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의 책 제목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조국은 인사청문회 준비단으로 출근하면서 등에는 백 팩을 메고 한 손에는 매일 다른 텀블러를 들었다. 다분히 카메라를 의식한 계산된 아이템이었다. 아마도 여유와 자신감일 것이다. 아무도 자신과 가족의 치부를 모를 거라는 자기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딸 조민이 고등학교 때 의학 논문 1저자로 등재되고 이를 대학 입시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8월 20일 그날은 달랐다. 오전 9시 50분 그는 백 팩도 메지 않고 텀블러도 들지 않았으며, 머리를 한쪽으로 넘기는 것도 하지 않았다. 두 손으로 파란색 서류철을 들고 기자 앞에 섰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미리 준비한 장관 공약 설명만 읽어 내려갔다.
(우리의 책 제목은 여기서 나왔다)
부패한 사회, 부패한 대학들
장학금을 뇌물로 사용하다
조민은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두 학기 연속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한 학기에 401만 원씩 총 802만 원을 받은 것이다. 그러다 2학기 때인 2014년 9월 30일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하고 다음날인 10월 1일 질병 휴학원을 제출하면서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퇴교했다. 당시 조국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청문회 검증 당시 환경대학원에서 누가 조민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는지 물으니, 환경대학원에서는 실제 장학금을 지급한 ‘관악회’가 알 거라고 했다. 관악회에 물으니 장학금 수혜자 명단은 ‘환경대학원’에서 작성한다고 했다.
2015년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조민은 첫 학기부터 3과목 낙제로 평점 평균 1.13점을 받아 유급했다. 2016년 1학기에 복학해서는 노환중 교수가 주는 장학금을 내리 6번 받았다. 다른 학생들은 딱 한 번씩 100~150만 원을 받았지만 조민은 200만 원씩 총 1,200만 원을 받았다. 유급 낙제생임에도 장학금을 받은 학생도 조민이 유일했다. ‘특지(특별 지정)장학금’이라고 하여 교수가 학생을 지정하여 주는 장학금이다. 특지장학금은 성적에 관계없이 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며, 선발기준이나 신청, 선정 과정 및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산대는 설명했다.
성적에 관계없이 준다는 건 집이 가난한 학생에게 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조국의 당시 자산은 50여억 원이었다. 재력가의 자녀가 자판기 캔 커피 뽑듯 꼬박꼬박 여섯 차례나 장학금을 받아 챙겼다.
2015~2016년은 아직 문재인 정부 이전이므로 아버지 조국에 대한 뇌물성 장학금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검찰도 조민의 장학금 1,200만 원 중 조국이 민정수석이 된 후에 받은 장학금 600만 원만 부정하다고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조민이 장학금을 받을 당시 이미 조국은 서울대 교수로서 정치권에 깊숙이 관여하는 사회 유명 인사였다. 2010년 진보진영 집권을 위한 대담집을 준비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참여했으며, 2012년 국회의원 총선에서는 후원회장과 지지 연설자로 활동했다. 당시의 직위가 무엇이든 간에 미래의 포괄적 이익을 기대하고 그의 딸 조민에게 장학금을 줬을 개연성은 누구라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과연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도 그는 문재인 후보의 TV찬조연설자로 나서 문재인 정권 창출에 앞장섰고 그 후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장관의 순서를 밟았다.
법원은 2023년 2월 3일 1심 재판에서 「청탁금지법」위반을 인정하여 조국에게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노환중 교수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이 인정되어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 1년이 선고됐다.
모든 게 가짜
논문도 가짜
조민은 2010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와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 대학원에 진학할 때 병리학 제1저자 논문 경력을 제출했다. 한 신문사는 조민의 부산대 의전원 합격 수기를 전부 구매해 보았다. 전부 80만 원이 넘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유력해 보이는 조민의 합격 수기가 5만 원 정도였는데, 여기에 부산대 의전원 지원 때 제출한 스펙이 나열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중 눈에 띈 것이 논문이었다. 당시 취재팀은 조민의 ‘논문 표절’ 여부를 검증하려고 했다고 한다. 설마 논문 자체가 가짜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채 말이다.
그런데 취재팀은 논문 제목을 보고 기겁했다. 한글 논문인 줄 알았는데 영어 논문이어서 놀랐고, 주제가 의학 분야 그것도 병리학 분야라서 또 놀랐고, 마지막으로 조민이 논문 제1저자라서 놀랐다고 한다. 제목은 「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한글로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려운 제목이다. 더 충격적인 건 논문 작성 시기였다. 시기를 계산해 보니 조민이 논문 작업에 참여할 때 고교 1학년생이었다. 이렇게 해서 ‘논문 표절’ 의혹은 ‘가짜 논문’ 의혹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조민과 고교 동기이던 장영표 교수(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소장)의 아들은 조국 교수에게 인턴증명서를 받았고, 조국 딸은 장영표 교수에게 논문 제1저자 타이틀을 받았다. 아버지들 끼리 자녀 스펙을 품앗이한 것이다. 2020년 5월 7일 재판에 나온 장 교수 아들은 “아버지가 조민 스펙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조국 교수님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국은 2012년 4월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잠을 줄이며 한 자 한 자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딸 논문 문제가 터진 2019년 8월 20일 조국은 “프로젝트의 실험에 적극 참여했고, 경험한 실험 과정 등을 영어로 완성하는 데 기여해 (장영표) 교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가짜 논문’ 보도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본인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나중에는 논문을 입시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바꾼다. 2019년 9월 2일 조국은 기자간담회에서 “고려대 입학할 때 병리학 논문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도 거짓말이다. 검찰이 고려대에서 확보한 조민의 응시지원서 증빙자료 목록에는 아홉 번째에 병리학 논문이 기재돼 있다. 당시 입학전형에 참여한 고려대 생명과학대 A교수도 검찰 조사에서 조민이 제1저자로 기재된 병리학 논문을 입학전형 때 제출했다고 진술했다.
표창장도 가짜
조민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조국 사태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다른 증명서와 달리 총장 표창장은 포토샵으로 위조된 증명서라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법학과, 영문과를 나온 부부가 컴퓨터 앞에 앉아 포토샵으로 자식에게 줄 경력증명서를 위조하는 모습
은 상상하기 어렵다. 장학금 비위나 병리학 논문이나 인턴증명서 등은 모두 조국, 정경심 부부의 관계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경력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만든 증명서 중 대표적인 게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었다.
동양대 표창장은 조민의 부산대 의전원 합격 수기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 수기에서 조민은 대학 총장 표창장 이력을 의전원 입시 때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민의 가짜 경력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 이력도 가짜일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양대 관계자는 “오늘 검찰에서 조 후보자 딸이 우리 학교에서 받았다는 표창장을 들고 왔는데 상장 일련번호와 양식이 우리 것과 달랐다”며 “그래서 지금 학교에 있는 상장번호를 보여주고 검찰도 이를 확인해 갔다”고 밝혔다. 검찰이 표창장의 위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경심 교수는 동양대 최성해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총장님께서 자료를 잘못 내주면 총장님께서 다친다'고 압박했다. 이어 ‘딸의 의전원 입학이 취소될 수도 있으니 총장 표창장 발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반박 보도자료를 내달라’고 요구했다.
정상적으로 발급한 표창장이라면 이런 요청을 할 리가 없다. 최 총장이 거부하자 정 교수는 ‘그러면 확실히 위임을 받았다고 해줄 수 없냐’고 요청했다. 최 총장은 다시 거절했다. 정 교수는 집요했다. 정 교수는 ‘(상장) 대장에는 없지만 어학원에서 (표창장을 발급)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보도자료를) 내달라’고 했다. 최 총장은 모두 거절했다.
조국이 나섰다. 정 교수가 통화하면서 조국을 바꿔줬고, 조국은 “그렇게 해주면 안 되겠느냐. 법률 고문팀에 물어보니까 그러면 총장님도 살고 정 교수도 산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전형적인 말 맞추기다. 나중에 조국은 이런 대화내용을 나눈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최 총장에게 사실대로 밝혀달라고 짧게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기생충」 가족, 기생충 집단
가족이 어떤 식으로든 위조를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과 닮았다.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거 없나?”
“아버지,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갈 거거든요.”
“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조국이 기자회견장에서 수십 번 반복한 “분명히 인턴을 했습니다”는 대부분 거짓말이었다. 딸 조민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등 입시에 제출한 주요 경력은 모두 가짜였다.
아들 조원이 고려대, 연세대 대학원,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등에 제출한 주요 경력도 모두 가짜였다.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입시부정을 주도한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조국은 딸과 아들의 입시부정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1심에서 유죄를 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청와대의 울산 시장 선거 개입 관련 재판에도 관여되어 있다.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은 조민의 입학을 취소했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은 조민의 입학 취소와 함께 2학기 동안 단 1개 과목만 수강하고 받아 간 장학금 802만 원에 대한 환수 조치도 진행 중이다. 한영외고는 조민의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가짜 경력 4건을 삭제했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급한 인턴 경력이 법원에 의해 가짜로 확정되자, 연세대도 조원의 입학 취소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렇게 ‘조국 사태’에 명운을 걸었던 문재인 정권은 26번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함께 종료됐다.
2019년 10월 7일 소설가 황석영, 공지영, 시인 안도현 등이 포함된 ‘조국 지지 검찰개혁을 위해 모인 문학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 지지를 선언했다. 공 작가는 SNS에서 정경심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겨냥해 “이렇게 간첩들 만들고, 광주 폭도를 만들고, 인혁당, 노무현을 죽인 게 사법부”라며 “이래서 (검찰) 개혁하자 했던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공 작가는 4여년 뒤 “조국이 그런 사람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조국 사수를 철회하고 맹목적인 ‘이분법적인 논리’와 ‘80년대식 구호’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인터뷰, 2024년 1월 23일)
작가 소개
이준우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공부보다 친구들과 놀기를 더 좋아하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중앙대에서 영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하고, 2003년 2월 25일 대통령취임식에 자원봉사자로 선정되어 참여했다.
2003년 말 국회의원실 인턴으로 문서 수발하며 보좌진 생활을 시작했다. 국회밥이 입맛에 맞았다. 영유아 어린이의 차량 뒷좌석 카시트 의무 착석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도로교통법개정안」이 첫 입법 보좌였다. 2008년 보좌관으로 승진했다. 2010년 12월 〈KBS취재파일 4321〉 보좌관의 세계에 출연했다.
치솟는 집값에 오피스텔을 떠나 신림동 5번 마을버스 종점 인근 방 세 개짜리 12평 빌라를 사서 고쳤다. 집 고친 노하우와 이야기를 담은 책 「생존 인테리어」를 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 후 빈털터리가 됐다. 마음을 비우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혼자 국회로 돌아왔다. 우연과 필연이 겹쳐 조국 딸의 ‘부산대의전원 장학금 비위 의혹’을 처음 발굴했다. ‘의혹’은 ‘사태’가 되었다. 국회에서 먹고 자면서 조국 조사에 매달렸다.
이 이력이 2023년 4월 18일 〈조선일보〉에 ‘조국 저격수였던 이 남자’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어 화제가 되었다. 현재 국민의힘 정책연구소 〈여의도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목 차
들어가는 말 좌파의 공정한 사회 … 5
조민
1 잘난 아빠 둔 유급생 딸의 장학금, 가짜 진보 몰락의 시작 … 28
의전원 교수와 학생은 조민의 장학금 비위 의혹을 알았나? 36
2 혐의는 있으나 증거는 없는 부산대 장학금 규정 변경 미스터리 … 39
3 서울대병원 가짜 진단서 … 45
4 준 사람은 없는데 받은 사람만 있는 서울대 유령 장학금 … 50
5 아버지가 품앗이해 온 조민의 제1저자 논문 … 54
법정에서 드러난 조국의 거짓말 59
언론은 조민 스펙을 어떻게 알았나? 65
6 조국 민정수석실의 이례적 교육부 감찰 … 67
7 영화 「기생충」 실사판 조국 부부 … 72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정말 합격에 영향이 없었나? 79
8 2월생 조민의 바뀐 생일 … 83
9 조민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부산대 의전원 … 87
10 장학금 특혜 제공에 돌아온 부산의료원장 자리 … 91
조국은 이미 딸의 장학금 문제를 알고 있었다. 94
11 법인카드로 들통난 거짓말 … 96
12 멘탈 중무장한 거짓 고소 … 99
수사기관에 빨대가 있다고? 102
보좌관과 기자는 숙명적 공생관계 103
조국
13 일주일 급여 챙기려 허겁지겁 팩스로 보낸 서울대 복직신청서 … 106
14 조국 부부의 자녀 학자금 보조수당 … 109
15 조국의 이중 급여 … 113
조원
16 조원의 서울시 청소년참여위원회 … 122
17 인턴‘예정’증명서 … 127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좋은 선례일까? 131
18 조원의 법무법인 가짜 경력증명서 … 136
조국과 최강욱은 서로 자녀에게 가짜 증명서를 발급했나? 145
19 조원의 사라진 입학서류 … 147
검찰은 왜 무혐의 처분했나? 159
정경심
20 정경심 교수의 병원 진단서 … 162
21 정경심의 BMW … 170
22 정경심 교수의 무급휴직 … 177
웅동학원
23 웅동학원의 절묘한 자금 빼돌리기는 누가 설계한 것일까? … 184
24 웅동학원 빚이 100억이 되어도 교육청이 몰랐던 이유 … 189
25 웅동학원 ‘셀프 소송’의 숨은 의도는 결국 빚 안 갚기 … 192
26 웅동학원 교사 채용 대가 2억 … 194
조국 민정수석
27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 200
재판 지연과 조국의 출마 213
28 천경득의 인사 농단 의혹 … 217
29 대통령 외손자의 국제학교와 사위의 취업 … 225
법원이 이상직을 타이이스타항공 실소유주로 판단한 이유는? 239
30 대통령 외손자의 서울대병원 진료 … 241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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