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영국 정치 초엘리트들과의 인터뷰, 인물 관찰,
옥스퍼드에서의 경험이 담긴 르포르타주
영국 권력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한 지도
외투를 껴입은 보수주의자들의 막을 한 꺼풀씩 벗겨내다
영국을 면밀히 관찰하고 사람이라면 옥스퍼드에 렌즈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나아가 영국은 오랫동안 세계를 제패한 제국이었고 스스로는 지금도 그런 의식을 다분히 갖고 있으니, 세계사의 톱니바퀴 중 주요 부분이 맞물리는 원리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역시나 옥스퍼드로 눈길을 주어야 한다. 옥스퍼드가 천재들을 배출하는 곳은 아니더라도, 2010년 이후 연속으로 다섯 명의 총리를 배출한 것을 보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다. 보수당 총리 보리스 존슨은 재임 시절에 비판과 조롱을 사기도 했지만, 그의 옥스퍼드 동문들은 그를 이렇게 묘사한다. “존슨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너무 재미있고, 따뜻하고 매력적이었다.”
정치와 권력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희화화된 모습으로 이미지화되기에 우리는 일상에서 그들을 간단히 무시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견고하다. 고딕풍의 성처럼 단단하고, 수백 년간 갤러리에 걸려 있는 태피스트리처럼 선조들과 동시대 인맥의 실가닥을 교차해 튼튼하고 품위 있게 직조되어 있다. 옥스퍼드에서 배태된 수많은 인물은 역사적 분위기를 풍기고 성처럼 천장이 높으며 수백 년 된 그릇과 컵을 쓰는, 현대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그런 데 익숙하다. 모던한 것들이 침투하려 할 때마다 그들은 고전문학의 경구들로 맞서며 탁월한 선조들의 피를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와 오랜 세월 흘러왔던 선조들의 피는 묽어졌고, 고전의 경구들은 과학과 경제학의 시대에 자꾸만 현실에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다.
『옥스퍼드 초엘리트』를 가장 좁혀서 설명해보면 이렇다. 저자가 옥스퍼드대학 동문인 보리스 존슨, 대니얼 해넌, 제이컵 리스모그 등이 영국을 지배하는 위치에 오르자, 자신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이 초엘리트 그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 과정을 면밀히 파헤치는 르포르타주다.
프랑스의 에나르크, 미국의 하버드, 한국의 서울대 등 다른 나라에서도 권력 카르텔은 엘리트를 중심으로 형성되지 않는가, 라고 반문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엘리트 집단은 다르다. 이튼과 같은 사립 기숙학교 출신들은 십대 때부터 인맥을 형성해 옥스퍼드에 입학한다. 상류층 부모를 둔 옥스퍼드생들은 중산층 출신의 동기생들을 이방인 취급한다. 또 옥스퍼드생들은 3년간의 짧은 학부생활 중 공부는 최소한으로 하고 일찍이 정치 감각을 익혀 의회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일컫는 ‘노력파’나 ‘공붓벌레’라는 단어는 옥스퍼드생들이 가장 치욕적이라고 여긴다. ‘노력하지 않는 우월성’이 이들이 평생 몸에 걸치고 다니는 외투다.
옥스퍼드는 수백 년 동안 흔들림 없는 권력의 아성이었다. 하지만 2016년 6월 24일 영국의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유럽 탈퇴의 심층 원인으로 지목된 옥스퍼드 그룹은 그 실체가 더 이상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을 수 없었다. 저자는 브렉시트파의 집단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이 책의 목적 가운데 하나라고 밝히면서, ‘브렉시트는 옥스퍼드에서 부화되었다’고 말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사이먼 쿠퍼 Simon Kuper(1969~)
작가이자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파이낸셜타임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으며, 『타임스』 『옵서버』 『가디언』 『스펙테이터』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그가 다루는 분야는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도시계획 등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있다. 특히 축구에 대해 단순한 점수와 통계를 넘어 전 세계 스포츠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영향을 살피는 “인류학적 관점”으로 글을 써 “세계 최고의 축구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권위 있는 상을 여럿 수상했다. 우간다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영국계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메이카, 스웨덴, 팰로앨토, 캘리포니아, 베를린, 런던 등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런던의 공립학교 출신으로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해 현시대 정치 엘리트들과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다. 전공은 역사와 독일어다. 이후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장학생으로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는 『축구 전쟁의 역사』 『축구 선수』 『반역자』 『바르샤』 등이 있다. 영국 잡지 편집자 협회의 올해의 칼럼니스트 상을 두 차례 수상했으며, 네덜란드어로도 글을 써 네덜란드 내 여러 언론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옮긴이 : 김양욱
런던대학 소아스와 런던시티대학에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과 글로벌 미디어를 전공했다. 국립영상제작소, 데이콤, GS홈쇼핑을 거쳐 티알엔에서 미디어콘텐츠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인터넷 자유 투쟁』(공역) 『분노와 희망의 네트워크』가 있고, “The Internet as a medium for social progress” 등의 논문을 썼다.
옮긴이 : 최형우
런던정치경제대학과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에서 국제관계사와 이민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인터넷 자유 투쟁』(공역)이 있다. 현재는 런던 소재 팬아시아 자산운용에서 투자 업무를 하고 있다.
목 차
서론: 옥스퍼드의 귀족정치
1. 엘리트들
2. 계급 전쟁
3. 얕은 지식
4. 룰 브레이커
5. 아이들의 의회, 옥스퍼드 유니언
6. 토론의 달인, 보리스 존슨
7. 꼭두각시, 추종자 그리고 희생자
8. 옥스퍼드 유니언과 노동당 학생회
9. 브렉시트의 탄생
10. 비극을 모르는 세대
11. 그들의 현재
12. 우리의 의회
13.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
14. 브렉시트와 옥스퍼드 유니언
15. 한 표 부탁드립니다!
16. 패거리 정치와 팬데믹
17. 상류층이 사라진 옥스퍼드 귀족정치
18. 무엇을 해야 할까?
감사의 말
주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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