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오만한 서구’에서 ‘혼혈 얼굴’까지,
중국 미용성형 문화 속 미 인식 변화를 탐색하다
중국 미용성형 문화를 신자유주의 중국 사회의 맥락에서 탐색하여 중국의 여성 뷰티 이상과 의미를 분석한 책이다. 이를 위해 미용성형과 중국의 젠더 담론, 국가 정체성, 글로벌 소비문화를 탐색했고, 신자유주의 중국에서 여성의 미용성형 실천과 그 함의를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봤다. 특히, 첫 번째 인터뷰이가 던진 ‘오만한 서구’ 화두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인터뷰이가 원하는 ‘혼혈 얼굴’까지 따라가면서, 현대 중국 사회에서 이상적 미의 기준과 여성상이 어떠한 양상으로 생성되고 소비되는지 살폈다.
“포스트 마오시대, 성형수술이 중국의 얼굴을 바꾼다.”
현대 중국 사회에서 미의 기준과 여성상은 어떻게 변화했나
이 책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뷰티 이데올로기의 변화’에서는 중국 근현대사에서 여성성과 뷰티 개념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개혁개방정책과 샤강, WTO 가입과 글로벌 소비자본주의 문화의 유입, 미녀경제의 확산, 현대적 중국 여성상의 창조 등이 주요한 장면들이다. 마오시대 중국에서 ‘미녀’는 반혁명적 단어로 금기시되었으나, 2000년대 중국에서는 미녀경제가 가장 핫한 단어가 되고 있다.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가 곧 돈이며 성공이라는 문구가 상식처럼 퍼져 나갔다. 미녀경제와 대비되면서 창조된 ‘중국의 현대적 여성상’은 성공한 여성 이미지를 통해 재현되었고, 외면의 미뿐만 아니라 우아한 매너와 풍부한 지식, 대담함, 통찰력 등 현대적 버전의 내면의 미 모두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편, 뉘한즈(女汉子)와 같이 규범적 여성성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창의적 실천들도 감지된다. 중국의 젊은 세대 여성들은 외모를 치장할 자유를 얻게 됐지만, 여성성에 뷰티를 핵심에 두는 또 다른 규율에 종속되고 있다.
2장은 ‘중국 미용성형 산업의 역사’를 살펴본다. 동아시아에서 미용성형은 서구 의료기술의 유입이라는 측면에서 일본, 한국, 중국이 유사하지만, 중국은 공산주의 정권 수립으로 인해 다른 경로를 걸었다. 문화혁명 시기를 거치면서 미용성형은 부르주아에 영합하는 기술로 탄압의 대상이 되었고, 개혁개방정책 이후에야 그 얼굴을 다시 내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국의 WTO 가입으로 부와 아름다움을 흠모하는 시대가 시작됐고, 성공을 위해서는 아름다운 외모가 필수라는 ‘지금의 상식’이 출현했다. IT를 접목한 의료미용 앱을 개발한 CEO들은 의사들의 ‘마이크’를 낚아챘고 중국 미용성형 문화를 설명하고 산업을 확장하는 앞자리에 섰다.
3장은 ‘차이나 드림을 좇는 한국 미용성형 산업의 열망과 곤경’을 다룬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정부는 ‘메디컬 코리아’를 실현할 대표 사업으로 미용성형 산업을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의사들은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가로 변모했다. 중국 언론은 한국 미용성형의 상업성, 위험성을 비판하는 담론을 증
폭하고 있고, 중국 미용성형 의사들은 한국 의사들의 미용성형 기술을 한국 스타일로 차용하며 실속을 챙기고 있다. 상업화된 한국 성형의료의 문제와 더불어 반한 감정, 중국 특색의 미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자부심에서 중국의 내셔널리즘이 엿보이며, 이는 한국 미용성형의 차이나 드림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4장 ‘셀러브리티 경제와 성형’에서는 중국에서 미용성형과 관련한 화제들을 만들어 내는 중국의 여성 셀러브리티들을 다뤘다. 중국의 미용성형 담론은 서구적 혹은 한국적 미(美)의 추종이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 인정받는 아름다운 얼굴의 예시를 찾고 이와 관련한 중국 내부와 관념과 가치들에 관한 이야기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셀러브리티를 둘러싼 미용성형 스토리에는 부와 인기에 대한 열망, ‘중국 특색’에 대한 자부심, 글로벌 패션 뷰티의 화려함에 대한 흠모가 자리한다. 여성 셀러브리티에 대한 관심과 외모 논평은 미용성형 서사와 병렬 배치되며, 의혹 혹은 진실과 무관하게 미용성형의 가능성을 예시하는 지식들을 생산한다.
5장 ‘더 아름다운 얼굴 만들기’에서는 중국 젊은 세대 여성들의 미용성형 경험과 의미를 분석한다. 미용성형 경험은 글로벌·아시아 뷰티경제와의 접속, 일상적 외모 차별과 부모의 기대, 문화적 내셔널리즘이 얽혀 있는 장 안에서 구성된다. 여성들은 젊음과 뷰티를 사회적 인정과 경제적 이익으로 교환하고자 하는 주체적 의지를 나타내지만, 여성이 보여지는 존재라는 점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태도를 보인다. ‘현대적 중국 여성의 얼굴’이 이상화되면서 고급 얼굴과 저급 얼굴이라는 차별적 이분법이 생성된다. 최근에는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서구 백인‘과 아시아인의 혼혈 얼굴이 성형 롤모델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혼혈 얼굴은 서구적인 미에 대한 각색과 변형, 어리고 유순한 여성상의 강조, 비백인 인종에 대한 혐오 정서를 흡수하면서 팽창하는 중국 미용성형 시장의 얼굴이다.
작가 소개
태희원
충남여성가족청소년사회서비스원 선임연구위원. 연세대학교 문화학과 박사. 지은 책으로 《페미니즘 교실》(공저), 《성 사랑 사회》(공저), 《엄마도 아프다》(공저), 《성형》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 〈신자유주의적 통치성과 자기계발로서의 미용성형 소비〉 등이 있다.
목 차
prologue
1. 중국 뷰티 이데올로기의 변화
미녀는 반혁명적 단어|개혁개방정책과 뷰티·여성성의 귀환|중국의 현대화 프로젝트와 코즈모폴리턴 여성상
2. 중국 미용성형의 역사와 현재
서구적 미(美) 규범과 미용성형의 태동|성형수술과 계급투쟁|“포스트 마오시대, 성형수술이 중국의 얼굴을 바꾼다”|중국 최초의 인조미녀 ‘하오루루’|만국기를 단 의사들|온라인 플랫폼 경제와의 결합
3. 한국 미용성형 산업의 열망과 곤경
차이나 드림을 좇는 한국 의사들|중국 언론에 재현된 한국 미용성형 담론의 변화|한국에 미용성형을 하러 가는 이유와 가지 않는 이유
4. 셀러브리티 경제와 성형
궈징징(郭晶晶)과 왕푸샹(旺夫相) 열풍|뜨거운 엄마? ‘라마(辣?)’ 양미(??)|패기 있는 전형적 중국 미녀 판빙빙(范??)|이국적 인형, 안젤라베이비와 디리러바(迪??巴)
5. ‘더 아름다운 얼굴’ 만들기
아시아 뷰티 경제와 접속하는 소녀들|일상적 차별의 산물들: 부모, 거래, 얼굴 대출|고급 얼굴과 저급 얼굴|혼혈 얼굴과 서구 얼굴
epilogue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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