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표 끊는 아줌마들”, 온정주의 노동정책의 가면을 벗기다
톨게이트 지붕 위, 도로공사 본사 로비, 청와대 앞 아스팔트 바닥을 거쳐
한국 사회가 감춰온 불안정노동의 실체 앞에 당도하기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그 이후,
계속된 기만과 차별에 맞서 투쟁의 시공간을 이어간
톨게이트 노동자 12인의 목소리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이후,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화, 계속되는 간접고용 등 노동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2019년, 불안정노동 문제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한국에서 가장 넓은 25차로 톨게이트 지붕(캐노피) 위로 오른 노동자들이 있다. ‘정규직’이라는 가면을 쓰고 다가온 기만적인 노동정책의 실제를 간파하고 이를 거부한 투쟁가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세상에 알린 이 상징적인 사건은 2020년에 소위 ‘인국공 사태’의 주인공이었던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2021년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일터로 돌아간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처우와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에서 싸우고 있다.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의 경과를 톺아보고 그 실제를 파악하기 위해, 상징적인 투쟁의 주인공들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구술기록 형태로 묶어낸 기획이다. 톨게이트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한부모 가정, 장애여성, 북한이탈주민, 경력단절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노동 이전의 삶, 노동 현장의 경험, 투쟁의 순간, 복귀 이후의 일터까지 수십 년에 걸친 노동과 투쟁의 경로를 상세히 쏟아낸다. 덕분에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는 비정규직 투쟁의 복잡한 맥락들을 입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다. 지금껏 이들의 투쟁은 “로또취업”, “공정공평이 무너진다”라는 왜곡된 ‘공정’, ‘능력주의’ 담론을 앞세운 날 선 비난을 받아왔고, 노동자를 숫자로 셈하고 성과만을 내세우는 정치 진영의 싸움으로 쉽게 오해받았다.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은 이 시끄럽고 과격한 갈등 속 누락되어 있던 ‘투쟁 당사자의 목소리’와 ‘노동정책의 실제’를 효과적으로 복원해 낸다.
이 책의 저자인 ‘톨게이트여성노동자 구술기록팀’(기선, 랑희, 슬기, 이호연, 타리, 희정, 치명타)은 성, 장애, 이주, 노동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활동가들로 구성되었다. 구술자의 말 속 생략된 사건이나, 제도적 문제에 관한 정보를 보충하는 글을 구술기록 앞뒤로 수록해 투쟁의 내용과 경과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투쟁의 풍경을 선명한 빛깔로 그려낸 치명타 작가의 그림은 당시 투쟁 현장의 한복판으로 독자를 데려가고, 한국 노동시장의 맥락에서 구술자의 말들을 정리한 전주희 작가의 해제는 현재 한국 사회 불안정노동의 현황과 그 속에서 이들의 투쟁이 갖는 의의를 통찰력 있게 펼쳐 보인다. 최현숙 작가의 추천사처럼,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온정주의’와 노동에 위계를 설정하는 ‘능력주의’의 시각으로만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이 사회에, 이들의 말과 내력과 기록은 앞으로의 노동운동과 진보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기선
반차별, 노동의 권리, 기억과 애도에 관한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싸우는 이들의 다양한 정체성이 보편적 권리로 이어지는 열쇠 말이 되는 순간을 따라다닌다.
지은이 : 랑희
집회를 기록하고 집회의 권리를 확장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저항의 시공간을 만드는 집회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지은이 : 슬기
이주, 분단,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듣고 기록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은이 : 이호연
청소년 인권, 빈곤, 보살핌과 돌봄노동 그리고 재난참사에 대해 기록하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그런 자립은 없다》, 《나는 숨지 않는다》 등이 있다.
지은이 : 타리(나영정)
불구와 퀴어의 관점에서 인권운동을 하고자 한다. 젠더, 장애, 이동, 노동, 전환의 교차로를 통과한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들의 몸의 이야기를 만났다.
지은이 : 희정
기록노동자. 살아가고 싸우고 견뎌내는 일을 기록한다. 저서로는 《노동자 쓰러지다》,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일할 자격》, 《베테랑의 몸》 등이 있다.
일러스트 치명타
미술 작가. 사회 시스템이 그어놓은 선에 부합하지 않는 다양한 배경과 속성을 가진 이들에게 관심이 있다. 현장과 밀접한 온도를 지닌 예술 활동을 지향한다.
해제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연구 및 활동을 하고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등을 동료와 함께 썼다.
목 차
추천의 글
‘출구는 싸우는 사람들의 말과 내력과 기록 속에 있다’ | 최현숙
들어가는 글 | 기선
1장 우리는 업그레이드 된 ‘아줌마’ ---- 구술, 서순분·서범주 | 글, 슬기
안전하지 않은 일터를 바꿔가는 자매의 기록
outro. ‘아줌마들에게 좋은 일자리’라는 말에 감춰진 여성노동의 현실
2장 우리가 왜 못 싸울 거라고 생각하나요? ---- 구술, 이진희 | 글, 희정
남편 없는 여자들이 아닌 ‘잘 싸우는 여자들’
outro. ‘부재’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배우자가 아닌 노동을 지켜줄 법과 제도
3장 제대로 된 ‘나의 일’을 위해 ---- 구술, 정은자 | 글, 랑희
경력단절과 해고 이후 내 삶을 찾는 싸움
outro. 톨게이트엔 왜 여성노동자가 많을까?
4장 “겁 없는 여자들” ---- 구술, 이은자 | 글, 희정
투쟁의 현장에서 여자로서, 엄마로서 싸우기
outro. 차별을 조장하는 일터일수록 성희롱 피해는 더 많이 발생한다
5장 장애인을 위한 제도에 장애인이 없다 ---- 구술, 강미진 | 글, 타리
장애인 고용장려금 정책이 만든 연쇄적 고용 불안
outro. 모래사장에서 찾은 바늘 지키기
6장 고분고분한 복지카드가 될 수는 없죠 ---- 구술, 박정숙(가명) | 글, 타리
장애를 가진 임금노동자로서 투쟁으로 그리는 미래
outro. 가족들이 다 알지 못하는 시간
7장 북에서 온 나도 직고를 선택했는데 ---- 구술, 이명심(가명) | 글, 슬기
북한이탈주민, 교체 인력, 이방인으로서 투쟁하고 연대하기
outro. 북한이탈주민 고용지원금이 고려하지 못한 것
8장 17년, 길지도 지겹지도 않았어요 ---- 구술, 백해정 | 글, 이호연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정년퇴직까지 멈추지 않은 투쟁
outro. 취약한 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세계
9장 토 다는 사람이 많아져야 사회가 바뀐다고 생각해요 ---- 구술, 최교일(가명) | 글, 이호연
자부심과 소외감 사이에서, 젊은 노동자가 바라본 톨게이트 노동
outro. 단지 삶의 가능성을 열고 싶은 간절한 마음
10장 우리의 투쟁이 부당한가요? ---- 구술, 김경남 | 글, 랑희
고공농성 최후의 3인, 투쟁의 경험이 준 확신과 용기
outro 톨게이트 노동 정규직화를 바라보는 부당한 시선들
11장 누구 하나 남기고 간다고요? 어림도 없지 ---- 구술, 도명화 | 글, 기선
한국도로공사 역사 첫 파업, 투쟁과 자리의 무게
outro. 대체 가능한 존재에서 존엄과 평등의 구체적 얼굴로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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