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농번기가 시작된 조용한 시골 마을의 선물 같은 하루
멋쟁이 마을 이장의 목소리가 아침부터 마을 곳곳에 퍼집니다. 탕 씨네 함께 갈 사람들은 아침 6시까지 마을 앞 느티나무로 모이라는 내용입니다. 다음 날 이장님은 사과 한 상자를 싣고 경운기에 시동을 걸고, 사람들은 보기에도 푸짐해 보이는 꾸러미와 함께 넉넉한 마음까지 경운기에 가득 실어요. 이장 댁 든든한 반려견 복실이와 마을 할머니가 키우는 거위 똑순이, 돼지 똘이도 이 특별한 나들이에 함께합니다. 이들은 마을 사람들과 같이 먹고 자는 식구니까요.
경운기는 산 너머로 향합니다. 산을 넘어가는 길은 나이 지긋한 농부의 굵고 굽은 손마디와 닮아 울퉁불퉁하지만, 경운기는 묵묵히 그 길을 달립니다. 기분 좋은 바람 사이로 울긋불긋 물든 가을을 즐기며 고개를 오르고 내리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왜 일찍부터 탕 씨네 집으로 향한 걸까요? 무슨 일이기에 온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들썩이는 걸까요?
한결 같은 속도와 넉넉한 마음이 가지는 힘
충청도 사투리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안녕들하셔유.’ 식의 느리고도 구수한 말투들은 『달달달 달려요』를 소리 내어 읽어 보고픈 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에… 내일 그… 저 산 너머 탕 씨네 가는 거 아시쥬?”
침묵을 깨며 마을 곳곳에 울려 퍼진 이장님의 털털한 방송은 건강한 생동감을 느끼게 하지요. 경운기가 출발함과 동시에 약속 장소에 도착한 할아버지의 느리면서도 다급한 한마디 “같이 가유!”, 사랑과 축복을 꾹 눌러 담아 “건강하게 잘 커야 혀.” 하고 당부하는 이들의 넉넉한 마음은 가을의 분주한 농번기 풍경도 여유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간결하고 단단한 말투는 달달달 달리는 경운기와도 닮았습니다. 경운기는 빠르고 날렵하지 않지만 논과 밭 사이, 포장되어 있지 않는 산길조차도 한결같은 속도로 달립니다. 바람에 떨어지는 밤송이에 맞아도 밤이 풍년이라며 좋아하고, 산비탈을 내려갈 때에도 ‘오줌 싸것네.’ 하며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유머가, 언제든 가을 바람 솔솔 부는 충청도 어느 마을로 우리를 데려다 놓습니다.
짙게 드리운 가을, 그 한가운데를 산책하듯 즐기는 그림책
우리 농촌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고들 하지요. 젊은이들은 이미 도시로 떠났고, 농촌의 심각한 인력난, 고령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 빈 자리에 터를 잡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고,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이들이 시골에 살고 있는 것이 더는 낯설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 너머로 만나러 간 탕 씨 부부는 이제 막 자리 잡은 젊은 외국인입니다. 낯선 이웃인 탕 씨네 가는 길에 가득 핀 가을 들꽃은 마을 사람들의 다정한 마음과 닮아 있습니다. 입을 것과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 들고 가는 마을 사람들의 상기된 표정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훈훈하게 합니다. 갓 담근 겉절이, 집에 있는 천으로 만든 수건, 땀 흘리며 수확한 고추……. 거창한 물건은 아니지만 만들고 가꾼 이의 정성과 마음은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지요.
김도아 작가는 정겨운 시골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경쾌하게 화폭에 담았습니다. 추수를 앞둔 들녘의 반짝이는 황금빛, 가을을 반기는 핑크빛 코스모스, 산길을 수놓은 빠알간 단풍나무의 향연, 마을 사람들의 익살맞은 표정, 푸근한 몸짓 등을 생생하게 옮겨 놓았지요. 지친 마음을 내려 놓고 가을 속을 산책하듯, 『달달달 달려요』를 만나 보세요.
작가 소개
김도아
그다지 친절하지도 살갑지도 못하지만,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저도 모르게 방울방울 올라오는 마음이 있습니다. 같이, 따스한 손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따라 만들었습니다. 조금은 촌스럽고 어수룩하지만, 진심 어린 존재들을 사랑합니다. 은근슬쩍 안아 주는 따스한 온기가 담긴 그림책으로 남길 바랍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머리하는 날』 『선물이 툭!』 『이불이 좋아』 『살랑살랑 봄바람이 인사해요』 『후 불어 봐』가 있고, 그린 책으로 『마음아 살아나라!』 『편지 할머니』 『엄마는 알까?』 『걱정 세탁소』 『6분 소설가 하준수』 등이 있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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