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카타르, 카타르시스. 안정환 해설위원의 말처럼 월드컵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선물하고 한국 축구는 그해 겨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2022년 뜨거웠던 겨울, 우리가 본 장면에는 드라마와 눈물, 기쁨, 흥분, 괴로움 모두가 섞여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을 현장에서 경험했던 저자들이 16강에 진출한 한국 축구의 이야기와 희열을 책으로 묶었다. 결정적인 역할, 에너지를 다 쏟아낸 선수들, 월드컵에서 가장 감격적인 순간을 함께 나눈다.
◎ ‘충격적인 1분’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과연 한국에 몇 퍼센트의 가능성이 있었을까. 미국 통계 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당시 한국의 16강행 가능성을 9퍼센트에 불과하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황희찬이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골을 터트렸다. 즉 선수들과 코치진이 한국의 월드컵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며 나머지 91퍼센트를 채웠다.
스페인의 매체 마르카는 황희찬의 골 장면을 두고 “충격적인 1분”이라고, AP통신은 “월드컵 92년 역사에서 가장 격정적으로 마감된 조별리그”라고 묘사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incredible’과 ‘KOREA’를 합해 ‘IN‑KOR‑REDIBLE’이라고 표현했다. 잉글랜드 축구 전설인 앨런 시어러는 “정말 대단한 순간이다. 우리가 본 장면에는 드라마와 눈물, 기쁨, 흥분, 괴로움 모두가 섞여 있었다”고 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인 리오 퍼디낸드 역시 “어떤 스포츠가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라며 놀라워했다.
손흥민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토트넘 소속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뛰던 중 상대 선수와 부딪쳐 안와 골절상을 입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1퍼센트 가능성만 있어도 앞만 보고 달리겠다’는 글을 써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안면 보호 마스크를 들고 카타르에 도착했다. 수술을 받은 지 불과 20일 만에 풀타임을 뛰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선 후반 추가시간 70~80미터를 질주해 기적의 어시스트를 만들어냈다.
ESPN의 샘 보든 기자는 카타르 월드컵 중 최고 순간으로 ‘손흥민의 눈물’을 꼽으면서 이렇게 찬사를 보냈다.
“내게 가장 순수한 긴장감과 드라마틱한 감정을 준 순간은 H조 3차전 마지막 10분이었다. 포르투갈을 꺾은 한국, 우루과이와 가나의 시합이 끝나기를 바라는 믿을 수 없는 기다림, 마침내 끝났을 때 손흥민이 경기장에서 흘린 눈물, 이 모든 것은 월드컵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순수한 황홀감이었다.”
4경기 모두 풀타임으로 뛴 손흥민은 월드컵을 마칠 때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1퍼센트의 가능성이 정말 크다고 느꼈다’고 썼다. 과연 무엇이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을까.
◎ 현장 취재와 인터뷰의 실감
저자는 카타르 월드컵 당시 경기 현장과 공동 취재 구역인 믹스트 존에서 선수들과 인터뷰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회가 끝나고 돌아와서는 한국 소속 팀의 클럽하우스 등에서 선수별 인터뷰를 별도로 진행했다. 여기에 국내외 언론 매체들이 보도한,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동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활약상을 빠짐없이 망라했다. 또 주요 축구 통계 업체와 사이트들이 분석한 경기별, 선수별 기록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을 일주일여 남겨둔 시점,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장.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손흥민은 왼쪽 눈 위에 수술 자국이 뚜렷했다. 붓기도 선명했다. 훈련장에서 벤투는 고민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의료진은 밤낮으로 끝까지 몸 상태를 체크했다.
현장에서 손흥민을 보니 그가 왜 수술 날짜까지 앞당겼는지 좀 더 와 닿았다. 국가가 연주될 때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흘리는 각국 선수들이 많았다. 선수들은 소속 팀에서보다 더 미친 듯이 뛰었다. 모든 축구 선수가 뛰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꿈. 월드컵은 그런 무대였다.
우루과이전이 끝나고 공동 취재 구역인 믹스트 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얼굴이 더 부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괜찮습니다”를 반복했다. 그는 덤덤히 말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하는 선수가 있다. 불편해도 나라를 위해 뛸 수 있다는 일 자체가 큰 영광이다. 축구를 하다가 맞으면 맞는 거다. 그런 두려움은 없었다.”
조규성은 우루과이전에서 추가시간까지 24분 남짓 뛰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TV 중계 카메라가 교체 투입을 앞둔 그의 잘생긴 얼굴을 클로즈업한 뒤 그의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가파르게 늘었다.
황희찬은 황소처럼 저돌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최고 속도 시속 32.8킬로미터로 그라운드를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하루라도 빨리 뛰고 싶었던 그는 훈련이 끝나면 햄스트링 붓기를 줄이기 위해 얼음찜질을 했다. 카타르의 한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았지만 그는 날씨가 덥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얼음통에서 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황인범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총 36.271킬로미터를 뛰었다. 이런 놀라운 활동량은 조별 리그에 출전한 전체 선수 중 8위에 해당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도 수원까지 뛴 셈이다. 시속 20~25킬로미터로 빠르게 뛰는 스프린트 부문에서는 총 463회를 시도해 전체 13위에 올랐다. 192개 패스를 성공시키고 202번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 팀 내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파이널 서드 지역 패스 89회를 기록해 이 부문 3위에 올랐다.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포르투갈전이 끝난 뒤 조규성과 권경원이 든 태극기에는 ‘Impossible is nothing’ ‘Never give up’이라는 문구와 함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악조건이 마침내 기회를 만들었다. 선수들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투혼을 발휘했다. 손흥민이 월드컵을 앞두고 ‘1퍼센트 가능성만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고 말한 것처럼, 선수들은 그 가능성을 보고 진짜 달려갔다.
선수들 사이에서 화제로 떠오른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는 그들을 달리게 한 원동력이 됐다. 조별리그가 길어질수록 선수 대다수는 헛구역질을 하고 밥도 잘 먹지 못했다. 황인범은 머리가 터져 출혈이 발생했지만 붕대를 벗어 던지고 뛰었고, 손흥민은 뼈가 잘 붙지도 않은 데다 안면 보호 마스크를 써서 답답한 상황에서도 뛰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16강에 못 가면 말이 안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실 이 문구는 선수들이 승리를 쟁취하려고 ‘뜨거운 가슴’으로 플레이하는 중에 나왔다. 적극적인 몸싸움에 나중에는 붕대를 내던지고 뛰고, 안면 보호 마스크를 손에 쥐고 뛰고,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몸을 던지는 모습은 지친 동료들을 한 발 더 뛰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했다.
작가 소개
국영호
2006년부터 신문 기자, 2011년부터는 방송 기자로 줄곧 축구를 취재했다. FIFA 17세 이하 월드컵(2007), 20세 이하 월드컵(2017), 성인 월드컵(2014, 2018), 성인 아시안컵(2007, 2011, 2015)은 물론,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당시 현장에서 취재했다. K리그와 프리미어리그, 라리가를 비롯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3회) 등을 두루 취재했다. 저서로 <홍명보의 미라클>과 <최초의 한일전>이 있다.
박린
2009년 축구 잡지 베스트일레븐을 시작으로 일간스포츠, 중앙일보 스포츠부를 거치며 축구를 담당했다. 성인 월드컵 3회(2014, 2018, 2022), 성인 아시안컵 2회(2011, 2019), 올림픽 2회(2016, 2021), 아시안게임(2014)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K리그를 비롯해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J리그 등도 취재했다.
목 차
책을 펴내며
들어가는 글: 벤투
1부 공격
손흥민 1: 1퍼센트 가능성을 살렸다
손흥민 2: 마스크 투혼을 펼친 주장
__개막식 달군 BTS 정국, 뜨거웠던 ‘KOREA’
조규성: 공무원 될 뻔한 슈퍼스타
__64경기 모든 경기를 관람했다고?
황희찬: 황소고집이 만든 기적의 역전골
__사막 한가운데 있는 ‘에어컨 축구장’
정우영, 송민규: ‘23세에 첫 월드컵’ 다음은 우리 차례
__마라도나가 카타르서 ‘신의 손’ 골을 넣었다면?
오현규: 등번호 없던 볼보이 ‘27번째 선수’
__생맥주 한 잔에 2만 6천 원, ‘금주 국가’ 카타르서 맥주는 ‘금金주’
2부 미드필더
이강인: 트루먼 쇼의 실사판, ‘황금 왼발’로 성장한 ‘슛돌이’
__이란 국가 제창 거부, 정치 월드컵?
황인범: 붕대를 벗어 던졌다, ‘벤투의 양아들’
__유럽파만 19명, 독일과 스페인 꺾은 일본 축구의 비결
이재성: 월드컵 위해 수술도 미뤘다, 헌신의 아이콘
__메시 “내가 평생 원했던 트로피가 여기 있다”
백승호: 시속 89킬로미터 강슛, 브라질 뚫은 ‘바르샤 유학생’
__펠레가 인정하고 떠났다, ‘차기 축구 황제’ 음바페
나상호: 세상의 의심을 뒤집었다
__‘록키 같았다’, 식민지 모로코의 반란
정우영: 유니폼이 가장 더러운 ‘살림꾼’
__‘티키타카’의 종말, ‘실리 축구’의 역습
3부 수비
김영권: ‘킹영권’ 절망의 순간 또 나타났다
__월드컵 판이 바뀌었다, 2000년대생이 대세
김민재: ‘괴물 수비수’ 몸이 부서져도 뛴다
__안정환 “메시는 ‘메신’, 월드컵은 ‘카타르’시스”
김진수: 8년의 기다림, 집념의 크로스
__2701호에서 무슨 일이… 트레이너 논란이 남긴 것
김문환: 네이마르에게 알까기, 모두가 놀랐다
__2026년 월드컵 48개국으로, 중국 위한 초대장?
김승규: 5김의 최후의 보루
맺는 글: 클린스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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