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평균 나이 65세! 관록의 제품들
시대를 뛰어넘고 세대를 이어가며
여전히 잘 팔리는 제품의 성공 비밀을 파헤친다!
모든 존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간의 풍화를 겪는다. 제품도 그렇다. 태어나 성장하고 쇠락하다 마침내 소멸한다. 하루에도 셀 수없이 많은 신제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살아남아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제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만고불변의 법칙에 역행하는 제품도 있다. 시간을 거스르며 여전히 사랑받고 잘 팔리는 제품들이다. 구한말 세상에 나온 활명수부터 1992년 출시된 컨디션까지 이 책이 소개하는 11개 제품은 현재도 압도적 점유율로 시장 1위 자리에 있다. 이 책은 시대를 뛰어넘고 세대를 이어가며 여전히 잘 팔리는 제품의 성공 비법을 파헤친다.
상하이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댄 126살 활명수, 21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 1위인 99살 진로소주,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아이젠하워 장군에게 감사장을 받은 86살 스팸, 여러 차례의 청량음료 대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범접 불가 브랜드로 우뚝 선 73살 칠성사이다, 삼성 이병철 회장도 두 손 든 67살 미원, ‘스낵’이라는 전에 없던 시장을 개척한 52살 새우깡, 누적 매출 1조 원을 향해 달리는 K-시리얼의 원조 51살 죠리퐁, 하루 평균 80만 개가 팔리는 49살 바나나맛 우유, 원조 술안주를 뛰어넘은 ‘국민 심심풀이’ 47살 오징어땅콩, 후발주자의 약점을 딛고 출시 3년 차부터 1위에 오른 37살 월드콘, 잦은 접대와 회식으로 편할 날 없었던 직장인의 속을 달래준 31살 컨디션.
11개 제품의 평균 나이는 65세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IMF 외환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수많은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관록의 제품들이다. ‘장수 제품’이라는 용어로 규정하기엔 부족하다. 이들의 전성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우리 곁에 선 제품들의 서사는, 대한민국의 브랜딩 역사이기도 하다.
◎ 한때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인가, 저물지 않는 스테디셀러가 될 것인가?
제품의 운명을 가른 선택의 순간들
역사적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 순간이 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지 않다. 늘 우리 곁에서 사랑받고 있는 많은 제품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다. 그 절묘한 한 끗 차이로 어떤 제품은 스테디셀러가 되고, 또 어떤 제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 책은 너무 익숙해서 그동안 간과했던 제품의 역사를 조명한다. 나아가 그 역사를 만든 ‘결정적 한 끗’을 파헤쳐본다.
# 성공 방정식 1. 제품이 곧 ‘작품’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신화를 쓴 11개 제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실패가 있었다. 모든 제품은 거듭된 실패에도 꿋꿋하게 마지막 한순간 성공을 향해 도전했던, 누군가의 집념이 만들어 낸 ‘작품’들이었다.
1971년 새우깡을 개발하는 데 롯데공업(현 농심)이 투입한 밀가루 양은 4.5톤 트럭 80대 분량에 달했다(150쪽). 그 해 롯데공업은 국내산 중하 새우 어획량의 60%를 사들여 새우깡에 넣었다(153쪽). 농심은 최근 10여 년 사이 새우깡에 들어가는 국산 새우 비중을 낮추고 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산 새우를 쓴다’는 오해를 사면서도 농심이 새우 공급국가를 바꾼 이유는, 우리 바다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155쪽).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스팸을 두 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스팸이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데는 철저한 현지화가 뒷받침되었다. 한국은 스팸을 만들 때 고기를 미국보다 1mm3 더 작게 자른다. 원조 스팸과 같은 크기로 고기를 자르면 힘줄과 연골 등을 느끼는 예민한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다. 덕분에 CJ제일제당은 재료의 배합비와 순서, 온도 등 전 공정을 바꿔야 했다. 또 한국은 미국 스팸의 주재료 6가지 중 하나를 빼고 만든다. 바로 식감을 촉촉하고 탄력 있게 만드는 ‘전분’이 한국 스팸에는 없다. 한국 소비자들이 전분이 들어가면 ‘싸구려 햄’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숙성’이라는 자체 개발한 공정을 통해, 전분을 넣지 않고도 원조 스팸과 똑같은 수분과 식감을 유지하고 있다(52쪽).
# 성공 방정식 2. 정상에서도 ‘완생(完生)’을 꿈꾸며 거듭 진화
레전드 제품의 두 번째 공통점은 늘 변화를 꾀했다는 점이다. 단, 제품의 본질은 유지하되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때론 변화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고, 자신만의 것을 창조하기도 했다.
컨디션은 31년 동안 총 6번 리뉴얼했다. 쌀눈 발효추출물, 헛개 등 숙취 해소 관련 소재를 다양하게 발굴하고 대중화했다(304쪽). 또한 여성과 MZ세대가 주류 시장의 주요 소비자로 등장하자 환(丸), 젤리 등으로 제형을 다양화했다(302쪽). 그리고 판매 채널을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으로 확장하며 음주 인구와 환경 변화에 대응했다(317쪽).
한국 시리얼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승승장구하던 죠리퐁은 1980년대 후반 ‘켈로그’와 ‘포스트’가 한국에 진출하자 위기를 맞는다. 글로벌 식품기업의 협공에 크라운제과는 작은 종이 숟가락 하나로 맞선다. 죠리퐁에 종이 숟가락을 넣음으로써 우유에 말아 먹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살리면서 편의성을 차별화한 것이다. 시리얼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고, 죠리퐁은 한 시대의 ‘베스트셀러’에서 ‘스테디셀러’로 변신했다(282쪽).
# 성공 방정식 3. 시대와 소비자의 요구에 응답
세 번째 공통점은 시대상을 담았다는 것이다. 제품에는 탄생할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소비자의 요구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897년 세상에 나온 활명수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의약품이다. 활명수의 개발자인 민병호 선생은 많은 의약품 중 왜 소화제를 선택했을까? 단원(檀園) 김홍도의 그림에 힌트가 있다. <단원풍속도첩 : 점심>을 보면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손에 든 밥그릇의 크기가 엄청나다. 구한말 밥그릇은 용량이 700ml 전후였다고 한다(오늘날은 200ml). 육류 생산성이 낮았던 조선시대에는 열량을 거의 밥에서 얻다 보니 대식가가 많았다. 일반 백성부터 왕족까지 급체로 목숨을 잃는 일이 빈번했다. 소화제는 그 시대에 가장 필요한 약이었다(183쪽)! 작은 활명수 한 병에는 대한민국 사회·경제·문화사가 진하게 농축되어 있다.
# 성공 방정식 4. 대한민국 마케팅 역사를 쓴 ‘남다른’ 마케팅
네 번째 공통점은 절체절명의 순간을 탁월한 마케팅 전략으로 극복했다는 점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한 달 전 세상에 나온 칠성사이다는 73년 동안 수많은 경쟁 제품을 만나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경쟁에 직접 등판하지 않고 사이다 시장 1위를 수성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칠성사이다가 수많은 전쟁에서 백전백승한 비결은 ‘무대 바꾸기’와 ‘김 빼기’ 전략에 있다. 코카콜라가 국내에 진출하자, 동방청량음료(현 롯데칠성음료)는 코카콜라의 라이벌 펩시를 국내에서 생산·유통·판매한다. 그 결과 ‘코카콜라 vs. 펩시’의 경쟁 구도가 국내에서 재현되었다. 칠성사이다는 ‘콜라 vs. 사이다’의 대결을 피하며 사이다 시장을 지켰다(72쪽). 1992년 코카콜라가 ‘스프라이트’를 국내에 투입하자, 롯데칠성음료는 스프라이트와 이름은 물론 포장과 제조 방식마저 비슷한 ‘스프린트’를 출시해 맞불을 놓았다. 칠성사이다의 대항마였던 스프라이트는 졸지에 스프린트와 경쟁하다 얼마 후 국내에서 잠정 철수했다. 칠성사이다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청량음료 대전에서 승리했다(76쪽).
1974년 출시된 첫해부터 49년째 가공유 시장 1위인 바나나맛 우유. 만년 1등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빙그레는 2016년 한 대학교 수업에 참석했다. 젊은 세대의 의견은 “바나나맛 우유를 잘 알고 있지만 사 먹지는 않는다”로 수렴했다. 위기감을 느낀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의 오랜 마케팅 콘셉트였던 ‘친근함’을 버리고 ‘특별함’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마케팅 콘셉트를 바꾸고 처음 선보인 것이 ‘ㅏㅏㅏ맛 우유’ 이벤트였다. 제품명의 초성을 지우는 파격적인 이벤트로 바나나맛 우유를 소비자 개인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든 것이다(412쪽). 2016년 바나나맛 우유 매출은 전년 대비 15%나 상승했다. 빙그레는 남다른 마케팅으로 쇠퇴 일로에 있던 흐름을 반전시켰다.
스팸, 칠성사이다, 미원, 새우깡, 활명수, 월드콘, 죠리퐁, 컨디션, 오징어땅콩, 진로, 바나나맛 우유. 이 제품들은 우리의 삶 깊숙이 침투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하나의 제품마다 수십 년간 쌓은 성공의 경험이 아로새겨 있다. 이 작은 것들의 역사는 비즈니스 성공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훌륭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작가 소개
비즈워치 생활경제부
2013년 창간한 경제 전문 매체 「비즈워치(Biz watch)」 소속으로 생활경제 분야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비즈워치는 넘쳐나는 뉴스 속에서 깊이 있고 참 신한 콘텐츠를 지향한다. 읽기 쉬울 뿐 아니라 인포그래픽과 사진, 영상으로 한눈에 쏙 들어오는 뉴스를 제공한다. 생활경제부가 기획해 내놓은 ‘결정적 한 끗’을 비롯해 ‘주간유통’ ‘식스토리’ ‘생활의 발견’ ‘슬소생(슬기로운 소비 생활)’ 등 다양한 콘텐츠들은 독자들에 게 유용한 정보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목 차
머리말 _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들
1. 한국에서 남다른 사랑을 받고 있는 귀화식품 : 스팸
1-1. 스팸은 ‘전쟁 영웅’이었다!
1-2. 미군이 가는 길이 곧 스팸 로드
1-3. ‘양날의 검’이 된 짠맛
1-4. 스팸, ‘따뜻한 밥’과 이별을 선언하다!
[스팸의 결정적 한 끗] 철저한 소비자 지향
[One Page Report] 스팸
2. 73년 동안 지구를 98바퀴 돈 : 칠성사이다
2-1. 칠성사이다는 ‘사이다’가 아니다!
2-2. 롯데 품에 안긴 ‘칠성사이다’
2-3. 칠성사이다를 국가대표 사이다로 만든 ‘김 빼기 전략’
2-4 ‘칠성사이다=깨끗함’에 숨겨진 전략
2-5. ‘설탕 고집’을 지킨 칠성사이다
[칠성사이다의 결정적 한 끗] 안팎으로 쏟아지는 포화에도 살아남으며 길러진 야성(野性)
[One Page Report] 칠성사이다
3. 조미료의 보통명사가 된 : 미원
3-1. 조선을 삼킨 ‘제5의 맛’
3-2. 미원, ‘조미료 독립’을 선언하다!
3-3. 미원 vs. 미풍, 세기의 조미료 대결
[그것이 알고 싶다] MSG는 우리 몸에 해로울까?
3-4. 삼성 이병철 회장도 두 손 든 미원
3-5. 미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3-6. 한 꼬집이면 충분해지는 감칠맛의 비밀
[미원의 결정적 한 끗] ‘한국의 감칠맛’ 미원의 고집스러움
[One Page Report] 미원
4. 52년째 트렌디한 국내 최고령 스낵 : 새우깡
4-1. 새우깡 ‘롯데 기원설’의 진실
4-2. 국내산 중하 어획량의 60%를 사들인 수산 업계의 큰손
4-3. ‘1일1깡’을 해도 물리지 않는 맛을 완성하다!
4-4. 새우깡에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든 마케팅
[새우깡의 결정적 한 끗]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공고해지는 ‘정체성’
[One Page Report] 새우깡
5. 꽉 막힌 속을 뻥 뚫어준 국민 소화제 : 활명수
5-1. 활명수, ‘황제의 비법’을 누설하다
5-2. ‘독립투사’가 된 소화제
5-3. 활명수의 마지막 퍼즐 ‘부채표’
5-4. ‘국민 체증’을 푼 활명수의 비법
5-5. 126살 활명수가 젊게 사는 법
[활명수의 결정적 한 끗] 진하게 농축된 126년의 역사
[One Page Report] 활명수
6. 후발주자의 약점을 딛고 아이스크림 시장을 제패한 : 월드콘
6-1. 월드콘의 시작은 기원전이었다!
6-2. ‘물뼉다구’에서 ‘월드콘’까지, 한국 아이스크림史
6-3. 황금 비율이 없는 것이 37년째 1등 아이스크림을 만든 비결이다?!
6-4. ‘모두를 반하게 한’ 월드콘 마케팅
[월드콘의 결정적 한 끗] 차별화와 세심함
[One Page Report] 월드콘
7. 미국식 시리얼의 한국식 재해석 : 죠리퐁
7-1. ‘자전거방 주인’ 꿈과 바꾼 죠리퐁
7-2. 죠리퐁, ‘세 가지 벽’을 뛰어넘다!
7-3. 미국인의 입맛까지 붙든 한국산 시리얼
7-4. 여전히 ‘젊은’ 51살 죠리퐁
[죠리퐁의 결정적 한 끗]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나아간다
[One Page Report] 죠리퐁
8. 대한민국의 아침을 확 깨운 31년 : 컨디션
8-1. ‘주당’들을 구원하다!
8-2. 컨디션이 꽃피운 춘추전국시대
8-3. 해장 비법의 진화, 쌀눈에서 헛개로
8-4. 살기 위해 마시는 시대에서 즐기기 위해 마시는 시대로
[컨디션의 결정적 한 끗] 쉼 없이 소비자를 연구하다
[One Page Report] 컨디션
9. 온 국민을 중독시킨 심심풀이 : 오징어땅콩
9-1. 특명! 새우깡을 잡아라!
9-2. ‘용띠’ 오징어땅콩이 용이 된 사연
9-3. 바삭한 식감의 비밀은 ‘28’
9-4. ‘1등 심심풀이’를 만든 마케팅
[오징어땅콩의 결정적 한 끗] 47년째 ‘국민 간식’의 비결은 친숙함
[One Page Report] 오징어땅콩
10. 아버지의 소주에서 우리의 소주로 : 진로
10-1. 진로소주의 얼굴은 원래는 원숭이였다!
10-2. 학을 하늘에서 끌어내린 두꺼비
10-3. 진로소주, ‘마케팅 교과서’가 되다
10-4. 두꺼비에서 이슬로 배턴터치
10-5. “캬~” 소리를 놓고 벌이는 소주 맛 전쟁
[진로의 결정적 한 끗]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담긴 한잔
[One Page Report] 진로
11. 한국인의 영혼에 각인된 맛 : 바나나맛 우유
11-1. 어떻게 49년을 ‘반하나’
11-2. 49년째 압도적 1등의 비결, ‘더 맛있게 만들려 애쓰지 않는 것’
11-3. ‘친근함’을 지우고 ‘특별함’을 입혀 브랜드 노후화 극복
[바나나맛 우유의 결정적 한 끗] 보수와 진보 사이의 줄타기
[One Page Report] 바나나맛 우유
에필로그 _ 일상에 파편처럼 흩어진 구슬을 꿰어 한국 브랜딩 역사를 좇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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