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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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어령
출판사항파람북, 발행일:2024/02/26
형태사항p.218 46판:20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2964843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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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구에서 가장 깊고 맑은 호수, 그곳에 갇힌 고대 인류의 정체는?

혹한의 추위로 조각된 한국인의 눈에서 세계를 횡단한 모험가의 유전자를 읽다


바이칼호.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담수호인 이곳은 오래전 아프리카에서 미지의 바깥 세계로 담대한 여정을 떠났던 일군의 현생인류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이다. 이 인근 시베리아 지역에서 고립된 인류집단이 있었고, 그들은 매서운 추위 속에서 인체의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생존투쟁을 시작했다. 이 적응의 결과, 이들은 시간이 흘러 보온에 적합한 외양, 즉 작은 눈, 적은 체모, 뭉툭한 코, 두꺼운 허리와 작은 손발 등을 갖게 되었다. 이 집단의 일부는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건너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이, 다른 일부는 남하하여 동아시아인의 조상이 되었다.

물론 이것은 큰 틀을 설명한 것이며, 남아시아 해안을 타고 북상한 사람들도 동북아시아인들에게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동북아시아인의 유전자풀에 어떤 쪽이 더 주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이 시점까지도 의견이 무척 분분하나, 저자인 이어령 선생은 시베리아 가설을 택한다). 어쨌든 동아시아인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지는 한국인 외양의 ‘동아시아성’은 전연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애초에 사람이 피부색이나 콧대가 어떻게 생긴들, 그 생물학적 차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종이라는 익숙한 개념도 사실 유럽인들이 발명해 낸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따지자면 오히려 여러 한국인의 얼굴은 혹한의 추위까지 뚫어내고 ‘생존’에 성공한, 일종의 인류적 ‘훈장’이다. 그것은 3킬로미터 이상은 걸을 엄두도 못 내는 다른 유인원들과는 달리, ‘나그네 원숭이’가 되어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시베리아의 동토까지의 수만 킬로미터를 주파한 ‘모험 유전자’의 증거다. 인류라는 캐릭터를 이보다 더 잘 상징하는 아이템이 있을까.


케이팝 아이돌들이 전지구적 인기를 누리고, 성형으로 한국인 같은 외모를 갖겠다는 서양인이 나오는 세상에서 정작 한국인들이 여전히 서구적 눈, 코를 원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이는 서구를 향한, 여전한 문화적 선망을 의미하는 동시에, 실제로는 그 자체로는 별 의미랄 게 없는 얼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반영한다. 실제로 Cosmetic(화장품, 성형술)의 어원은 ‘Cosmos’로, 질서와 조화를 의미한다. 문제는 어떤 질서와 조화일 것이냐다.


“그 눈 안에는 시베리아로부터 추위를 견디며

이곳까지 걸어온 한민족이 보입니다.

‘나’라는 개체와 수천 년 내려오는 우리 DNA 속의

한국인의 얼굴이 마주치는 순간입니다.”


‘한국의 대표 지성’ 고(故) 이어령이 인생 최후의 역작 ‘한국인 이야기’에서 일관되게 펴는 논지는 그 일곱 번째인 이 책,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무한한 자연의 질서(퓌시스)는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그 유효기간이 순간에 지나지 않는 인간의 제도(노모스)는 자연 앞에서 자신의 강력함을 주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과 같은 얼굴을 가지고 싶다고 밤마다 소원을 빌어도 세상이 들어 주지 않았고, 그날따라 메이크업이 무척 잘 먹은 날에도 화장은 결국 지워야 했던 것이다.

셸리의 유명한 시 〈오지만디아스〉가 묘사하는 것처럼. 인간의 권세는 세월의 모래바람에 휩쓸려 나간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우리의 존재를 계승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는 DNA로 이어지는 존재 계승의 산증인들이다. 태초의 단세포들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수십 억 년에 걸쳐, 자연계의 낮은 확률을 뚫고, 그 조상들이 모두 번식과 양육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은가. 그들은 위대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런 생물의 유전 역시 과학적 법칙의 속박 아래 놓여 있으며, 퓌시스의 끊임없는 변덕 아래 복종하고 있다.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퓌시스와 노모스의 경계를 종횡하는 기호·상징계, 즉 세미오시스의 가능성으로부터 출발하는 연작이다. 또는 문화와 예술의 독자성에 대한 기대라고 말해도 좋겠다. 인간의 문화적 소산 역시 DNA처럼 자신을 복제하고, 때로 변이하며, 다른 밈들과 경쟁하는 과정을 거쳐 ‘유전’된다(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런 ‘문화유전자’를 ‘밈’(Meme)이라고 이름지었다). 이런 세미오시스의 계승과 발전이 후기 이어령 사상의 핵심을 이룬다.

‘백조의 노래’나 ‘수구초심’이라는 우화에서처럼, 사람은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의 삶과 ‘고향’의 존재를 돌이켜보게 된다. 이어령의 스완송인 ‘한국인 이야기’는 흔한 회고록이나 자서전과는 달리, 되짚음의 대상을 한국인의 언어와 문화 전체로 확장한 대작이다.

그렇다면 이어령이 말하는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계승받은 것, 그리고 (그중에서) 계승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어령에게 한국문화의 정수란 ‘생명’이다. 한국인들의 태교에서, 젓가락에서, 또는 일제강점기의 유년기에서 보았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으며, 한국인의 얼굴에서 이어령이 보려고 하는 것도 역시 그 생명의 눈물, 생명의 눈빛이다. 오직 그것만이 화장이나 성형을 뛰어넘어 영속적이며 자연의 무정함과 대결해 살아남는다.

조선대의 심청전이나 근대의 신파극들로 미루어 알 수 있듯, 한국인들은 눈물로 소통하는 민족이었다. 눈빛은 또 어떤가.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내 눈을 똑바로 보라”라는 말을 건넨 것이나, 한국인이 아마도 가장 좋아하는 고전인 맹자에서 ‘진실을 알고 싶으면 눈을 보라’라는 금언을 2024년의 우리는 계승하고 있다. 나쁜 시절에도 내면의 의지를 잃지 않았던, 한국인의 정신에 면면히 흐르는 기백을 눈빛에서 읽는다.


⚫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전 10권)

소멸하지 않는 지성의 불꽃놀이

채집 시대로부터 정보화 시대를 넘어가는 거대한 문명의 파도타기가 시작된다!


2022년 우리 곁을 떠난 이어령의 유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전4권)’ 그리고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전6권)’는 총 10권으로 기획된 라이프워크다.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에는 자신을 돌아보기 마련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한국의 대표 지성’이라는 이름답게, 이어령은 과거, 현재, 미래의 한국인들로 시야를 넓혔다. 저자는 물론 한국인 하나하나의 얼굴이 살아있는 총체극, 이어령 생애 최후의 대작이다.

‘방탄소년단’,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케이팝, 영화, 드라마 전방위에 걸친 한류 열풍 속에서 한국,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구촌 곳곳에서 뜨겁게 일어나는 중이다. 한국 바깥에서도 알고 싶어 하는 우리 문화의 개성과 저력을, ‘한국인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시선으로 조명한다. ‘생명자본’과 ‘문화유전자’ 두 키워드로 한국인의 미래상을 그리는 프로젝트다.

생전 이어령 자신이 ‘백조의 곡’이라고 평한 ‘한국인 이야기’의 집필과 더불어 저자는 자신을 ‘이야기꾼’으로 정의했다. 책을 펴서 덮을 때까지 그의 탁월한 스토리텔링은 물론, 그 안에 은하수처럼 펼쳐지는 지식의 폭과 깊이, 시공을 넘나드는 인문학적 통찰, 그리고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빛났던 탐구 정신에 여전히 감동하게 된다. 

작가 소개

이어령

1933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으며, 호는 능소凌宵이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문학평론가이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이화여대 교수,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 신문사 논설위원, 88올림픽 개폐회식 기획위원, 초대 문화부장관, 새천년준비위원장, 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대표 저서로 논문·평론 《저항의 문학》 《공간의 기호학》 《한국인 이야기》 《생명이 자본이다》 《시 다시 읽기》,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디지로그》 《젊음의 탄생》 《지성에서 영성으로》 등 수십 권, 일본어 저서 《축소지향의 일본인》 《하이쿠로 일본을 읽다》 외, 소설 《장군의 수염》 《환각의 다리》와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를 펴냈으며, 희곡과 시나리오 《기적을 파는 백화점》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 등을 집필했다.

말년에 오랜 지적 탐구를 집대성한 한국문화론, ‘한국인 이야기’(전4권 완간)와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전6권)를 집필해 왔으며, 방대한 유고를 남기고 2022년 2월 26일 별세했다. 《너 어디에서 왔니》 《너 누구니》 《너 어떻게 살래》 《너 어디로 가니》(‘한국인 이야기’), 그리고 《별의 지도》 《땅속의 용이 울 때》(‘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목 차

엮은이의 말 이어령 선생을 떠올리며 004

들어가는 말 여정을 시작하며 008


1부│위대한 한국인 얼굴의 대장정

# 피부색이라는 오래된 농담 017

# 민낯에는 색깔이 없기에 022

# 아웃 오브 아프리카 023

# 나그네가 된 원숭이 027

# 킵초게의 조상들 031

# 인류의 조상이 네발 대신 두발 보행을 택한 이유 033

# 인류, 최초의 이주자 037

# 남방계 몽골리안 이야기 040

# 북방계 몽골리안 이야기 042

# 최초의 원시 농경과 한반도의 쌀 농사 045

# 추위를 이겨낸 한국인의 얼굴 048

# 유전학에서 보는 한국인 얼굴 050

# 세계에서 눈이 가장 작고 털이 없기로 1등 민족 057

# 바이칼호에 살던 신(新)몽골로이드 059

# 경주 신라 고분과 시베리아 ‘스키타이’ 063


2부│인간의 얼굴은 문화의 얼굴

# 유전적 얼굴이 아닌 문화의 얼굴 071

# 이름으로서의 얼굴 073

# 한국인의 얼굴 - 울음 076

# 한국인의 얼굴 – 무표정의 모럴 080

# 얼굴의 문화적 삭제 082

# 종교에서의 얼굴 090

# 한국인의 짙은 화장 092

# 폼페이 부부의 초상화 094

# 한국인, 경쟁력은 약하나 생존력은 강해 098


3부│미소로 본 한국인의 얼굴

# 얼굴박물관에서 만난 얼굴들 105

# 한국인의 얼굴 – 꾸밈없이 그리기

# 한국인의 얼굴 – 선사(先史)의 미소 112

# 한국인의 얼굴 – 불상의 미소 115

# 한국인의 얼굴 – 천년의 미소 121

# 한국인의 얼굴 – 탈의 미소 125

# 한국인의 얼굴 – 장승의 미소 127


4부│한국 미인의 얼굴

# 한국인의 얼굴 - 미인 137

# 한국인의 얼굴 - 문헌에 등장하는 미인들 146

# 고전문학이 이야기하는 미의 기준 152

# 한국인의 얼굴 – 또다른 미인의 조건들 156


5부│아름다워지려는 욕망과 모험 유전자

# 가면과 이모티콘 163

# 또 하나의 얼굴, 셀카 165

# 아름다워지려는 욕망 169

# 화장품과 성형 산업 174

# “얘는 한국 애처럼 안 생겼어요”라는 칭찬 178

# 모험 유전자 181

# 한국인의 모험 유전자, 혜초 183

# 한국인의 모험 유전자, 고선지 187

# 탐험하는 자의 눈빛 191

# 눈빛 살리기 193

# 내 얼굴 찾기 대장정 195


6부│흐르는 눈물, 빛나는 눈빛

# 오후 다섯 시의 그림자와 〈돌의 초상〉 201

# 눈을 잘 안 맞추는 한국인 206

# 서로의 눈 들여다보기 210

# 규칙 깬 단 한 번의 눈물 213

# 화장, 가면, 성형수술로 감출 수 없는 것 215

# 그게 내 얼굴, 인간의 얼굴, 내 나라 얼굴 217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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