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당신을 사로잡았던 어느 한 순간을 떠올려보라. 어떤 사람을 압도했던 순간은 저마다 다 다를 것이지만, 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것을 “말로 다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그 장면 앞에 서 있던 저와 그의 침묵을, 언어를 압도하고 짓누르는 그 숨 막히는 감각의 세계를, 절대로 언어로 다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9쪽) 하지만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간절해지는 것이 있다. 우리는 그 간절함을 시로, 노래로, 춤으로, 여타 수많은 예술 장르로 표현해 왔다. 좌절감, 그리고 그에 따른 묘한 흥분과 오기. 바로 이 지점에서 저자는 미학을 정의 내린다. “미학은 바로 그 이중적인 충동에 두 발을 딛고 선 학문입니다.”(9쪽)
그리고 저자는, 이렇듯 끊임없이 진동하는 토대 위에 자리한 미학으로 보고, 듣고, 쓰는, 이른바 “미학생활자”가 되어 많은 이의 일상을 스쳐지나간 여러 예술 작품을 붙잡고 그것을 미학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해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자코메티의 조각이 될 수도, 노순택의 사진이 될 수도, 핑크 플로이드의 음반이 될 수도, 이창동의 영화가 될 수도 있다. 해석의 이론을 제시하는 사상가는 사르트르가 될 수도, 벤야민이 될 수도, 푸코가 될 수도, 데리다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딱딱한 개념과 낯선 이름들이 독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풀어 쓰고, 하나의 이론에 여러 예시를 들면서 독자가 걸어가는 사유의 방향을 같은 속도로 따라 걷고자 노력했다.
예술과 철학, 문화, 사회, 정치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편린의 글쓰기-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편린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국문학을 공부했고, 동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한다. 아도르노와 벤야민을 비롯한 20세기 독일어권 사상가들의 미학 이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들의 이론을 출발점으로 하여 근현대 미학의 계보를 위아래로 추적하고, 그것이 동시대에 대해 갖는 역사적, 정치적 함의를 규명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단상을 짧게 메모한 촌평들을 오리고 붙이고 꿰매서 글을 쓰는 일에서 삶의 의미를 구한다. '조각조각 미학 일기'라는 이름의 미학 에세이를 이메일로 연재하고 있다. 라디오헤드, 김수영, 올드 라스푸틴, 리버풀 FC, 카프카를 좋아한다.
목 차
들어가는 글
1. 첫 번째 조각 ‘암호’
(1) 예술, 깨어 있는 꿈 (앤디 워홀, 〈브릴로 박스〉 × 아서 단토)
(2) 불안하다, 그러나 걷는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걷는 사람〉 × 장폴 사르트르)
(3) 완전히 붕괴되는 시간 (박찬욱, 〈헤어질 결심〉 × 알랭 바디우)
2. 두 번째 조각 ‘단서’
(1) 토끼 굴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마 (워쇼스키스, 〈매트릭스〉 × ‘시뮬라크르’)
(2) 벽을 넘어 벽으로 (핑크 플로이드, 《The Wall》 × 미셸 푸코)
(3) 예술가, 자본주의의 게릴라들 (노순택, 《얄읏한 공》 × 발터 벤야민)
3. 세 번째 조각 ‘편지’
(1) 신은 용서할 수 있을까 (이창동, 〈밀양〉 × 자크 데리다)
(2) 왜 우리는 사진을 불태우나? (케네스 로너건,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롤랑 바르트)
(3) 너를 기록한다는 것 (다르덴 형제, 〈로제타〉 × 한나 아렌트)
미주
참고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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