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글들은 용서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누군가의 쉬운 용서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절망감과 용서를 통해 폭력을 행사하는 기쁨을 이곳의 인물-짐승-사물들이 보여준다. 혹은 외친다. 혹은 침묵한다.
예컨대 감옥에서 태어나 감옥과 그 바깥을 오고가며 살아가는 여자는, 그녀의 어머니의 죄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의 아이들은 여자의 어머니의 죄를, 나아가 여자의 (무)죄를 용서한다. 여자는 그 용서 속에서 절망적으로 질식해간다. 그녀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가고 죽어가는 것들은 용서를 갈구하거나 용서를 남용한다. 그들은 용서받고 그들은 용서하고 그들은 용서받지 못하고 그들은 용서하지 못한다.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다. 그들은 용서를 결정당하며(심지어 용서의 범죄적인 쾌락에 중독된 맹아원의 소녀조차도) 그 속에 머물기를 강요당한다.
이 글(들)을 읽는 이들이 용서의 범죄적인 관능, 혹은 공포와 잠깐이라도 스치기를(결코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기대하며, 그 끔찍한 기대와 온순한 광증 속에서 이것들이 쓰였다.
작가 소개
이우연
2021년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2022년 장편소설 『악착 같은 장미들』을 출간했다.
고용되지 않은 배우들, 유령들, 창녀들, 실종자들, 아이들의 불가능한 언어와 함께 산다. 그들을 위한 이상한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서 (그 속을 벌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 틈새에서 갈망하고 소리치고 애원하는 글들을 쓴다. 그들을 원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음에도 살아있는 틈들을 너무나 원하기 때문에 쓴다. 징그럽게, 절박하게, 용서받을 수 없을 정도로 원하기 때문에.
목 차
들어가며
감옥 여자 09
부활자 46
죽음의 교실 63
맹아원 73
부활자(목격자) 113
죽음의 교실 131
돼지목장 137
거울과 소녀 162
죽음의 교실 222
맹아원 224
목격자 245
용서 285
서커스 사자 323
나가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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