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경제학에 대한 일반적 비판
경제학에 대한 비판의 예로, “경제학은 수학적 공식들로 점철된 추상적 모형을 다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경제학이 수학적 형식주의를 남발한다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학문 분야는 인과관계를 따져보기 위해 복잡한 세계를 구성하는 온갖 요소 가운데 극히 일부만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저마다 ‘모형’을 사용한다.
또 한 가지 일반적인 비판은 “경제학이 경제사상사를 위시해 역사에 도통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다수는 분명 교육과정의 기본적인 일부로서 경제학의 과거를 돌아보는 경제사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는 수많은 교육과정에서 진작부터 시작된 추세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건들 간의 관련성, 경제사상사, 정책적 선택에 대해 가르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사와 관련한 연구는 비록 그 기반은 취약할지 몰라도 오늘날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 분야인 제도경제학(institutional economics)도 마찬가지로 성장일로다.
또 다른 유형의 비판은 “경제 지식에 발전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둘러싼, 서로 양립 불가능한 견해들과 관련이 있다. 비정통파 비평가들은 경제학에 대한 다원주의적 접근법을 지지한다. 이들은 경제학을 인문학에 필적하는 어떤 것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근본적인 진실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결국 연구자의 가치관이 결론에 투영되는 인문학. 반면 경제학계의 주력 부대(주류 경제학, 또는 신고전주의 경제학, 심지어 신자유주의 경제학이라 불릴 만한)는 경제학 지식은 축적된다고 믿는다.
이런 비판에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을 일삼는 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경제학이 몰라보게 변화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려고 버틴다는 점에서, 그들 역시 얼마간 몰역사적이라 할 만하다. 경제학은 이론적 연구에서 경험적 연구로 대거 방향을 틀었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응용 미시경제학 연구를 진행한다. 이 분야는 1980년대 이후 데이터 세트, 계량경제학 기법, 컴퓨터를 활용한 계산, 인과 추론에 대한 열띤 방법론적 토론 따위에 힘입어 이론과 실제 양면에서 혁명적 변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경제학은 대규모 새로운 데이터, 즉 ‘빅데이터’ 사용에서 선봉장 노릇을 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경제학에 대해 한층 더 중요한 비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 학문이 사회적 구성 및 문화와 관련해 충격적일 정도로 (광의의) 다양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 해결이나 조직 운영에서 인지적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지식은 상당 정도 축적되어 있다. 우리 대다수는 오늘날 사람들의 배경이며 경험이 과거보다 한층 다양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경험의 다양성은 모든 사회과학 분야에서 중요하다. 바로 연구자들이 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질문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알 도리가 없으며, 우리 대부분은 미지 영역이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할 재간도 없다.
경제학은 특히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정부 정책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럼에도 다양성이 가장 부족한 학문 분야로 단연 손꼽힌다. 경제학계의 성별·민족별 기록은 거의 수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경제학은 중산층 백인 남성 편향적 특성을 가장 완강하게 고집하는 학문 분야 가운데 하나다. 미국 학계에서는 점차 사정이 나아지고 있긴 하나, 2019년에 여전히 전체 경제학 교수 가운데 여성 비율이 14.5퍼센트에 그쳤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다이앤 코일(Diane Coyle)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브레이지노스 칼리지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재무부 소속 경제학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BBC 신탁(BBC Trust) 부위원장, 영국 경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맨체스터 대학교 경제학 교수를 거쳐, 현재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공공정책 베넷 교수이다. 진보와 생산성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산하 베넷 연구소 공동 책임자이기도 하다. 저서로 《시장, 국가, 그리고 국민(Markets, State and People)》 《GDP: 짧지만 사랑스러운 역사(GDP: A Brief but Affectionate History)》 《충분함의 경제학: 미래가 중요한 것처럼 경제학을 운용하는 방법(The Economics of Enough: How to Run the Economy as If the Future Matters)》 《혼을 담은 과학: 경제학자들이 진정으로 하는 일, 그리고 그것이 중요한 까닭(The Soulful Science: What Economists Really Do and Why It Matters)》 등이 있다. Twitter@DianeCoyle1859
옮긴이 : 김흥옥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와 같은 대학 교육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광양제철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우리교육·삼인 출판사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유인원과의 산책》 《육두구의 저주》 《우리편 편향》 《우리는 기후 변화에도 적응할 것이다》 《행동의 전염》 《대혼란의 시대》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 《노키아의 변신》 《AI 시대의 고등교육》 《빅 치킨》 《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 《바다의 늑대》 《잃어버린 숲》 《바다의 가장자리》 《우리를 둘러싼 바다》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경이로운 반딧불이의 세계》 《곤충의 통찰력》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 《화폐의 신》 《아나키즘》 《경제성장과 환경 보존, 둘 다 가능할 수는 없는가》 《우리의 지구,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가》 《교사 역할 훈련》 등이 있다.
목 차
머리말: 오늘의 경제학과 내일의 경제학
1 경제학자의 공적 책무
쉬어가는 페이지
2 외부자로서 경제학자
쉬어가는 페이지
3 호모 이코노미쿠스, AI, 쥐와 인간
쉬어가는 페이지
4 톱니바퀴와 괴물
쉬어가는 페이지
5 변화하는 테크놀로지, 변화하는 경제학
6 21세기의 경제 정책
맺음말
감사의 글
주
옮긴이의 글: 경제학은 문제인가, 해결책인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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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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