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사랑하는 우리 아가, 나는 여기 있단다.
언제까지나 네 곁에
언제 올 거야, 할머니?
우리 아가, 언제나 난 여기 있는데?
“언제 올 거야, 할머니?” 아이가 묻자, 할머니가 대답합니다. “우리 아가, 언제나 난 여기 있는데?.” 아이는 할머니를 찾아 현관을 지나 부엌, 오래된 물건들이 있는 거실, 방, 베란다, 욕실까지 찬찬히 돌아보지요. 하지만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꼭꼭 숨어 버린 할머니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요. 할머니는 어디에 있을까요?
찾아보렴. 구석구석 모든 곳에 내가 있어
할머니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를 따라 독자들은 할머니의 집 구석구석을 살핍니다. 더 이상 아무도 쓰지 않는 안경,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라디오, 마른 지 오래된 빨래…. 식탁 위에 걸린 달력처럼 시간이 멈춘 고요한 공간을 보며, 독자들은 할머니가 이제 집에 없다는 걸 눈치챌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이는 언제 올 거냐고 할머니에게 계속해서 묻고 또 묻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 말은 할머니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아이가 슬픔을 쫓아내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아요. 부엌에 있는 손때 묻은 물건들, 베란다에 놓인 화분들, 형형색색의 타일, 고풍스러운 가구, 빛바랜 사진 액자, 거울 앞에 놓인 돋보기 안경… 모든 것에서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식탁 위에 놓인 장난감 자동차에서, 바닥에 흐트러진 그림책에서 할머니와 함께한 시간을 느낄 수 있고요. 그래요. 할머니는 이제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어요. 아이와 함께한 시간에, 꼭 닮은 얼굴에, 깔깔대던 웃음소리에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햇살처럼 바람처럼 할머니는 언제나 아이 곁에 있을 거예요.
따뜻한 그림과 섬세한 언어로 담담하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
아이에게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설명하는 건 정말 중요하지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어려운 일을 안 에르보가 해냅니다. 구석구석 할머니의 흔적이 남은 집을 찬찬히 보여주면서 기억이 있는 한 언제나 함께 있는 것이라고, 죽음은 완전한 이별이 아니라 모습을 바꾸어 내 안에 스며드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지요. 여기에 최고의 아동문학가이자 번역가이신 이경혜 선생님의 섬세한 번역이 진한 여운과 감동을 더해 줍니다. 원문의 의미는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낱말 하나하나 공들여 고르고 여러 차례 고쳐 쓰셨답니다.
따뜻한 그림과 섬세한 언어로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언제 올 거야, 할머니?
우리 귀염둥이, 언제나 난 여기 있단다!
느껴 봐, 햇볕이 안 닿는 곳에도 내가 있지.
언제 올 거야, 할머니?
우리 별님, 언제나 난 여기 있단다!
귀 기울여 봐, 네가 뭘 하든 난 네 곁에 있어.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안 에르보
벨기에 위클에서 태어나 왕립 브뤼셀 미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만화를 전공하고 카스테르만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어 졸업과 동시에 그림책을 내기 시작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이며 시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그림책 작가로 인정받고 있지요.
쓰고 그린 책으로는 《눈 내리는 날 방 안에서》, 《조약돌 주우러 갈까?》, 《꼭두새벽을 보았니?》, 《엄마 아빠랑 난 달라요》, 《비가 올 거야》, 《나뭇가지 아이와 하나이면서 다섯인 이야기》,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바람은 보이지 않아》 등이 있으며,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로 1999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새로운 예술상을 받았습니다.
옮긴이 : 이경혜
일기 쓰는 인류이며, 일기 중독자이다. 이경혜란 이름으로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고, 영어와 불어로 된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며, 이후경이란 이름으로 일반 소설을 쓴다. 책을 비롯한 모든 종이, 바다를 비롯한 모든 물, 고양이를 비롯한 모든 동물, 산신령을 비롯한 모든 신, 만년필을 비롯한 모든 문구류, 폭풍을 비롯한 모든 바람, 바흐와 신해철을 비롯한 모든 음악가를 좋아한다.
1992년 문화일보 동계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01년 ‘한국백상출판문화상’ 아동문학 단행본 부문, ‘SBS 한국미디어대상’ 그림책 번역 부문 우수상, 2011년 ‘김만중문학상’ 금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낸 책으로는 그림책 《행복한 학교》《새를 사랑한 새장》, 동화 《사도사우루스》《마지막 박쥐공주 미가야》《유명이와 무명이》《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청소년 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그 녀석 덕분에》《그들이 떨어뜨린 것》, 소설 《저녁은 어떻게 오는가》《달의 항구》《저녁의 편도나무》들이 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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