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소설의 재미가 미친 듯이 상승할 때 인생의 진짜 주제가 마침내 밝혀진다
세계문학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오래 해 온 김영준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이 문득 충격적으로 재미있어진다. 평범한 등장인물이 처음 보는 표정을 짓는다. 역사와 철학, 영화와 음악을, 업계의 안과 밖을 오가는 특유의 시선 때문이다.
어느 해의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프랑스 작가의 초대로 각국의 편집자들이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참석자는 모두 프랑스 말을 잘하지만, 한국인인 ‘나’를 배려해 영어를 쓴다. 그런데 늦게 도착한 어느 유럽인이 이미 아는 사람들과 프랑스 말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제 테이블은 프랑스어 사용자 대 영어로 대화하려 애쓰는 사람들로 나뉘게 된다……. 이 도서전 일화에서 김영준은 ‘진짜 주제’를 찾아낸다. “어떤 상황에서든 우정을 참지 못하며, 이 세상을 친구가 모인 놀이터, 확장된 동문회장으로 보는 태도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는 것.(「타자가 들어온 방에서」) 손님이 있는 자리에서 ‘나’에게만 친한 체를 하거나, 공적인 자리에서 ‘선배님’ ‘선생님’ 호칭을 쓰는 이러한 태도는 과연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세속적인 일상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의미를 건져내는 김영준 특유의 글쓰기다.
“우리는 소설을 통해서 지식을 얻는다. 그런데 그 지식은 약간 진기한 종류의 것으로 다른 데서는 찾을 수 없다. 그것은 작가가 이미 알고 있던 지식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서,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비로소 발견하게 된 지식이기 때문이다.”(「전지적 작가」) 김영준 또한 글을 쓰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지식을 쓴다. 미리 정해진 결론으로 질주하기보다 “생각의 커브와 교체를 보존하고 있는 울퉁불퉁한 글”은 독자에게 잊을 수 없는 독서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 소개
김영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열린책들, SK텔레콤, 김영사, 을유문화사 등에서 근무했다. 열린책들 편집이사를 지냈다. E. M. 포스터, 줄리언 반스, 존 르카레, 줄리언 시먼스, 에릭 앰블러 등의 책을 기획하거나 편집했다. 2019년부터 한겨레 ‘크리틱’란에 칼럼을, 기타 매체에 서평이나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살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체스터 브라운의 『너 좋아한 적 없어』(2005)가 있다. 『작가, 업계인, 철학자, 스파이』는 그의 첫 에세이집이다.
목 차
들어가는 말
1부 작가
2부 업계인
3부 철학자
4부 스파이
감사의 말
출전
찾아보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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