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주요 내용
제1장에서는 첫 번째 인간 고유의 수학 지능인 추정에 대해서 알아본다.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수량을 근사하여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기들은 말을 배우기 전에도 수를 인식할 수 있으며, 아주 기초적인 계산을 할 수 있다. 정확한 계산만큼이나 추정 역시 우리가 세계를 해석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수 감각은, 숫자의 차이는 균등한데도 불구하고, 수의 상대적 크기를 차이가 아니라 비율로 이해하기 때문에 때로 잘못된 편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우리의 이런 편향은 감염자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초기 대응을 늦추는 악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팬데믹을 신뢰성 있게 예측하는 모형을 만들었듯이, 우리는 편향을 극복할 수 있다.
아이에게 강아지에 대해서 가르친다고 상상해보라. 부모는 공원에서 만난 강아지를 아이에게 몇 번 알려주기만 해도 아이는 강아지가 무엇인지를 배운다. 그렇다면 같은 과정을 AI에게 가르친다고 해보자. 우리는 강아지를 정의하는 규칙들과 수많은 강아지 이미지들을 통해서 AI를 학습시킴으로써 인공지능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구분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AI가 강아지를 알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이 부분에서 바로 두 번째 수학 지능인 표상의 힘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사고는 뇌로 들어오는 정보를 압축하고 단위로 한데 묶어서 기억함으로써 수많은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복잡한 세상을 표상을 동원하여 이해한다.
세 번째 수학 지능은 바로 추론이다. 우리는 자연의 수많은 패턴들을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예측을 내리고는 하는데, 이럴 때 편향에 빠져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편향은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에도 은연중에 반영되어 엄청난 부작용을 낳는 사례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며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일례로 아마존의 이력서 선별 알고리즘은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었으며, 코로나19 당시 영국 교육부에서 시행한 알고리즘은 사립학교와 같이 학급 규모가 작은 학교의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었다. 알고리즘의 심각한 오류는 우리 인간에게 편향과 불완전성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그러나 우리는 건전한 추론을 통해서 데이터 조각들로부터 원인과 결과를 결합하고 거짓된 상관관계를 배제하여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유클리드 기하학 등 인간의 추론 능력을 잘 보여주는 수학적 사례들을 통해서 추론이 우리의 편향을 저지하고 논리적 주장을 확립하기 위한 개념틀을 제공하는 훌륭한 도구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수학이 완전한 정답이 존재하는 확고한 체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수학 체계를 세우고 또 그것을 파괴하고 새롭게 형성하는 과정을 통해서 수학의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왔다. 실수를 넘어 0의 개념, 무리수, 허수 등 상상력을 발휘하여 수학을 확장하기도 했다. 기계 지능은 우리보다 엄청난 양의 계산을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지만, 프로그램된 규칙을 어기지도, 새로운 수학 개념을 만들지도 못한다. 반면 인간의 수학 지능은 기존의 체계에서 모순을 찾아내고 이를 해소함으로써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즉 인간은 상자 밖에서, 체계에서 벗어나 사고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네 번째 수학 지능인 상상이다.
다섯 번째 수학 지능을 알아보기 위해서 저자는 독자를 18세기 프로이센의 작은 마을 쾨니히스베르크로 초대한다. 이 마을을 흐르는 강에 의해 마을은 네 부분으로 나뉘었고, 각 부분은 7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일요일에 마을을 산책하던 주민들은 7개의 다리를 각 1번씩만 건너서 네 부분 모두를 방문하여 도시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경로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은 수학자 오일러의 관심을 끌었고,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인 그런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고심하는 과정에서 그래프 이론이라는 새로운 수학 분야를 탄생시켰다. 이런 듯 우리 인간은 언제나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존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식을 확장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는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수학 지능인 질문이다.
여섯 번째 수학 지능은 바로 조율이다. 우리는 수학에서 속도를 추앙한다. 빠르게 암산을 해내는 사람은 수학적 천재라는 수식어를 얻고는 한다. 그러나 저자는 빠른 계산은 수학적 지능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속도를 중시하며 계산을 하다 보면, 오히려 수학 공포증만 겪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보들을 조합하여 천천히 문제를 풀 때 가장 심오하고 보상이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끔은 무의식적인 사고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의 순간은 통찰의 순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수학에 대한 그의 애착을 보여주는 일화는 오히려 그의 죽음이다. 문제 풀이에 빠져 있던 아르키메데스는 로마인이 도시를 점령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고, 로마 병사가 그를 데려가려고 하자 문제를 풀기 전까지는 갈 수 없다고 거부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우리의 지능은 속도를 중시하며 계산에 집중하는 의식적인 사고와 유레카의 순간 같은 무의식적인 사고의 기묘한 결합에서 비롯되었다.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사고를 조율하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에는 어마어마한 만족감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학 지능은 바로 협동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바로, 영국의 수학자 G. H. 하디와 인도의 항만 사무소 서기 라마누잔의 협업이다. 이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하디는 영국 케임브리지의 수학자로, 순수 수학과 영원한 진리를 탐구하며 수학적 논증과 정교한 증명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라마누잔은 엄밀한 증명보다는 직관과 재능을 바탕으로 지적 도약을 이루는 사람이었다. 이 둘은 어느 것 하나 접점이 없었으나, 둘의 협력은 엄청난 수학적 성과로 이어졌다. 현대의 수학은 한 사람의 힘이 아니라, 대규모 협업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협동은 그 규모와 연결 면에서 엄청나게 증폭되고 있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서로 지향점을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기꺼이 협동하며, 그 결과는 엄청난 성과로 이어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주나이드 무빈
주나이드 무빈(Junaid Mubeen)은 수학을 전공하고 수학자의 길을 걷다가 현재는 교육자로서 10년 넘게 혁신적인 학습 기술을 연구하며 모든 나이와 수준을 아우르는 전 세계의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 대학교에서 케네디 장학생으로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때 영국 텔레비전 퀴즈 쇼인 「카운트다운」 시리즈 우승자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현재 베스트셀러 과학 저술가인 사이먼 싱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수학 커뮤니티인 parallel.org.uk를 개발 중이다.
옮긴이 : 박선진(朴仙眞)
서울대학교 응용화학부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 과정에서 심리 작용과 그 물리적 기반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 잡지 「스켑틱」 한국어판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수학하는 뇌』, 『최소한의 삶 최선의 삶』,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휴먼 네트워크』 등이 있다.
목 차
한국어판 서문
서론 : 수학 지능의 사례들
제1부 사고하는 방식
1. 추정
4까지만 셀 수 있는 부족, 아기가 컴퓨터보다 똑똑한 점,
우리가 팬데믹을 과소평가하는 이유
2. 표상
강아지의 강아지다움, 수학자들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방법, 컴퓨터의 맹점
3. 추론
이야기에 속을 때, 기계를 믿을 수 없는 이유, 영원한 진리를 말하는 방법
4. 상상
규칙 파괴자를 좀더 존중해야 하는 이유, 수학자의 재창조, 컴퓨터는 결코 찾지 못할 진실
5. 질문
수학자가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 어떤 컴퓨터도 답하지 못하는 질문,
모든 아이를 영리하게 만드는 단순한 특성
제2부 작동하는 방식
6. 조율
속도가 과대평가되는 이유, 흐름에 올라타기, ‘하룻밤 자면서 생각하기’의 지혜
7. 협동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수학자 듀오, 개미의 지능적 움직임, 슈퍼 수학자에 대한 탐구
후기
감사의 말
주
역자 후기
인명 색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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