의 두 눈으로 본 실체는 언제라도 실재할 수 있다는 열린 가능성의 ‘물음표’가 더 필요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왜냐고요? 우리가 가진 상상의 능력은 사실 두려움 그 자체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막연하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의 근원을 눈에 보이는 상상의 씨앗으로 변모시켜 하나의 재미난 이야깃거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우리는 벌벌 떨기보다 껄껄 웃으며 우리 앞에 놓인 숱한 낮과 밤들을 통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더 나아가 오늘 내가 본 것이, 어제 내가 기억하는 것이, 그리고 매일매일 피어나는 나의 새로운 욕망들이 ‘100% 맞다’라는 확신보다 ‘맞을까, 아닐까?’의 경계에 있을 때, 우리는 다시 그 물음표의 힘으로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검정, 도무지 알 수 없는,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인
채색 도구로 주로 콩테와 목탄을 사용하는 경자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검은색이 품고 있는 감정과 이야기의 스펙트럼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내는 재능을 맘껏 뽐내 주었습니다. 전작 『누군가 뱉은』에서는 켜켜이 쌓인 콩테의 검은 빛깔로 세상을 그저 까맣게도 한없이 예쁘게도 물들일 수 있는 ‘말’의 힘을 보여 줬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밤을 삼키는 공포의 두 눈동자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펼쳐냈지요. 그렇게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주변의 소재와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해 보일 수도 있는 주제를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과 기법으로 표현해내 어김없이 독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어떤 현상들도 경자 작가의 렌즈를 통과하면 어느새 하나의 매력적인 이야기로 태어나, 우리가 이전에 가져 본 적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세상 모든 색을 다 합치면 검은색이 되는 것만큼이나,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을 것만 같은 경자 작가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작가 소개
경자
어릴 적 저는 종종 식은땀을 흘리며 뜬눈으로 조용히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불을 끈 방에서 본 물건들은 밝을 때와는 다르게 숨 막히게 조용했습니다. 너무 조용해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지요. 상상 속에서 하염없이 흘러가던 어릴 적 밤을 떠올리며 이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누군가 뱉은』 책을 지었고, 『모든 것이 다 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1』, 『친구 잘 사귀는 법』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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