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생명윤리학(죽음학)’을 연구하기 위해 호스피스에 뛰어든 ‘간병사’로서의 기록이 빛발하다!
88세 노인(도미니코)은 후손에게 영향력을 전하는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 호스피스에서 자신과 보낸 시간을 “훗날, 글로 써!”라며 간병사(저자)에게 허락해 주었다.
《인간적인 죽음을 위하여》의 저자 유성이는 2007년 어머니의 죽음 이후, 16년 이상 ‘죽음학’을 연구하며 박물관, 호스피스병원, 학교 등에서 죽음과 삶을 성찰하는 교육을 해오고 있다. 2011년에는 아동 대상으로 ‘죽음과 삶을 생각’하는 생명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가족과 사별로 인한 상실의 비탄에 빠져 있는 이들의 애도 과정을 돕는 일에 종사해왔다. 또한 어머니보다 12년을 더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쓸쓸한 죽음을 지켜보며 노년의 말기 삶과 인간적 임종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2020년 11월 본격적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21년 1월부터 호스피스(hospice 임종이 다가온 환자를 전인적으로 돌봄) 병원에 뛰어들며 ‘간병사’로서 직접 체험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저자는 말한다. “이 글은 2021년 1월 22일 호스피스병원에서 만난 88세인 어르신(도미니코)이 죽어가는 시간 속에서 생명을 지닌 한 인간으로 존재했던 22일간 이야기다. 어르신은 ‘편안하게 죽고 싶다’며 죽음을 맞이할 준비된 마음으로 입원했으며, 나는 어르신을 간병하면서 그의 행동, 생각, 감정 등 일거수일투족을 세세하게 보고 느낀 점을 기록했다. 어르신은 호스피스에서 자신과 보낸 시간을 ‘훗날, 글로 써’하며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2022년 12월 2일 오후, 완성된 원고를 손에 들고 어르신의 부인을 만나면서 ‘기록을 남기길 잘했구나’ 안도했다. 무엇보다 도미니코 어르신의 부인께서 떳떳하게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네 아버지의, 네 할아버지에 관한 글이란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책이 되어 정말 기쁘다.”
죽음을 앞둔 환자는 어둡고 암울하기만 할까.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에게도 생명수 같은 간병사(저자)의 행동으로 환자를 천국에 실어나르기도 한다. 매일 저녁마다 일과를 마무리하듯 얼굴과 발을 마사지해주는 저자에게 어르신은 “남에게 발마사지는 평생 처음 받아봐. 최고야! 천국이다!”하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 발로 열심히 사셨잖아요. 감사합니다.” 어떻게 이런 별세계가 가능할까. 이 글에는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자신을 ‘내어줌’이란 무엇인가 ‘영적 돌봄’이 무엇인가, 의문을 던지며 성찰케 한다.
저자는 말한다. “호스피스환자는 여러 봉사자로부터 목욕 봉사, 발마사지 봉사, 음악치료 봉사, 미술치료 봉사 등 다양한 봉사를 받는다. 한 번 발마사지를 받은 어르신이나 환자들은 대다수 그 시간을 기다렸다. ‘서로 발을 씻어 주어라(요한복음 13:14 참고)’ 말씀대로 병실에서 간병사 자격으로 내어주는 사랑의 실천을 할 때, 어르신은 행복한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였다. 어르신은 죽음 이후의 마무리 절차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가족을 믿었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동안 그는 ‘황혼 일기’를 기록했는데, 의식을 잃기 전 간절한 마음으로 황혼 일기장에 “성령의 나라가 함께 하시길 비나이다,”라고 썼듯이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시리라 믿는다.”
궁극에는 한 개인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책은 인간적인 죽음을 맞기 위해 개인 스스로가 자기 돌봄을 하며 현실적 준비도 해야겠지만, 타인의 도움이 절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일례로 다음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제가 사는 임대 아파트에는 104세 비비안나 할머니가 살고 계셨는데, 85세의 골롬바 자매님이 할머니의 임종 말기 삶과 임종 과정 그리고 장례절차를 거쳐 화장과 유분 처리까지 해주었다. 임종을 맞기 전 열흘 동안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는 이웃 교우들이 교대로 할머니를 돌보았고, 열하루 만에 퇴원한 어르신은 이웃의 돌봄을 받으며 집에서 임종했다. 골롬바 자매님의 사랑과 책임의식이 공동체와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104세 할머니의 죽음이 바로 ‘인간적인 죽음’의 모델이지 않을까. 골롬바의 이러한 행동이 바로 자신을 선물로 내어준 사랑이라 확신한다.”
정재우(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는 “생의 말기를 지내는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 담긴 이 책은 ‘돌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라고 했으며 이명아(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재무이사)는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가 어떻게 편안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이 책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스템과 환경 구축에 귀한 자료로 쓰일 것입니다.”라고 했다. 저자는 끝으로 말한다. “죽음을 맞이할 때 본인이 할 일은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모든 것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본인의 태도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절대적 고독의 시간. 이 순간을 다짐해본다. 무엇으로부터 위로를 얻으며 의연하게 죽음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늘 죽음을 기억하며 삶에서 준비하고, 하루를 차곡히 살아야겠다. 인간적인 죽음으로 삶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 소개
지은이 : 유성이
처음 몸의 상실은 어릴 때 앓은 귓병으로 오른쪽 청력 0퍼센트였다. 돌이켜보면 청력 상실은 삶에 여러 영향을 미쳤다. 소통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록했고, 이후 기록은 몸 기능의 일부로 작동했다. 최초의 기록은 1991년 쌍둥이 아들의 탄생으로 시작되었고, 부모님의 죽음 그리고 호스피스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록으로 이어졌다. 2007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죽음’과 ‘사후’를 통찰하며 ‘신’을 만나게 되었다. 박물관 학예사로서 2011년 아동 대상으로 ‘죽음과 삶을 생각’하는 생명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죽음의 연구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2019년 아버지의 쓸쓸한 죽음을 접하면서 죽음은 좀 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현대 많은 노인이 요양병원이나 병원에서 고립된 채 죽어간다는 것. 인간적인 생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생애 말 ‘돌봄’이 전인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문제는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와 국가공동체가 발 벗고 나서 고립 속에 방치된 채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체계적인 ‘돌봄’이 필요한 것인가, 나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일이라는 인식하에 나부터 나서야 했다. 그래서 2020년 11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21년 1월부터 호스피스병원에서 직접 체험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인간적인 죽음을 위하여》는 간병사로서 호스피스병원에서 체험한 바, 생애 말기 죽음을 앞둔 노인들에게 어떤 ‘돌봄’이 필요한가, 화두를 던지는 기록의 산물이다. 아무리 현대 의료가 발전하고 AI 인공지능 시대라 해도 한 인간의 존엄성은 불변하다. 인간은 착상되는 순간부터 임종에 이를 때까지 생명권을 지닌 유일무이한 존재다. 그래서 한 생명이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한 일개인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지닌 채 임종하는 길을 밝히기 위해 나의 ‘생명윤리학(생애 말과 임종)’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현재 가톨릭대학교에서 ‘생명윤리학’ 박사과정 중. 저술로는 《괜찮아 엄마, 미안해하지 마》(2019년 출간 단행본), 〈통합예술프로그램을 통한 공간별 아동죽음교육 모델 방안〉(2016년 논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에서의 죽음교육〉(《어린이와 박물관 연구》 제13호, 2017년) 등이 있다.
목 차
추천사 정재우(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
이명아(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재무이사)
서문
제1부 쌍둥이의 탄생, 부모의 죽음
최초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기록
열두 평 아파트/ 기록 강박증/ 엄마의 죽음이 남긴 선물/ 날개 잃은 홀아비/ 한 지붕 아래 고독/ 지팡이와 마지막 성찬/ 미끄러운 경사길/ 저를 알아보시겠으면 눈을 깜빡여 보세요!/ 이제 아버님 한 분 남았네요/ 아버지는 이제 엄마와 나란히/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의미
제2부 88세 노인의 마지막 인생, 22일 동안의 이야기
‘호스피스 간병사’로서의 생생한 기록
24시간 간병
1일차(1월 22일) 병상과 어울리지 않은 첫인상/ 여한 없어, 편안히 죽고 싶어/ 걸어서 화장실까지/ 천국이다, 이런 경험 처음이야/ 몸의 증상과 꿈의 공통점
2일차(1월 23일) 선택한 풍경과 햇살/ 불쑥불쑥 나타나는 죽음의 그림자/ 환자를 대하는 것/ 우리나라는 네모문화/ 간병사님은 증상만 말해주세요!/ 황혼 일기
3일차(1월 24일) 발마사지로 하루를 맺는 의식/ 20년의 결실, 개인 전시회와 도록
4일차(1월 25일) 나흘째부터 시작된 잠과의 씨름/ 꿈/ 1인실로 가는 대기실
5일차(1월 26일) 악몽, 버려두지 않을 것이니 낙심하지 말라/ 병자성사/ 첫 번째 어르신 임종실 이야기/ 잃고 싶지 않은 것 다섯 가지
6일차(1월 27일) 코로나19를 뚫은 후배 교장의 총각김치/ 귀여운 머리 컷/ 내게 남긴 말
7일차(1월 28일) 떨어지는 기력과 빛을 발한 정신/ 탐춘,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사랑의 ‘치’오자/ 미의 정의
8일차(1월 29일) 의사가 건넨 희망/ 태어나 처음 있는 일/ 옆 침상의 괴성
9일차(1월 30일) 수난의 시간 예고/ 계속된 수난의 영양주사
10일차(1월 31일) 잠/ 가족
11일차(2월 1일) 간호사와 간병사의 불통
12일차(2월 2일) 기다렸어/ 수면제
13일차(2월 3일) 2인실에서 1인실로 이사하다/ 202호실/ 너무너무 나를 사랑했어/ 우거지탕 같다/ 원 상태로 해주세요!
14일차(2월 4일) 섬망/ 돌아온 현실/ 애덕으로 하느님께 가야겠어!/ 죽는다고 해서 내려온 거예요?
15일차(2월 5일) 때때로 좋을 때가 있다/ 엄지 척!
16일차(2월 6일) 답답해
17일차(2월 7일) 쉬고 싶어/ 가족의 방문
18일차(2월 8일) 밤도 새고 낮도 새고/ 소원/ 54세 사진작가의 죽음
19일차(2월 9일) 사흘간의 콜/ 수난의 시간/ 의사의 은밀한 대화/ 문 열어/ 죽음이 다가올수록 죽음에 다가가는 몸짓
20일차(2월 10일) 세상 젖줄을 떼기 위한 임종 고통
21일차(2월 11일) 턱 근육으로 숨 쉬며 버텨내는 생
22일차(2월 12일) 마침내 해냈다/ ‘좋았다’라는 한 마디로 삼킨 말 / 혼자 태워 보낸 앰뷸런스/ 분노와 상실의 슬픔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제3부 남은 인생,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마지막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기록
하루 / ‘영적 돌봄’ 속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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