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변화를 즐기는 ‘나’가 필요한 시대
다양성 자체가 나의 고유한 특성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답하고자 한 시도는 끝이 없었지만, 명확한 답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는 도대체 왜 나를 알 수 없는가?’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가령 40대 남자는 가정에서는 남편이고 직장에서는 팀장이며 동호회에서는 부회장일 수 있다. 이 남자는 여러 개의 정체성 중에서 각각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정체성을 택해 대화하고 행동한다. 다만 그가 남편이기 위해서는 아내가 있어야 하고, 팀장이기 위해서는 팀원이 있어야 하며 부회장이기 위해서는 동호회에 소속되어야 한다. 또한 아내와의 불화로 이혼을 하는 경우 남편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질 것이고,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면 팀장이라는 정체성은 사장이라는 정체성으로 대체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데, 나라고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공자는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15세에는 학문에 뜻을 두고, 30세에는 뜻을 세우고, 40세에는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으며 50세에는 하늘의 뜻을 알았다고 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생에 저마다의 분기점이 있고, 그 분기점마다 새로운 나를 만난다. 인생 곡선에서 상승의 변곡점이 될 수도, 하강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문득 발견한 낯선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나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수 있다.
결국 답은 나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나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평생 해야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 질문을 늘 인식하며 살지는 않는다. ‘어떻게 하면 잘살 수 있을까?’를 생각할 뿐, 평온한 일상이 계속되는 한 익숙한 나 자신에게 굳이 ‘넌 누구니?’라고 묻지 않는다. 하지만 삶이란 근본적으로 내가 통제할 수 없으므로 항상성은 깨지기 마련이다. 바로 이때 그동안 나를 돌아보지 않은 결과가 돌아온다.
이 친구가 상담실에 오게 된 것은 뜬금없이 나타난 증상 때문이었다. 어느 날부터 쇠로 된 물건은 그 어떤 것도 손으로 잡을 수 없었다. 젓가락뿐 아니라 전철 문을 만질 수도 없었다. (……) 쇠로 된 물건을 잡으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것 같은 살인적 충동성을 무의식적으로 억압하는 상태인 것 같았다. 온순하고 착실한 모범생 페르소나에 익숙했던 이 친구는, 자신을 제치고 합격한 동급생들을 죽이고 싶을 만큼 질투하는 자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_2-1.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 나를 비틀거리게 만든다
대입 실패를 경험했던 20대의 슬픈 그녀는 마치 어제 그 실패를 경험한 것처럼 이젠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그녀에게 뜻밖의 얼굴을 들이민다. 아마도 20대 초반 대입에 실패했을 당시의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속상하고 화나고 슬픈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 이러한 콤플렉스는 매우 끈질기기 때문에 멈춰서 ‘나 왜 이러지?’라고 질문하지 않으면 계속 대물림된다. 실제로 자신의 학력 콤플렉스를 해결하지 못한 엄마가 자기와 아이를 멈출 줄 모르는 고속열차처럼 몰아붙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_2-2.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늘어나는 갈등 전반의 기저에도 ‘나’가 있다. ‘나에 관한 건강한 담론’을 미룬 결과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의 특성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체성을 단일하고 고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나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평가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차별이다. _5-1. 정체성에 대한 몰이해가 차별을 낳는다
차별을 하는 강자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알아서 인정받기 때문이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약한 피해자들은 강자로부터 무시, 차별, 배제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기 쉽고 그때마다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의 한국인,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인, 한국에 이민 온 외국인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서 태어난 자녀 등은 정체성 문제 때문에 많이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_5-1. 정체성에 대한 몰이해가 차별을 낳는다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은 60대 초반이라는, 인생으로 치면 칠부 능선에 도달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집필했다. 인생이 흔들린다면 나를 돌아보라. 결국 모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나’에 있다.
“인생의 중간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검사 MBTI는 ‘수호자’ ‘사업가’ ‘변론가’ ‘옹호자’ 등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나눈다. 그러나 모든 옹호자 내면에는 수호자가 있을 수도, 변론가가 있을 수도 있다. 다양성 자체가 나의 고유한 특성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의 다양성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지리학자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이어지는 여행을 통해서라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또한 심리학자는 주요 생애사건을 맞닥뜨릴 때마다 새로운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문예학자는 자연에서, 언어학자는 일본인과의 비교에서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살면서 끊임없이 찾아오는 새로운 나를 받아들일 줄 안다면 인생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얼굴을 내미는 낯선 나의 모습을 수용할 방법이 《나를 읽는 인문학 수업》에 들어 있다. 이 책을 통해 다르면 다를수록 아름다운 나로 거듭나보자.
작가 소개
이영민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교육과 및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교수.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지리인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소와 사람 그리고 문화의 관계를 밝히는 인문지리학을 연구한다. 특히 세계화 시대의 여행과 국제 이주의 특성을 연구하면서 인문지리학의 관점으로 여행의 의미와 방법을 전파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지리학자의 인문여행》 등을 집필했으며, 《문화·장소·흔적: 문화지리로 세상 읽기》 등을 번역했다.
목 차
머리말
나는 완성이 아니라 끊임없는 발견의 대상이다
인생의 분기점마다 새로운 나를 만난다│인간은 ‘하나의 나’가 아니라 ‘다양한 나’로 이루어진 존재
Ⅰ. 낯선 곳에 던져졌을 때 비로소 ‘나’는 발견된다
‘여행’이 필요한 지리학적 이유_이영민
인간은 장소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나를 알기 위한 지리학적 단서│장소감이란 무엇인가?│낯선 만남이 이어질수록 낯선 나를 만난다
일상의 경계 너머 ‘새로운 나’가 기다린다
‘여행하는 자’와 ‘여행되는 것’│경계 넘기의 즐거움│가까운 곳에서도 낯설게
나와 나 그리고 나와 너 사이, 발견의 시선
다름에는 끝이 없다│잘못된 시선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온다│생활자와 여행자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다르면 다를수록 나를 발견한다
Ⅱ. 인생이 힘들다면 ‘나’부터 공감하라
인생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자기수용’_유성경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 나를 비틀거리게 만든다
내면으로의 초대장은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나를 옭아매는 긍정적 착각│균형과 불균형 그 사이에서 주체성을 잃지 말 것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변곡점에서 처리하지 못한 감정들│인생의 필수적 통과의례는 없다│가여운 오이디푸스들의 힘겨운 독립
유연함을 연습할수록 ‘나’는 다양해진다
‘나’를 마주할 용기 갖기│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존재가 필요하다│감정은 훌륭한 데이터다│자기수용의 최고 단계, 유머를 발휘하라│때로는 자기 자신과의 거리가 필요하다
Ⅲ. 자연을 위하고 나서야 ‘나’가 온전해졌다
인간과 자연의 바람직한 인간관계, ‘생태적 자기’_송태현
당신은 자유인인가, 노예인가?
모든 것은 자연 안에 있다│망명자의 삶과 자연의 위로│근대적 자아의 탄생│소로, 월든으로 떠나다│자연에게서 진정한 자유를 배웠다
자연과의 관계가 곧 자기 자신과의 관계
생태적 삶을 실천한 최연소 철학과 교수│‘인간을 위한 환경’에서 ‘모두를 위한 환경’으로│좁은 자기를 벗어나 보편적 자기를 꿈꾸다
자연에서 얻어낸 삶의 지혜
생태적 지혜, 행동으로 옮기다│보편화가 가능한 생활방식│모두를 위한 삶이 곧 자기를 위한 삶
Ⅳ 밖에서 바라보아야 ‘나’가 객관적으로 보인다
_가깝고도 먼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엿보는 ‘한국인으로서의 나’ by 송영빈
당신이 생각하는 ‘나’와 ‘한국인으로서의 나’는 같을까?
나라마다 다른 심리적 경계선│심리적 경계선이 다른 역사적 이유│한국은 틀림없는 중앙 중심의 나라
중앙 중심의 ‘나’를 넘어 유연한 ‘나’로
일본의 주민등록증, 마이넘버카드│‘나’의 크기에 따라 공동체가 다르게 움직인다│일본이 역사를 잊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변화를 즐기는 ‘나’가 필요한 시대
Ⅴ. ‘나란 누구인가’에 관한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_다른 나를 바라보는 편견을 가로지르다, ‘상호주관성’ by 장한업
정체성에 대한 몰이해는 차별을 낳는다
다문화사회 한국, 단문화적인 한국인│단문화적 세대에게 날아들 미래의 청구서│변하지 않는 정체성은 없다│나는 ‘다양한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가?
우리는 기획된 공동체 안에 살고 있다
민족중심주의, 다른 문화를 주변부로 전락시키다│상상의 공동체 vs 공동체의 상상│단일민족이란 허상에 불과하다
지금, 여기 있어야 할 나는 누구인가?
사회적 전염병을 치료하라│타인을 존중하기 위한 ‘나’의 조건│변화하는 사회, 변화해야 할 나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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