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마흔 살에 자폐를 진단받은 대학교수
ADHD까지 덤으로 따라와 충격에 휩싸인 그는
직장을 휴직하고 자기탐구에 빠져들었다
여기 한 남성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 교토대학에서 공생문명학 박사과정을 밟다가 전공을 바꿔 독일 문학, 유럽 사상, 비교문화 등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 자리를 얻어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느닷없이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진단받았다. 2019년 그의 나이 마흔 살이 되던 해다. ADHD를 먼저 진단받았다가 곧 자폐스펙트럼장애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의 ASD는 해리형이다. 그것은 자아가 “기체처럼 또는 입자처럼 주위로 흩어지는” 느낌이다. 하루 종일 “감각의 홍수” 상태에 있게 되며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기 앞에 아무것도 놓이지 않는 자연 상태, 즉 “바다, 옥상 위, 절벽 위”를 찾아다니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해리형 ASD는 가면을 쓴 인격으로서 ‘상상 속 친구’를 갖게 되고 “민낯이 드러나지 않는 가면을 쓰고 베일을 둘러 완전히 변신한 코스튬 플레이어 같은 존재”를 매일매일 체현한다. 하지만 저자는 회피와 보호에만 머물지 않고 매우 독특한 결심을 하게 된다. 과연 자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자폐가 아닌 사람들에게 설명해보고 싶어졌다. 물속 감각, 흩어지는 느낌, 외부로부터 마구 공격받는 느낌, 골이 흔들리는 등의 이런 모든 감각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가 선택한 것은 문학적 표현과 문화인류학적 인식 도구다. 이 둘을 무기 삼아 양손에 쥐고 그는 과감히 자폐의 감각세계에 뛰어들었다.
“이 책은 ‘시처럼’ ‘논문적인’ ‘소설풍의’라는 세 가지 형식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은 나라는 사람의 체험적 세계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는 이른바 발달장애인이다. 내 ‘동료’ 중 대다수는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것이야말로 ‘뇌의 다양성’이므로.”(책머리)
작가 소개
지은이 : 요코미치 마코토 横道誠
교토부립대학 문학부 서양어문화학과 준교수.
1979년 오사카 출생으로, 마흔 살에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받은 후 본격적으로 자기 탐구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발달장애 동료들과의 자조모임, 발달장애 당사자 연구 모임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은 문학과 예술로 자신을 치유한 기록이자 당사자 연구 모임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각나 있던 자기 삶의 진실을 발굴해 하나하나 맞춰가는 과정을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하게 밝힌다. 사회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신경다양성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을 제공한다. 이 책은 저자의 첫 단독 저서이며, 이후 활발한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교토대 대학원 인간·환경학연구과 공생문명학 전공 박사과정 중퇴 후 전공을 바꿔 독일 문학, 유럽 사상, 비교문화 등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발달인근통신: 우리는 장애와 신경다양성을 살고 있습니다』 『이스탄불에서 파랑에 탐닉하다: 발달장애인의 세계 유람기』 『하나가 되지 않는다: 발달장애인이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 『어느 대학교원의 일상과 비일상』 『누가 간다! 당사자 연구와 오픈다이얼로그 분투기』 등이 있다.
옮긴이 : 전화윤
한국외대 일본어과와 통번역대학원 한일과 졸업 후 국내 기업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했다. 옮긴 책으로 『아주 조용한 치료』 『과학자에게 이의를 제기합니다』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 『스무 살의 원점』 『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 『죽음은 두렵지 않다』 『사막의 우리집』 등이 있다. 신경다양성, 정신의학, 분석심리학,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등으로 관심 분야를 확장 중이다.
목 차
책머리에
1장 시詩처럼
신경다양성 | 수중세계 | ‘에스es’의 권역 | 식물 | 우주 | 오감 | 불가사의한 통일체 | 동물 | 타자 | 축복 | 저주 | 의존증 | 트라우마 케어 | 젠더와 섹슈얼리티 | 죽음 | 의료, 복지, 자조모임 | 문학과 예술 | 언어 | 미래
2장 논문적인
1. 신경다양성
바야흐로 사회 모델의 시대 | ASD와 ADHD의 하이브리드 | 의학적 설명이 내 분신은 아니다 | 앞서간 이들에게 감사를 | 과일 샐러드 | 당사자 연구를 합니다
2. 수중세계
현실과 상상이 서로 침윤하는 시공간 | 명료함을 안겨주는 문학과 예술 | 둥둥 떠 있는 | 너무나 아름다운 물속의 악몽 | 삼투압을 느끼다
3. ‘에스es’의 권역
실행기능장애 1 | 마법의 세계 | 실행기능장애 2 | 주의력결핍 | 실행기능장애 3 | 교통사고 | 비인칭주어 ‘에스’와 마주하다
4. 식물
수중세계를 초월한 순수수와 푸른색 | 온수욕과 냉수욕을 번갈아서 | 식물 예찬 | 투명화(광합성) | 투명화의 공포와 쾌락 | 엘리제 정원을 방문할 때
5. 우주
플라네타리움에 살다 | 우주의 고독을 느끼다 | 자폐인은 외계 생명체? | 흩어지는 몸 | 연약한 화성인처럼 | 오컬트의 덫 | 뇌의 다양성은 ‘새로운 인간’을 목적하지 않는다 | 밤의 거리에서
6. 오감
감각의 이모저모 1 | 청각정보처리장애 | 감각의 이모저모 2 | 감각 합일에 대한 갈망 | 반향어
7. 불가사의한 통일체
ASD와 ADHD의 외재화 | 친애하는 괴물들 | ‘강박’의 내적 정합성 | 강박행동과 과잉행동 | 내가 걸을 때 벌어지는 일 | 용량이 터질 듯한 | 정리와 청소 | 건망증, 분실, 미아
8. 동물
움직이는 동물원 | 유형성숙 | 꿈, 깨지기도 하는
9. 타자
기괴한 용모 | 독특한 원근감 | 얼굴엔 그저 무심한 | 보다, 보여지다 | 상상력 장애? | 잡담 생존자들 | 키메라 현상 | 위장(정형발달인 척하는 자아) | 왕따 또는 집단따돌림 | 절교는 신중하게 | 우리는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들? | 부패의 제왕 | 사이버불링
10. 축복
입신 상태 | 깊이 생각하지 말 것(훌쩍훌쩍 모드) | 특권적 순간이 남기는 강렬한 그림자 | 과잉적응 | 작은 과집중과 큰 과집중
11. 저주
지옥행 타임머신 | 소년기의 종교 체험 | 절망 | 어덜트 칠드런
12. 의존증
중독에 사로잡히다 | 과식 | 알코올 의존 | 자해
13. 트라우마 케어
강박행동이 치유한다 | 나만의 규칙에 의지하다 | 빛과 소리가 구원하다 | 자력구제로서의 수집 | 심리적 외상 후 성장 | 세련된 트라우마의 치유력 | 트라우마를 넘어서 다가오다 | 꿈
14. 젠더와 섹슈얼리티
남성 뇌와 여성 뇌? | 남성성과 여성성 | 모호한 성 | 뒤섞이는 남성과 여성의 의식 | 또다시 식물 | 결혼 희망
15. 죽음
종교적 세계관에 대한 복잡한 감정 | 죽어가는 시인에게서 기운을 얻다 | 다른 공간 또는 지수화풍 | 영원의 순간
16. 의료, 복지, 자조모임
의료의 한계 | 생활 돌봄을 받다 | 자조모임 | 다시 한번 당사자 연구에 대하여 | 오픈 다이얼로그와 당사자 연구 | 법의 역할, 당사자 연구의 역할
17. 문학과 예술
회수 시스템을 여는 문학과 예술 | 문학과 예술을 통한 마음챙김 | 다중 스티그마 | 『편의점 인간』
18. 언어
언어 마니아의 언어둔마 | 소수파의 언어 양태 | 안팎이 없는 | 이 책의 구상 과정 | 자폐인의 상호텍스트성
19. 미래
꿈의 DSM-10 | 모두가 다양성을 살고 있다 | 영재와 지적장애 | ‘뇌의 다양성’, 이상적인 현실을 위하여
3장 소설풍의
후기
참고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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