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삶과 내가 그토록 서로에게 간절히 알려 주고 싶어 한 것은
모든 순간을 사랑할 것, 모든 순간에 사랑할 것.”
슬픔을 어루만지는 다정하고 섬세한 언어
일상의 언어로 삶을 그리는 양광모의 신작 시집 『너의 슬픔에 입 맞춰준 적 있는가』가 푸른길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우리 일상에 산재해 있는 슬픔에 대해, 슬픔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에 주목한다. 시인이 말하는 슬픔은 대체로 겨울, 밤, 어둠, 비의 이미지로 회상된다. 겨울을 맞이한 나무가 잎을 떨구고, 물이 강을 떠나 바다로 흘러들고, 매일 저녁 해가 지는 풍경에서 시인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이 마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같다고 생각한다. 손바닥으로 막아 보려고 해도 손 틈새로 새어 들어와, “전 생애가 비에 젖거나/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듯”(「비 1」) 느끼게 하는 순간들을 그렸다.
시인은 슬픔을 위로하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슬픔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너의 손과 발, 얼굴을 씻겨 주고/ 너의 차갑게 식어 버린 심장에/ 한 가닥 따스한 온기를 더해 주고 싶어” 시인은 “이 세상 가장 큰 울음으로”(「먼 곳에서도 부디 행복하길」) 울겠다고 말한다. 슬픔만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러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슬픔을, “봄꽃 피는 기쁨보다/ 가을 낙엽 지는 슬픔을/ 슬금슬금 잘 잊어야 생이 단단해”(「망각력」)진다고 일러 준다. 슬금슬금 잘 잊는다는 것은 슬픔을 억지로 지우거나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처 부위에 딱지가 잘 질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 천천히 마음을 다독이고 보살펴도 괜찮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과정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 안의 약한 지점까지 끌어안을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어쩌면 이것이 시인이 바라는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그토록 내가」)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너의 슬픔에 맞닿을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난 시편들을 이번 시집에서 만나 보길 바란다.
이 나라의 국경으로 가자/ 왼쪽 어깨로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오른쪽 어깨로는 햇볕이 내려앉는 곳// 전 생애가 비에 젖거나/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듯해도/ 생의 절반은 햇살인 것
- 「비 1」 부분
사는 기 왜 독한 술 같을 때가 있잔혀/ 그런 날엔 해장국 한 그릇 먹는 겨/ 뜨신 국물에 공기밥 텀벙 말아/ 후루룩 게 눈 감추듯 먹는 겨/ 그러면 뱃가죽 깊은 곳에서/ 장해, 장해, 소리가 들린다니께
- 「해장국」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양광모
시인. 경희대 국문과 졸업. 소소하지만 근원적인 삶의 정서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일상의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푸르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살자고.
양하영, 허만성, 이성하, 이연학, 안율 등 여러 가수에 의해 그의 시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바다와 별, 자작나무와 눈을 사랑한다.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한 번은 詩처럼 살아야 한다』, 대표시 선집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필사 시집 『가슴에 강물처럼 흐르는 것들이 있다』, 사랑시 선집 『네가 보고 싶어 눈송이처럼 나는 울었다』, 커피 시집 『삶이 내게 뜨거운 커피 한 잔 내놓으라 한다』, 술 시집 『반은 슬픔이 마셨다』, 기행 시집 『와온에 가거든』 외 다수의 시집과 인생 잠언집 『비상』을 출간하였다.
목 차
시인의 말
Ⅰ. 너의 슬픔에 입 맞춰준 적 있는가
애기동백/ 그토록 내가/ 저녁의 시/ 우리는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경계를 경계하다/ 깎아 주기로 했다/ 나는 젊어서 죽으리라/ 풀잎/ 힘을 냅니다/ 희망이 젖지 않도록/ 백련사/ 비상/ 비1/ 비2/ 비3/ 뿌리/ 눈꽃/ 동백/ 유배지에서/ 눈/ 먹을 갈다/ 의지/ 눈물의 어원/ 꽃의 체온/ 꽃그늘 서성이네/ 화답花答/ 바람이 없다면/ 꽃/ 꽃에게 묻다/ 나무처럼/ 손/ 상처를 위한 시
Ⅱ. 바다 하나 건너는 일 아니겠는가
인생/ 항구/ 배/ 여행/ 떡볶이/ 해장국/ 변명/ 각설却說/ 졸업/ 그리 섭섭하진/ 망각력/ 처음/ 새해/ 새해에는/ 3월/ 3월이 오면/ 8월의 기도/ 겨우살이/ 안개1/ 안개2/ 안개3/ 어느 날 안개가 찾아와/ 월동 배추/ 강/ 돌아눕다/ 먼 곳에서도 부디 행복하길/ 마주/ 시인/ 못 쓰겠네/ 나를 위해 쓰는 시/ 자서
Ⅲ. 너를 강이라 불러도 되는가
화풍병花風病/ 너를 강이라 불러도 되는가/ 너를 사랑하는 일이 그러하였다/ 유배/ 동백/ 목포에서/ 이별법/ 별이 별에게서 멀어지듯/ 잊는 일/ 사랑 후/ 입암산 벚꽃/ 울산바위/ 땅끝마을/ 우포에서 쓴 편지/ 한계령에서
Ⅳ. 목포에 오시거든
강진에서/ 와온 바다/ 오동도/ 가우도/ 세방낙조/ 완도 구계등/ 하동포구/ 하동에서 쓰는 편지/ 에말이요/ 유달산에는 말들이 모여 사네/ 목포에 오시거든/ 절물/ 비양도/ 차귀도/ 광치기해변/ 비자림/ 제주도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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