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시대의 청소년을 응원하는 작가의 다정한 시선
비룡소블루픽션상·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 조우리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여성 해방이라더니 여성 청소년은 해방 좀 되면 안 되는 건가!”
이 세상 모든 사과에게 보내는 따스한 위로
표제작 「사과의 사생활」 은 누구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 금기했던 여성 청소년의 성적 욕망을 그렸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이 누구보다 높은 주인공 사과는 너무나 건전한 이 시대의 여성 청소년이다. 나아가 성적 욕망을 가지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당연한 거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도구를 사용해 보는 과정을 서슴없이 보여 준다. 작품 속 사과의 남자 친구 영후와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진도에 관해서 정확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보기 드문 캐릭터의 등장이다. 또한 영후와의 대립에 있어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용감한 인격체로 그린다. 작가는 여성 청소년의 성적 욕망을 세심하게 다루고, 이를 비롯해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문제와 편견에 직면했을 때 풀어나가야 할 방법을 간접적으로나마 제시한다. 건강한 여성 청소년의 등장은 지금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큰 위안과 용기가 될 것이다.
가끔 양육자들은 ‘굳이 알 필요 없는 것들’을 지금 알아야 하느냐고 묻는다. 당연하다. 지금 알아야 한다. 나중에 어떤 루트로 알게 될지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 있다면 ‘지금’, ‘여기서’, ‘제대로 된’ 어른들이 알려 주는 게 가장 낫다. 여성 청소년의 몸과 욕망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길 바란다._작가의 말에서
나에서 너, 우리로 확장하는 세계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가는 소설집
청소년기에는 귀감이 되거나 동경하는 누군가의 삶을 보면서 자기만의 삶을 구축해 나간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목표와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시기는 중요하다. 『사과의 사생활』에는 각자 가진 목표에 따라 다양한 관계를 맺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할머니의 유튜브 재생 목록」에서 효리는 할머니와 동급생 친구 유진의 할아버지와의 연애를 알게 되면서 유일한 가족이자 소울 메이트인 할머니를 잃을까 심적으로 불안해한다. 그러나 유진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할머니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고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는다. 「나와 함께 트와일라잇을」의 주인공은 집에서 ‘딸’의 역할을 하느라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린다. 그런데 자칭 뱀파이어인 친구 이영이를 만나면서부터 두통이 사라지고 가부장적인 아빠와 불안정한 엄마를 벗어나 ‘딸’이 아닌 온전한 ‘나’로 설 힘을 얻게 된다. 「껍데기는 하나도 없다」에서 소년 K는 학교와 가정, 그 어느 곳에도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소속되고 싶은 마음에 친구 우성을 난감한 상황으로 몰아넣지만, 결국 K는 우성과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나간다. 이 소설집은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내 편이 없다 여길 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 준다. 그래서 관계를 맺고 확장하면서 스스로 단단해지고, 자신의 뜻을 확고히 다지며 독립적인 존재로 설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절대로 다시는.”
나를 보호하는 일은 결국 사회를 보호하는 일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우린 사회적 사고와 재난을 심심찮게 목격한다. 그때 자기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기에 피하거나 흘려듣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피해가 닥칠지 예상할 수 없음에도 혹은 피해를 입을 걸 알면서도 감내하면서 올바른 방향에 기꺼운 마음으로 작은 목소리를 보태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회적 사고를 다룬 「에버 어게인」 속 인턴 세라가 그렇다. 세상을 떠난 소중한 존재를 만나는VR 센터 프로그램을 신청한 엄마 진영은 산업체 현장실습생으로 나간 아들 우현의 죽음에 관한 진짜 진실을 목격한다. 그 현장에 있던 방송국 PD를 비롯한 몇몇 사람은 사건을 덮으려고 하지만, 우현과 같은 처지였던 인턴 세라는 용감하게 세상에 진실을 알린다.
‘제사 음식을 먹었으면 밥값은 해야지.’
새하얗게 변해 버린 진영의 머리카락을 떠올리며 세라는 생각했다.
(중략)
절대로 다시는 우현 같은 애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에야말로 눈을 크게 뜨고 사람들이 제대로 봐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라고 배운 온라인 마케팅과 알고리즘이었다._90쪽
사회의 나는 인턴 세라처럼 가려진 작은 존재이다. 그러나 작은 존재가 세상을 바꾼다는 걸 보여 준다. 실제로 청소년을 둘러싼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 소설은 학교가 아닌, 청소년들의 일터에서 벌어진 사고와 사건을 주목하며, 조금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려 준다. 사실적이어서 더 현실적인 이 이야기는 안전한 세상은 결국 나를 보호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너무나 선명하고 고유한 방법으로 거기에 있었다!”
윤슬처럼 눈부신 다섯 편의 소설
조우리 작가는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로 비룡소블루픽션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오, 사랑』으로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뒤이어 상실과 슬픔, 그리고 치유를 담은 『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를 펴내며 청소년소설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작가의 작품은 생동감 넘치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그들의 언어로 과감하게 서술하는 데 매력이 있다. 그뿐 아니라, 작가는 다양한 지면과 작품집에 참여하며 단편을 공개해 왔다. 그동안 발표해 온 단편과 새로운 단편을 엮어 이번 소설집 『사과의 사생활』에 담았다. 성적 욕망, 조부모의 사랑, 교실 내 권력, 자기다움, 사회적 사고에 관한 작가의 다섯 개의 눈부신 단상이 담겨 있다. 익숙해서 잊었던, 내면에 깊이 자리했던, 어쩌면 꺼내기 어려웠던, 소재들을 용감하고 당당하게 수면 위로 올린다.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너무나 선명하고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 그만의 스토리텔링으로 때론 명랑하고, 때론 담담하고, 때론 위트 있게 표현해 내며 잔잔한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 곁에서 조용히 시선을 맞추며 함께 발걸음을 내딛는 작가는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바람도 햇볕도 온 지구적 에너지와 태양계도 모두 힘을 합쳐 널 응원해.”라는 인사를 건넨다.
작가 소개
조우리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로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오, 사랑』으로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내 이름은 쿠쿠』 『꿈에서 만나』 등을 썼고, 다수의 엔솔러지 작품에 참여했다.
목 차
1 할머니의 유튜브 재생 목록
2 나와 함께 트와일라잇을
3 에버 어게인
4 껍데기는 하나도 없다
5 사과의 사생활
작가의 말
특별 대담
1) 나이를 둘러싼 규범에 관하여
2) 성性적 존재로서의 나를 찾아가는 청소년들에 관하여
3) 학교와 가정 그리고 일터,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에 관하여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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