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주인이면서 동시에 손님이 되는,
판매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우리 동네 사장님들 혹은 일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생일 파티.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서로서로 필요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동네 문화,
바로 옆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이웃의 정,
모두가 어려운 시절을 버틸 힘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우리 시대의 그림책.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이 선택한 오랜 생존 방식,
관심과 연대와 공동체,
그 현명하고 건강한 삶을 정겹고 따뜻하게 만나요.
◆ “오늘은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그래서 생일 초대 심부름을 가야 해요.”
빼곡한 메모와 빨간 생일 초대 카드를 들고 집을 나서는 아이. 가야 할 곳이 많아 살짝 긴장했을까? 맨 먼저 맛있는 고기를 파는 우리 동네 부부정육점에 가서 “오늘 저녁밥 먹지 말고 골목 식당으로 오세요.”라고 또박또박 생일 초대 카드를 읽는다. 심부름인 소고기 국거리 세 근도 잊지 않기!
기특한 듯 얼굴 가득 웃음이 번지는 부부정육점 사장님들. 노란 보자기를 머리에 두른 아줌마 사장님이 마침 헤어살롱에 가는 길이라고 아이에게서 빨간 카드를 받아 든다. 우아, 심부름 끝. 미미랑 킥보드 타야지!
이어지는 헤어살롱 안. 빨간 테 안경을 쓴 멋쟁이 원장님이 커피를 타려는데, 이런, 커피가 떨어졌다. 앞치마에 빨간 카드를 꽂은 채 얼른 바로 아래 미미슈퍼로 달려간다.
다양한 상품이 반지르르 진열된 미미슈퍼. 그런데 영수증 용지가 없다. 무지개문구에서 영수증 용지 사면서 스티커도 같이 사도 되냐고 묻는 미미. 바로 이런 게 심부름의 묘미!
그렇게 빨간 초대 카드는 무지개문구 사장님에게서 과일트럭 사장님에게로, 추억사진관 사장님에게로, 맵시옷가게 큰사장님에게로, 배달누나를 거쳐 명장베이커리 사장님에게로 옮겨진다. 다른 날보다 일찍 문을 닫는 명장베이커리 사장님 손에는 커다란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다. 골목식당에 우리 동네 사장님들이 다 모였다!
◆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요
점점 각박해지는 삶에 서로 이웃을 모른다지만 정말 그럴까? 다들 높다란 아파트에서 꽁꽁 감추고 살아간다지만 정말 그게 다일까?
아니, 아직 우리 주위에는 한 동네에서 이웃으로 살며 미용실에서 점심을 먹고 옷 가게에 택배를 맡기고 이웃 경조사에 부조를 하는 사람들이 여전하다. 한 동네에 아파트와 연립 주택과 빌라가 섞여 살며 인사를 주고받고 눈이 오면 비를 들고 길을 치우는 동네 문화가 살아 있다.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고도 편하게 들르는 가까운 식당과 급한 물건이 필요할 때 얼른 뛰어가서 사 오는 슈퍼와 새로 나온 책을 직접 펼쳐볼 수 있는 서점이 남아 있다.
《안녕하세요? 우리 동네 사장님들》은 그런 우리 동네, 그중에서도 동네 가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겹고 따뜻한 그림책이다. 정육점, 헤어살롱, 슈퍼, 문구점, 과일 트럭, 사진관, 꽃집, 옷 가게, 서점, 자전거포, 빵집…… 아기자기한 골목에 줄지은 가게들은 필요한 물건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는, 머리도 하고 책도 보고 꽃도 사고 자전거도 고치며 가끔 생일 파티도 벌어지는 일상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오늘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바로 골목식당 사장님 생일. 자영업자로 하루를 치열하게 보내고는, 다들 조그만 선물을 준비해서 모인다. 떡, 케이크, 전 등 맛있는 음식에 선물 상자와 카드가 놓여 있다. 언제 지쳤냐는 듯 하나같이 밝은 표정에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쩌면 특별 이벤트가 아니라 자주 있는 일일지도! 철저히 자본의 입장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동네 가게들이니, 그만큼 설움도 많을 터. 이렇게 서로의 애환을 나누며 또 내일 살아갈 힘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 모두의 삶을 응원해요
모든 소외된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강단 있는 작가 박현주는 ‘사장 한 명에 다들 직원인 곳보다는 모두가 사장인 곳, 활기차게 일하며 동네의 모습을 만드는 우리 동네 가게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한다.
매 장마다 두세 줄의 짧은 글, 선명한 색감과 뚜렷한 선, 흑백과 컬러의 조화는 한 장면 한 장면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흑백 그림에 도드라지는 빨간 카드는 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어떻게 이 가게에서 저 가게로 전달되는지 즉자적으로 이해된다. 아저씨, 아주머니, 할아버지, 배달누나…… 연령대별로 다양한 인물은 흔히 동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처럼 친근하면서도 생생하다. 그 인물들은 젊은 서점 사장님과 할아버지 자전거포 사장님이 오래된 장기 친구인 것처럼 나이를 넘어 어울리며 조화를 이룬다. 추억사진관 사장님과 맵시옷가게 큰사장님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까? 화면 뒤의 이야기까지 궁금해지는, 투박한 듯 화사한 듯 인간미 넘치는 사랑스러운 글과 그림이다.
◆ 동네에도 생태계가 있다!
온 마을이 한 집안 같던 예전의 공동체는 해체됐어도, 파란 하늘과 일정한 시간에 문을 여는 동네 가게들과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그대로다. 내가 필요한 건 옆집에서 그 옆집이 필요한 건 또 다른 옆집에서, 원하는 물건이 없을 땐 기다려 주고…… 꼭 대형 마트에 가지 않아도 사람 사는 데 필요한 건 어쩌면 한 동네에서 다 해결할 수 있다!
‘관심과 도움과 연대와 공동체’.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아이들에게 이웃에 대한 관심과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말하는 것은 굉장한 산교육이다.
작가 소개
박현주
어릴 때는 하루 종일 종이 인형을 오리며 노는 목소리 작은 아이였습니다.
만들고 그리는 것이 좋아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다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현재는 두 아이의 엄마로 살림하며 그림책 작가로 활동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나 때문에》, 《비밀이야》, 《이까짓 거!》가 있고
《내 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 봐》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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