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여기는 새로 이사 온 우리 집이야.
누군가에게는 잠시 멈추어 한숨 돌리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한마음으로 함께 응원하는 곳이 되기도 했어.
하지만 사람들은 하나, 둘 이사를 가고
결국 모두 떠나 버렸지.
그리고 모두 완전히 사라져 버렸어.
나는 꿈을 꾸고 있어.
이사 가는 꿈.
나 같은 나무들이 모여 있는 숲으로.
<이사 가는 꿈>은 빈터에 들어선 아파트가 세월을 따라 점차 낡아지고 재건축을 위해 헐리기까지 그 앞에서 주민들과 평생을 함께한 나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978년 완공된 아파트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2023년 오늘날 재건축을 위해 아파트가 헐리기까지 수십 년간 한 자리에서 변함없이 주민들과 함께했습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계절이 바뀌고,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한마음으로 2002년 월드컵을 응원하고, 삐삐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공중전화에 줄을 서던 시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로 발전하는 일련의 변화들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나무들도 키가 크고 새가 둥지를 짓고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며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기 위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낡은 아파트가 헐리면서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지켜 온 나무들은 대부분 자신의 터전을 잃고 잘려 나가 폐기된 채 사라집니다. 판매도 여의치 않고, 다른 곳에 다시 옮겨 심으려면 이식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곳을 떠난 뒤 나무가 어떻게 되는지, 어디로 가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러한 나무들의 안타까운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인선 작가는 이 책을 보는 독자들만이라도 <이사 가는 꿈>을 다 보고 난 뒤, ‘아, 우리가 잊고 있던 게 있구나!’ 생각하며 우리 주변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구상했습니다.
이 책은 글이 처음 시작될 때 화자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을 보고서야 비로소 ‘아, 나무 이야기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작가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책을 끝까지 본 뒤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책을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우리 주변 나무의 삶을 돌아봐 주길 바랐습니다.
<이사 가는 꿈>에는 또한 1978년부터 2023년까지 시대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파트의 변화뿐 아니라, 우편집배원이나 예전에는 ‘요구르트 아줌마’로 불렸던 프레시매니저의 변화, 삐삐부터 스마트폰으로의 변화 등 시대의 흐름이 한 사람 한 사람에 정교하게 담겨 있어 각 시대의 모습과 변화를 살펴보는 것 또한 흥미롭습니다.
작가 소개
선
우리는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다, 그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아갑니다.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되지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그 소중함이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대학에서 실내 건축과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아티스트 커뮤니티 아크(AC)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이사 가는 꿈』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입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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