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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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홍주연
출판사항고래뱃속, 발행일:2023/09/04
형태사항p. 46배판:26
매장위치어린이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313805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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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흐물흐물 지쳐 버린 몸,

주르륵 녹아 버린 마음을 되돌리는 마법의 열쇠!


어른도 아이일 수 있도록

스르륵 감싸 주는 가족의 품


고된 하루 끝에서 기다리는 얼굴


어스름한 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곧았던 아빠의 허리와 넓은 어깨는 종일 일에 시달린 탓인지 추욱 처져 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늘 그렇듯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하늘에라도 닿을 듯 매일매일 쑥쑥 커가는 아이들입니다. 밤의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보다 더 환한 그 얼굴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여는 아빠의 손에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젤리 한 봉지가 들려 있습니다. 문이 열리고, 하루 종일 기다린 아빠를 부르며 달려 나오는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마음은 펴지는데 몸은 여전히 천근만근입니다. 아빠는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기 위해 같이 놀자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욕조 안에 들어가 스르륵 몸을 누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목욕하러 들어간 아빠가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순간

절로 나오는 한 마디, ‘녹는다. 녹아!’


따뜻한 물에 지친 몸을 폭 담그고 있으면, 아빠의 고단함이 조금은 풀어지는가 봅니다. 그런데 긴장을 너무 풀어 버린 탓이었을까요. 아이들과 놀아 줄 엄두가 나지 않는 아빠의 속마음을 알아챈 누군가가 마법이라도 부린 건지, 아니면 매일 쌓여가는 피로를 못 버티고 아빠의 몸속 세포들이 이때다 싶어 흩어져 버린 건지··· 아빠의 몸이 그만 거짓말처럼 주르륵! 녹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녹아 버린 몸은, 어쩌면 아빠 마음의 반영이었던 걸까요? 가족이 늘어 갈수록 남모르게 쌓여 온 책임감으로 팽팽해진 긴장의 끈을 붙든 채, 매일을 단단한 몸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요. 그렇게 뜨끈한 물속에 담긴 아빠의 입술 사이로, 송골송골 물기 머금은 탄식이 마치 주문처럼 슬며시 새어 나왔을 것입니다.

‘녹는다. 녹아!’


아빠! 우리가 놀아 줄게요


한편 아빠가 걱정되어 욕실 문을 연 아이들은,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놀라 그만 눈물을 터트립니다.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면서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아빠를 조심조심 유리병 속에 담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이제 어쩌면 좋을까요? 아이스크림처럼 꽁꽁 얼려 볼까? 쿠키처럼 단단하게 구워 볼까?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빠를 되돌려 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말캉한 젤리는 어때? 아! 탱글탱글 귀여운 젤리 아빠가 등장했습니다. 아이처럼 변신한 젤리 아빠에게 아이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외칩니다.

“아빠, 우리 같이 놀러 가요!”

그동안 아빠가 아이들과 놀아 주었던 것처럼, 이제는 아이들이 아빠와 놀아 줄 차례입니다.


젤리처럼 말캉말캉하게

아이처럼 말랑말랑하게


그렇게 가족들은 놀이공원으로, 숲으로, 바다로 떠나 함께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속에 잔잔한 웃음과 온기가 퍼지는 것은, 그 시간이 얼마나 반짝이고 소중한 것인지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어쩌면 녹아 버린 아빠에게 필요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바쁘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그리고 낮이나 밤이나 힘이 넘치는 아이들을 위해서 당신은 한시라도 녹을 틈이 없으니 얼른 다시 단단하게 형태를 갖추고 가족을 위해 무장하라는 응원이 아니라, 가끔은 버거운 가장의 책임감을, 가족을 위해 크고 단단해져야 했던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고 다독여 주는 것. 당신 옆에 우리가 있으니, 잠시 어른의 태를 벗고 아이처럼 풀어져도 괜찮다며 안아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속절없이 녹아 버린 아빠의 마법을 풀 수 있는 열쇠였던 것이지요.


아이가 아이일 수 있게

어른도 아이일 수 있게 만드는 이름, ‘가족’


살다 보면 우리에겐 각자의 어려움과 걱정거리들이 생깁니다. 그건 가족으로서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내가 짊어진 짐만으로도 이미 너무 버거워서, 혹은 당신의 짐을 내가 대신 질까 두려워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어른이어야 함을 다독이고 채근하며 각자가 품고 있는 ‘아이스러움’을 마음 놓고 드러내기를 막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이처럼 어른 속에 감춰진 아이의 모습을 ‘녹아 버린 젤리’로 그려냅니다. 아빠가 욕조 속에서 흐물흐물 녹아 귀여운 젤리로 변해가는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마음 한구석에 숨겨진,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젤리 같은 나의 모습’을 작가가 대신 그려 주었기 때문이겠지요. 그처럼 우리 마음속의 숨겨진 모습들을 부드럽게 이끌어내는 작가의 다정한 시선은 책 속의 장면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아이들의 입가, 아빠의 동세, 엄마의 눈매, 하늘 위 뭉게구름과 새벽 하늘에도···. 그래서 책장을 덮을 때쯤엔, 온몸과 마음이 포근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듭니다. ‘어른이 아이일 수 있게 감싸 주는, 그 따뜻함’은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가진 멋진 힘이라는 것을,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홍주연

짧지만 달콤하고 따뜻한 시간을 위해 아이도 어른도 길고 지루한 기다림을 이겨내는 게 아닐까요?

기다리는 틈틈이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게 어루만져 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빠가 주르륵』은 목욕을 좋아하는 남편을 보며 떠올린 이야기입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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