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고립의 두려움과 고독에의 이끌림…
물러나 본 후에야 얻는 나아감의 힘
힌두 철학에 근거해 인생을 4단계로 나눈 체계에 따르면, 사십 대 후반인 저자는 세속적 관심사에서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하는 세 번째 단계인 ‘숲속 생활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중년의 위기에 대한 고대 인도인들의 반응이었다. 숲속 생활기는 네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인 ‘포기의 시기’로 이어지는데, 이 지점에 이른 사람은 오두막으로 물러나 사색과 명상을 하면서 여생을 살아간다. 최근까지만 해도 저자는 대화가 영적인 문제로 방향을 틀 때마다 인문주의자를 자처하면서 대화 주제가 바뀌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이 아내와 아이들, 부모, 친구, 자연, 예술, 일에 대한 사랑과 다름없다는 신념에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이런 것들을 잃었을 때조차 다른 것을 기대하거나 원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문주의자답게 힌두교와 불교에 공통적인 무집착의 원리에 관해서도 다소 의구심을 품었다. 우리는 분명 열정적으로 삶에 집착하며,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그런 집착의 대가로 상실과 이별 등을 겪지 않는가. 숲속에 거주한다니, 어린 두 아들의 아버지인 자신이 세속적 관심사에서 서서히 물러난다는 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무언가가 끝난 것 같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절실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자발적 은거는 상황을 증폭시켰고, 그 느낌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최선의 방법은 세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물러섬이 어떤 형태일지, 자신이 그 일에 얼마나 소질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성으로 조각했다고 자부한 자신의 삶에서도 함께함의 따뜻함뿐 아니라, 고독에 이끌리는 동시에 고립의 두려움 또한 느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은거의 역사와 의미, 명과 암을 탐구하는 인문 에세이인 동시에 그 여정을 기록한 여행기이기도 한 책에 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책이 주관적인 렌즈를 통해서나마 은거라는 현상을 광범위하게 맛보는 대표적인 연구 사례이자, 은거라는, 나도 몰래 점점 더 이끌린 행동양식 속으로 빠져든 경험을 묘사한 하나의 보고서가 되기를 희망한다.’
삶으로부터의 은거가 아닌,
삶으로의 은거를 만난다!
은거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만큼이나 인간의 아주 오래된 충동이다. 역사 이래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은거를 선택했고, 현대를 사는 우리는 점점 더 많이 은거하고 있다. 《우리는 왜 혼자이고 싶은가》는 이러한 인간의 은거에 대한 열망과 집착을 탐색한다. 신경과학과 심리학, 역사 등의 영역을 파헤쳐 우리가 고독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고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우리가 혼자일 때 뇌와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밝히고, 은거는 세상의 위대한 사상가들에게 어떤 의미였으며, 그것을 위해 비용까지 지불하는 이 시대에는 또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다.
그렇다면 은거는 일종의 현실 도피에 불과한가? 아니면 현실에 더 깊이 참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온 인류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도록 강요받았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은거는 어떤 의미였을까?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세계 전역의 은거지에서 직접 은거하면서, 요가 학자와 인지과학자, 종교 지도자, 철학자, 예술가뿐 아니라 게임중독자들까지 은거를 경험했을 법한 이들을 두루 만나고 인터뷰한다.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학, 신경과학 등을 깊이 탐색하고 다양한 전통과 문헌을 살피며 우리는 왜 은거하려 하는지, 은거의 보상은 무엇이며 어떤 위험이 따르는지, 히말라야의 은둔 수행자와 온천에서 휴양하는 팔자 좋은 명상가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탐구한다.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한 고독한 세계의 자화상을 그리는 것, 은거를 해부해 본 것이다.
이 책은 끊임없이 정신을 일깨우며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동시에 인간적인 만남의 기쁨들로도 가득하다. 궁극적으로는 은거가 수도원이나 쇼핑센터, 동굴 등을 비롯한 모든 장소에서 이를 수 있는 하나의 정신 상태라는 발견에 이르게 하여, 마침내는 ‘삶으로부터의 은거’가 아니라 ‘삶으로의 은거’를 이끌어낸다.
“이 놀라운 책을 읽다 보면 은거에 관한 작가의 탐색 속으로 빨려드는 동시에,
과학과 예술에 관한 박학한 지식에 감탄하게 된다.
삶의 근본 요인 중 하나를 말하는 생생하고 잘 쓰인 책 속으로 은거하는 듯하다.”
- 지아 하이더 라흐만, 《우리가 아는 것에 비춰 보면(In the Light of What We Know)》 저자 -
“바쁜 일상에 얽혀 사는 우리를, 물러서고 떠나고 발견하는
역사적이고 기쁨에 찬 탐험 속으로 이끌어 준다.”
- 데이비드 이글먼, 《더 브레인(Livewired)》 저자 -
“은거의 역사와 의미에 관한 작가의 탐색은
방대한 연구 자료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처럼
생생한 개인적 여정과 멋지게 하나로 통합해 냈다.”
- 윌리엄 파인즈, 《흰 기러기(The Snow Geese)》 저자 -
작가 소개
지은이 : 냇 세그니트(Nat Segnit)
런던에 거주 중인 극작가이자 소설가이다. 기고문과 단편 소설은 〈뉴요커New Yorker〉, 〈하퍼스Harper’s〉, 〈1843매거진〉 등 유명 잡지에 등재되었고, 희곡 작품 〈돌고래 치료(Dolphin Therapy)〉, 〈기차 위의 이방인들(Strangers on Trains)〉, 〈아름다운 몽상가들(Beautiful Dreamers)〉은 BBC 라디오에서 방영되었다. 집필한 소설로 《펍 웍스 인 언더힐 컨트리Pub Walks in Underhill Country》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물러나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인간의 충동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은거해야 했지만, 역사 이래로 인류는 자발적으로 은거를 선택해 왔다. 작가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의도치 않은 강제 은거를 경험하면서 세상과 거리를 두려는 인간적 충동에 관심을 두고 탐색하기 시작한다. 역사, 철학, 종교, 문학, 사회학, 심리학, 신경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자료를 수집하며 전문가를 만났고, 인도, 네팔, 그리스, 미국, 북극 등 세계 각지의 수행지와 은거지를 방문했으며, 요가 학자, 인지과학자, 종교 지도자, 철학자, 예술가 등 다양한 은둔자를 인터뷰하며 세상과 거리를 두는 생활 방식의 잠재력과 위험성을 탐구했다. 은거의 역사와 의미를 탐구한 여정의 기록이자, 은거는 어느 장소에서나 가능한 하나의 정신 상태이며, 현실 도피가 아닌 진정한 삶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한다.
옮긴이 : 김성환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바른번역 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동서양 고전과 심리학, 불교 등을 깊이 있게 공부하면서 관련된 분야의 책들을 번역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알아차림’의 태도를 취하는 명상 애호가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감정들-자기 관찰을 통한 내면 읽기》가 있고, 옮긴 책으로 《쓰지 않은 마음》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 《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 《자비심 일깨우기》 《무의식이란 무엇인가》 《고전을 만나는 시간》 《마음의 요가》 등이 있다.
목 차
옮긴이의 추천 글
하나 | 수도원에서 만난 침묵
둘 | 휴양과 휴가로 변질된 웰니스형 은거
셋 | 수도사의 침묵과 명상가의 침묵
넷 | 열망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
다섯 | 서양의 자아 개념과 동양의 무아
여섯 | 예술가의 은거와 수도사의 은거
일곱 | 혼자이고 싶은 충동
여덟 | 게임중독과 실리콘밸리의 명상
아홉 | 위험한 은거
열 | 세상 끝에 지은 집
감사의 말
참고문헌과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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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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