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사후 50년 만에 새롭게 각광 받는 수잔 타우브스의 컬트 소설.
남편과의 이혼을 판타지 기법으로 다룬 이 소설은 당대 최고 지성들의 섬세한 심리적 갈등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풀어낸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 간 동구권 출신 유대인들의 의식과 정착 과정도 자세히 묘사되어 현대사의 일부를 읽는 듯한 즐거움도 준다.
원제는 『이혼』(Divorcing). 그러나 작가가 처음에 원한 제목이 ‘관 속에 누워 미국 다녀오기’여서 한국판 제목도 『관 속에 누워 미국가기』로 정했다.
그로테스크, 판타지, 성장소설, 조금씩은 연애소설이자 또 남편과의 지독한 가정불화의 소설…. 『Divorcing』 출간 직후인 1969년 마흔한 살 나이에 작가 수잔 타우브스는 롱 아일런드 바닷가에서 물에 빠져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뉴욕 타임스> 북 리뷰에서 혹평을 받은 것이 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점철된 소설을 읽으면 그녀가 얼마나 죽음에 매혹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레타 가르보와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의 미모와 지성을 갖춘 학자이며 작가였다. 세계적 문화평론가이며 작가인 수잔 손택과 절친이었고, 그녀가 자살했을 때 시체를 수습한 것도 수잔 손택이었다. 60년대 중반에 수잔 손택과 함께 실험적인 연극 운동을 하기도 했다. 2021년에 이 책을 재 발간하는데 기여한 것도 수잔 손택의 아들인 문학평론가 데이비드 리프다. 데이비드 리프는 이 소설의 해제도 썼다.
꿈에서마다 죽는 여자
소설 첫 페이지부터 주인공 소피 블라인드는 죽어 있다. 죽은 곳은 미국인지 유럽인지 알 수 없는 호텔, 함께 있던 사람은 남편 에즈라 블라인드이지만 그가 죽인 것도, 소피가 자살한 것도 아니다(꿈속 소피는 파리 시내에서 교통사고로 죽었다). 소설 여기저기, 꿈과 환상 속 법정에서 소피는 관 속에 누운 채, 한편으로 이혼소송의 원고가 되어, 다른 한편 형사소송(음란죄)의 피고인이 되어 악의적인 재판과 증언에 시달린다. 재판이 열리는 곳은 언제나 유럽이다. 떠나온 고향 부다페스트, 아니면 작중 새 삶의 터전 파리.
몇 페이지만 넘기면 다시 소피는 파리의 쇼핑가를 거니는 미국 여자가 되어 카페에 앉아 미국의 애인에게 편지를 쓰고,
다시 재판받는 꿈,
현실로 돌아와 파리에 아이들과 머물 아파트를 구해 입주하고,
이번엔 과거로 돌아가 헝가리 시골의 유대인 계집아이 소피 란츠만이 되어 있고….
부제 없이 ‘하나’ ‘둘’ ‘셋’ ‘넷’으로만 장을 나눈 소설은 그러나 장나눔이 의미가 없다 싶을 정도로 현실과 환상, 현재와 과거와 더 먼 과거, 자녀와 나와 부모와 더 더 더 오랜 조상까지를 몇 페이지씩 뚝뚝 끊기며 넘나든다. ‘소설 속 과거’에는 전쟁과 유대인 탄압이 닥칠 것이라는 공포 끝에 기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넌 것이 구원이었다. ‘소설 속 현재’에는 오랜 투쟁 끝에 이혼을 쟁취하는 것이 구원이었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독자도 뭔가 좀 정리되는 것 같은 해방과 구원의 느낌을 맛본다.
그러니 처음부터 ‘과거편’ ‘현재편’ ‘꿈과 환상편’이라는 세 권 소설이 어지러이 잘못 편집된 셈치고, 그중 ‘과거편’을 아리아드네의 실마리 삼아 소설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소설은 어디까지가 작가의 고백일까
‘자전적 소설’이라는 한마디로 뭉뚱그리기에 『관 속에 누워 미국가기』가 걸치는 스펙트럼은 너무 다양하다. 그로테스크, 판타지, 성장소설, 조금씩은 연애소설이자 가정소설…. 어쩌면 글재가 무르익기 전에 요절한 작가의 작품이라서일 수도 있다.
처녀 때는 소피 란츠만이었던 주인공 소피 블라인드는 작가의 아바타다. 하필 블라인드(Blind)라니! 사실은 남편 에즈라 블라인드(그 또한 작가의 실제 남편의 아바타인데)의 성을 받은 것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결혼으로 강요받은 맹목성(blind)’을 은유하는 것은 아닐까? 제목의 ‘이혼’이란 강요받은 맹목성(Blind)을 떼 내는 것, 그러니까 다시 눈을 뜨고 새로운 희망의 삶을 손수 일궈 나가는 것이라는.
소설에선 세 명의 자아가 투쟁한다. ‘소설 속 현실’의 소피, ‘소설 속 꿈과 환상’의 소피, 그리고 ‘소설 밖 진짜 현실’의 수잔 타우브스. 소피의 꿈속 죽음은 언제나 소피가 진작 떠나온 유럽에서만 일어나므로, 이혼 후 새로운 삶의 희망의 역설적 등가물이다. 현실의 작가가 개인사를 총정리한 야심작을 출판하듯, 작중 소피는 아이들과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그리고 급반전. <뉴욕 타임스> 북 리뷰(거기에 오른 것만도 어디인데!)에서 혹평을 받고, 작가 수잔 타우브스는 마흔한 살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우리는 허구(fiction)인 소설을 읽으면서, 굳이 거기에 작가의 전기를 중첩시키려 애쓸 필요가 있을까?
수잔 타우브스와 절친했던 작가 겸 영화감독 수잔 손택의 아들 데이비드 리프가 2021년 재발간된 이 소설의 해제를 썼다.
작가 소개
수잔 타우브스
본명은 유디트 주잔나 펠드만(Judit Zsuzsanna Feldmann)이다. 그레타 가르보와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만큼의 미모와 지성을 갖춘 학자이며 작가였다. 세계적 문화평론가이며 작가인 수잔 손택과 절친한 사이였고, 그녀가 자살했을 때 시체를 수습한 것도 수잔 손택이었다. 60년대 중반에 수잔 손택과 함께 실험적인 연극 운동을 하기도 했다. 2021년에 이 책을 재발간하는 데 기여한 것도 수잔 손택의 아들인 문학평론가 데이빗 리프였다. 데이비드 리프는 이 소설의 해제도 썼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신분석학자의 딸이자 랍비의 손녀로 태어났고, 부모가 이혼한 후 1939년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뉴욕 로체스터에 정착했다. 예루살렘과 소르본, 래드클리프 대학에서 철학과 종교를 전공하고, 래드클리프에서 시몬 베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목은 ‘신의 부재’.
철학자이며 유대교 학자인 제이콥 타우브스와 결혼하여 1953년생 아들, 1957년생 딸을 두었다. 부부는 1960~1969년 사이에 콜럼비아 대학에서 종교학을 강의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및 아프리카 민담집 몇 권을 편집 출간했고, 수십 편의 단편과, 『이혼Divorcing』(한국판 제목 『관 속에 누워 미국 가기』), 『줄리아를 위한 애가Lament for Julia』(미출간) 등 두 권의 장편소설을 썼다. 남편 제이콥과 1950년대 초반에 별거하며 주고받은 방대한 서신은 2014년 독일에서 2권으로 출간됐다. 『Divorcing』 출간 직후인 1969년 11월에 롱 아일런드 바닷가에서 물에 빠져 자살했다.
남편과의 이혼을 판타지 기법으로 다룬 이 소설은 당대 최고 지성들의 섬세한 심리적 갈등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풀어낸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 간 동구권 출신 유대인들의 의식과 정착 과정도 자세히 묘사되어 현대사의 일부를 읽는 듯한 즐거움도 준다.
목 차
하나
둘
셋
넷
해제 데이비드 리프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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